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연애를 하라 /문정희

2014.03.29 22:08

박영숙영 조회 수:261 추천:38

호랑이 눈썹을 빼고도 남을 그 아름다운 나이에 무엇보다도 연애를 해라.
네가 밤늦도록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두드리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흐뭇하면서도 한편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단다.


그동안 너에게 수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마는,
또한 음악이 주는 그 고양된 영혼의 힘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마는,
그러나 책보다 음악보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이 사람을 심혈을 기울여 사랑하는 연애가 아니겠느냐.
네가 허덕이는 엄마를 돕겠다는 갸륵한 마음으로 기꺼이 설거지를 하나
분리된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갈 때면 나는 속으로 울컥 화를 내곤 한단다.


딸아! 제발 그 따위 착한 딸을 집어치워라.
그리고 정숙한 학생도 집어치워라.
너는 네 여학교 교실에 붙어 있던 신사임당의 그 우아한 팔자를
행여라도 부러워하거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테지.
혹은 장차 결혼을 생각하며 행여라도 어떤 조건을 염두에 두어 계산을 한다거나
뭔가를 두려워하며 주저하고 망설이는 것은 아닐테지.


딸아! 너는 결코 그 누구도 아닌 너로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당당하게 필생의 연애에 빠지기 바란다.
연애를 한다고해서 누구를 까페에서 만나고 함께 극장에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런 종류를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리라.
그런 것은 연애가 아니란다.  사람을 진실로 사귀는 것도 아니란다.
많은 경우의 결혼이 지루하고 불행한 것은
바로 그런 건성 연애를 사랑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딸아! 진실로 자기의 일을 누구에게도 기대거나 응석 떨지 않는
그 어른의 전(全) 존재로서 먼저 연애를 하기를 바란다.
연애란 사람의 생명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푸른 불꽃이 튀어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말한다.
그 에너지의 힘을 만나보지 못하고 체험해보지 못하고
어떻게 학문에 심취할 것이며 어떻게 자기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나 세상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깊고 뜨겁고 순수한 숨결을 내뿜는
야성의 생명성을 제대로 맛보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하게 말못할 것도 없다.
나는 아직도 제일의 소원의 하나로 연애를 꿈꾸고 있단다.
오랫동안 시를 써왔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수많은 덫과 타성에 걸려서
거짓 정숙성에 사로잡혀 무사하게 살아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이 그런 범주였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으리라.


지금 막 코앞에 다가오는 세기는 틀림없이 여성의 세기가 될 거라고 한다.
어서 네 가슴 속 깊이 숨쉬고 있는 야성의 불인 늑대(archetype)를 깨워라.
그리고 하늘이 흔들릴 정도로 포효하며 열정을 다해 연애를 하거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99
공지 우리나라 국경일 박영숙영 2015.07.06 341
공지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박영숙영 2015.07.06 1616
공지 무궁화/ 단재 신채호 박영숙영 2015.06.16 274
공지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박영숙영 2015.06.16 708
공지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박영숙영 2014.10.19 442
공지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박영숙영 2014.06.14 41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박영숙영 2014.05.28 376
공지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박영숙영 2011.08.02 500
공지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박영숙영 2014.02.08 211
174 [펌]이 외수의 글쓰기 비법 박영숙영 2014.06.29 124
173 정호승시인의 대표작 박영숙영 2014.06.26 2444
172 찔레 /문정희 박영숙영 2014.06.26 215
171 - 존 로크의 《독서에 관하여》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6.25 129
170 나무의 / 김용언 박영숙영 2014.06.19 218
169 빈 깡통 허공을 날다 / 김용언 박영숙영 2014.06.19 215
168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시와 해설) 박영숙영 2014.06.18 1148
167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367
166 미안하다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93
165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26
164 술 한잔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368
163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64
162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460
161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565
160 <수선화에게>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98
15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054
158 [ 적멸에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57
157 [펌]사랑의 노래 /신경림(시와해설) 박영숙영 2014.06.18 383
156 [펌]가는 길 /김소월 (시와 해설) 박영숙영 2014.06.18 1208
155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아하! 이런 글도 있구나 ! " 하고 복사했습니다 박영숙영 2014.05.28 190
154 - 스펜서 존슨의 《선물》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5.22 227
153 봄을 위하여 /천상병 외 박영숙영 2014.05.14 313
152 봄의 시모음/ 노천명 외 박영숙영 2014.05.14 374
151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외 박영숙영 2014.05.14 162
150 엄마의 염주 /외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박영숙영 2014.05.14 537
149 나는 엄마의 어린 딸 /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박영숙영 2014.05.14 474
148 그리움 속으로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11 191
147 가을 편지/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4
146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261
145 사랑법 첫째 /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218
144 봄비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34
143 하늘에 쓰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48
142 신록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8
141 “응”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457
140 내 사랑은/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379
139 찔레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54
138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시 해설 박영숙영 2014.05.08 2979
137 한밤중에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29
136 [펌글]ㅡ시에 관한 명언 명구 박영숙영 2014.04.02 836
» 딸아 연애를 하라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261
134 "나는 시 속에서 자유롭고 용감하고 아름답다" 문정희시인 박영숙영 2014.03.29 597
133 가면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83
132 손의 고백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68
131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96
130 동백꽃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315
129 동백꽃 시모음 / 김용택,용혜원, 유치환,서정주, 최영미,이생진 박영숙영 2014.03.29 1512
128 어머니의 동백꽃/도종환 박영숙영 2014.03.29 364
127 친구여! -법정스님- 박영숙영 2013.12.01 223
126 어느 날의 커피-이해인- 박영숙영 2013.12.01 549
125 수녀님과 스님의 우정 박영숙영 2013.12.01 198
124 독서에 관한 명언들 박영숙영 2013.11.29 537
123 '악'이 작다는 이유로 박영숙영 2013.11.28 155
122 ㅡ문제와 떨어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ㅡ 박영숙영 2013.11.20 168
121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박영숙영 2013.11.20 216
120 [펌글]현직 유명인들이 들려주는 '시의 모든 세계' 박영숙영 2013.09.24 510
119 -풀꽃-나태주, prkyongsukyong 2013.08.21 222
118 耳順의 황혼/ 신규호 박영숙영 2013.05.30 191
117 결혼ㅡ하기전에는 눈을 뜨고 박영숙영 2013.05.29 248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74
어제:
156
전체:
884,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