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가족
이월란(2010/08)
외계의 피가 흐르는 나는 뿔 달린 엄마의 나라로 가고 싶었어요 초록피가 흐르는 아빠의 나라가 그리웠어요 부끄럽지 않은 나신의 나라를 매일 밤 재현해도 나를 가려야만 하는 해의 커튼은 찢고 싶은, 너무 오래된 유행에 불과하죠 비행접시가 쌩쌩 날아다니는 망막의 블라인드 뒤에서 소꿉질을 하며, 네가 아빠하면 내가 엄마 할게 그리곤 높은 담장 아래 버려진 붉은 벽돌조각을 콩콩 빻아선 금방 지은 하얀 밥 위에 뿌려 먹으며 살았지요 너무 매워 눈물이 날 때마다 그랬지요 네가 아빠하면 내가 엄마 할게 때론 위험해지는 혈연의 철조망을 높이 세우며 쌔까만 어둠이 시퍼런 기억을 덮칠 때마다 그랬지요 네가 아빠하면 내가 엄마 할게 드디어 뿔이 나려나 봐요 머리끝이 간질간질 하네요 자, 너도 새끼손가락을 살짝 베어 봐 초록피가 흐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