사랑밖에
이월란(2010/08)
너 왜 이렇게 무식하니, 해도
세상의 지식을 모두 가진 듯 우쭐하고
너 왜 이렇게 못생겼니, 해도
양귀비의 얼굴을 가진 듯 당당하고
너 왜 이렇게 못됐니, 해도
천사의 눈빛으로 여우짓을 하고
너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해도
부끄럼 없는 두 손으로 정갈해지고
너 왜 이렇게 무디니, 해도
정교한 가슴으로 읽어주고
너 왜 이렇게 앞뒤가 꽉 막혔니, 해도
백주대로인 듯 달릴 수 있고
너 왜 이렇게 늙었니, 해도
십팔 세 소녀의 미소로 웃을 수
있다는 거, 달리 무엇일까
[시작노트]
보석상 진열장 속에서 작은 자물쇠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사는 고가의 진품珍品이라고 한 때 믿었었다. 사랑이란 것 말이다. 자물쇠를 깨뜨리고 난전까지 끌고 나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유일한 것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무수한 날을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보다 더 쉬이 고개를 흔들며 살아야 했었다. 고결한 문어체가 아닌 천박한 구어체 같은 것이었다. 파티의 상석이 아닌 시골 잔치집의 말석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얼마나 초라해져서도 결코 배고프지 않는 것이었다. 나만이 산출해내는 유일한 진품眞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