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慾(견공시리즈 79)
이월란(2010/08)
나는 깜빡 소파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가 먹다 남긴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었고
토비는 여느 때처럼 밑져 봤자 본전이다, 꼿꼿이 서서 두 팔을 뻗쳐 보았고
마침내 떨어뜨린 샌드위치 속에 얼굴을 파묻고는 정신을 잃었고
고함소리에 잠이 깨었고, 아이들은 머릴 조아리며 토비를 혼내고 있었고
먹고 나면 치우라고 했니 안했니, 나는 화가 나 있었고
토비는 괜찮을거야, 아프진 않을거야, 아이들은 엄마의 총애를 독차지하고 사는
토비란 놈의 입을 닦아주고, 배를 쓸어주고 있었고
토비는 여전히 정신이 없었고, 아, 정말 맛있었어, 이런 맛 처음이야
눈빛까지 달라진 그 번지르르한 욕망은
맞아 죽을지언정 먹어 보고야 말겠다는 그 원색의 욕망은
고고한 척 고개 내밀었다 숨어버리는 내 속의 그 욕망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