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 김용언

2014.06.19 04:24

박영숙영 조회 수:271 추천:29

나무의 외출

                                      
          김용언



달력 몇 장이 뜯겨져 나가고
시침 몇 개가 부러지고
드디어 초침까지 곤두박질 친 후
나무 꼭지에는 서너 개의 바람이 펄럭인다
외롭다는 건
나무가 나무 밖의 세상에 서 있을 때였다
여름이 농익을 무렵 화려하던 나무는
뱀의 허리처럼 구불거리고
드디어 가까운 길도 아득해진다
외출을 시작하려나 보다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몇 장의 마지막 메시지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
이젠 시퍼렇게 날이 선 고독을
아침 인사처럼 받아들일 모양이다
가을로 서 있는 나무
이미, 나무는 나무 밖의 세상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이선의 시 읽기]

나무는 고정된 ‘장소’를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식물’이다. 그러나 나무가 고정된 ‘장소’를 벗어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나무에게 ‘시간’이라는 절대상황을 부여하면 ‘움직임’을 시작한다. 「나무의 외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첫째, 위의 시는 1-4연에서 식물인 나무에게 ‘시간의 흐름’이라는 변수를 주어 나무의 ‘환경’과 ‘형태’를 바꾸고 있다.
  
1연 1-3행: ‘달력 몇 장이 뜯겨져 나가고/ 시침 몇 개가 부러지고/ 드디어 초침까지 곤두박질 친 후‘
  
2연 1행: ‘여름이 농익을 무렵’
  
3연 3행: ‘몇 장의 마지막 메시지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
  
4연 1행: ‘가을로 서 있는 나무’
  
둘째, 위의 시의 주제는 ’외로움과 고독‘이다. 중심어를 살펴보자,
  
1연 4-6행:  ‘서너 개의 바람이 펄럭인다/ 외롭다/ 나무 밖의 세상에 서 있을 때’
  
2연 3행: ‘가까운 길도 아득해진다’
  
3연 4-5행: ‘시퍼렇게 날이 선 고독을/ 아침 인사처럼 받아들일 모양’
  
4연 2행: ‘나무 밖의 세상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셋째, 위의 시는 ‘겨울 ?> 여름 ?> 가을’로의 시간이동 과정에 따라 나뭇가지와 줄기는 자라 ‘장소이동’과 ‘형태변화‘를 동시에 진행한다. ‘시간’은 나무를 자라게 하고, 추위에 떨며, 나뭇잎을 떨어뜨리게 한다.
  
시인이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시간이동’은 ‘공간이동’을 유도하여, 운동감을 준다. 또한 위의 시는 상황만 제시하고 있을 뿐, 설명적이지 않다. 생의 허무와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나무는 나무 밖의세상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는 문장은 압권이다. 달관의 경지를 보여주는 표현법은, 낯설고 직관적이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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