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 시인의 부음을 듣고

2015.05.19 08:12

문인귀 조회 수:396

 

윤석훈 시인의 부음을 듣고

 

우리 부부는 몇 년 간 그의 손끝 놀림 앞에 꼼짝없이 입을 벌리고 벌을 서는 일을 경험했다. 어쩌랴. 그는 치과의사고 우리는 치통을 앓는 환자였으니. 물론 그런 인연으로 그를 알게 된 것은 아니다. 한 때 문협에 좋은 젊은 시인, 작가들이 들어왔다. 그 몇 분 중에 윤석훈시인이 들어 있었다. 시 좋고, 사람 좋으니 당연히 앞서서 일을 맡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여 윤석훈시인은 문협 이사로, 사무국장으로 협회 일을 보게 되어 알게 되었고 이왕이면.... 하는 생각으로 나는 그의 치과를 찾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 어간에 나는 한국일보의 <이아침의 시>를 집필 중이어서 그의 시 별빛을 읽다를 보고 감동을 받아 다음과 같이 올렸었다.

 

***

 

이국의 주차장은 취해 있었다

 

절뚝거리는 점선을 그리며

그리움의 주머니를 봉합했다

 

허연 절벽이 빠져나왔다

 

푸른 별빛이 절벽에 떨어지고 있었다.

 

 

윤석훈(1960 - ) ‘별빛을 읽다전문

 

 

걸음이 비틀거린다. 그래, 주차장이 취해있는 거라고 푸념을 하며 자꾸만 솟아오르는 그리움을 외면하려 든다. 삐틀거리는 점선을 그리며 서툰 솜씨로 그리움 주머니를 깁는다. 그렇다고 그리움이 주머니 속에 갇혀만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통째로 빠져나온 가슴에 톡톡 떨어지는 눈물, 아니 미칠 것만 같은 외로움만 더 아프게 떨어져 내리니 시인이여, 차라리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시게나.

 

문인귀<시인>

 

***

 

시인의 고독은 시 외에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있는 것 아니다. 아니, 고독을 달래서 어디에 어쩌겠는가. 그 고독을 향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참지 말고 차라리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것, 그게 없이 어찌 이런 시가 나올 수 있으랴.

 

시인의 내면세계는 가시적인 삶의 성공이나 행복과는 다른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그를 보내는 우리들의 안타까운 마음이나 가족들의 에이는 아픔과도 무관한 일정을 밟아 떠나는, 고독하지 않은 영원한 자유함 속에서 자유를 만끽할 그의 모습을 그리며 이제 우리는 안경을 벗은 그의 도톰한 눈자위에 어리는 미소를 기억하는 것으로 그의 장도를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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