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3 10:48
現代詩로 보는 韓國人의 抒情(3)
2019년 겨울호
최 선 호
박목월(朴木月 1916.1.6.-1978.3.24.) 시인, 문학평론가, 수필가, 교수, 한양대학교 문리과대학 학장 재직 중 作故, 본명은 泳鍾, 경북 경주 태생, 1939년 <문장>지에 정지용 추천, 靑鹿派 시인, 박두진, 조지훈과의 합동시집: <청록집>, 개인시집 <산도화>, <난. 기타>, <청담>, <경상도의 가랑잎>, <무순>, 연작시 <어머니>, <구름에 달 가듯이>, 자작시해설집 <보랏빛 소묘>, 유고집 <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별빛>, 대표작 <나그네>, 1957년 한국시인협회 창립, 60년부터 70년 이후까지 회장 역임, 시 전문지 <심상> 창간, 발행(1973년 10월). 北에는 ‘素月’이 있고, 南에는 ‘木月’이 있다는 말은 이 두 시인의 心靈的 抒情의 특색이 짙은 의미로 전한다.
A.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B.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C.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D.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E.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목월의 <나그네> 전문
이 시는 체언 종결어법을 쓰고 있다. 그러므로 시행마다 간결의 함축미가 강하게 자리하고, 탄력성이 강하며 운율과 의미의 집중과 함께 각 연의 독자성이 부각되어 있다. 하지만 가락의 유연성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의 나그네는 유랑하는 슬픈 자아의 표상이 하늘에 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극히 낭만적인 시정을 퍼내고 있지만, C연은 비교적 정감과는 거리감이 있다. 이 시는 B연과 E연의 반복을 통한 강조로 구성상의 안정감을 구사해 주고 있다. D연에서는 한국적인 낭만이 짙게 깔려 그 독특성을 더하고 있다.
어릴 적 하찮은 사랑이나
가슴에 백여서 자랐다.
질곱은 나무에는 자주 빛 연륜이
몇 차례나 몇 차례나 감기었다.
새벽꿈이나 달그림자처럼
젊음과 보람이 멀리 간 뒤
...나는 자라서 늙었다.
마치 세월도 사랑도
그것은 애달픈 연륜이다.
<문장> 1939년 9월호 박목월의 <그것은 연륜이다> 전문
이 시는 1939년 정지용의 추천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이다. 자신의 생애를, 살아온 연륜에 그려 넣었다. 어려서 받은 사랑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땅히 있어야 할 사랑이라 가슴에 백인대로 자랐을 뿐이다. 시인의 자라는 동안의 연륜을 자줏빛이라 했다. 이 연륜이야말로 매우 곱고 고상한
꿈의 세월을 보내다가 그림자처럼 젊음과 보람의 세월 속에서 자라고 늙었다. “나는 자라서 늙었다”의 표현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시어로 쓰이니까 더욱 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인연의 세월도 사랑도 애달픈 연륜이라 했다. 마치 한 생애를 스케치하듯, 그러나 이 시에는 지극히 애달픈 정서가 감돌고 있다. 더구나 “백여서”, “질곱은” 등의 시어에 특히 눈이 쏠린다.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ㅅ잎 피어나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박목월의 <청노루> 전문
이 시의 주된 음수율은 2, 3조이다. 시의 시상 전개 시각의 이동관점의 묘사이다. 이 시에서 청노루가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기 보다는, 내려오는 빠른 템포로의 느낌을 주도록 읽어야 할 3, 2조의 변조를 이룬 부분은 3연의 둘째 행이다. 끝 연처럼 도는//구름. 으로 시행을 배열함으로써의 시적 효과는 시상의 완만한(느린) 전개에 있다. “청노루/맑은 눈에//도는//구름.에서 더욱 생동감을 느낀다.
김소월 (金素月 1902. 8. 6.-1934. 12. 24.) 본명은 廷湜, 평북 곽산 출생, 오산학교 중학부를 거쳐, 배재고보 졸업(1923년), 일본 도교상대 중퇴 후 귀국,金億에 師事하여 1922년 ‘진달래꽃’을 <개벽>지에 발표함. 시집: <진달래꽃>.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압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년다라 흐릅디다려
김소월의 <가는 길> 전문
고향을 떠나면서의 情恨을 율동감 있게 다루었다. ‘가마귀’와 ‘앞 강물 뒷 강물’을 매체로 시인의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2연의 ‘그냥 갈까/그래도 다시 더 한번’에서 더욱 깊은 정한이 가슴을 때린다. 이런 표현이야말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절묘한 표현이다. 끝 연 끝 행의 ‘년다라’는 두음법칙 이전의 표기이고, ‘흐릅디다려’의 표현은 그대로 절묘한 운치를 나타내는 감탄이다.
A.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B.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C.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D.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전문
김소월 <진달래꽃>의 사상적 배경은 극히 동양적인 동시에 유교적 휴머니티를 안고 있다. 특히 고려 俗謠 중 <가시리>와 시적으로 접맥되어 한국적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 이 시는 극히 서정적이면서 전통적이긴 하지만, 청록파의 시 정신에 따르지 못하는 점이 있다면, 자연에 귀의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불교적인 散花功德이 가장 잘 나타난 부분은 B연으로서 진달래꽃을 가실 길에 뿌리는 일이다. A연 3행에 나타난 의미는 인종과 체념을 나타낸 한국적 여인의 마음가짐이다. D연 3행의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는 마음 속 깊이 사무친 원한 때문이다. B연과 같이 불교적인 산화공덕의 詩情이 나타나 있기도 하다. D연의 끝 행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와 근접해 있는 내용은 忍苦의 정신, 哀而不悲의 情緖, 反語的 표현 등이다. 이 시의 번역상의 난점은 시어 중 ‘역겨워’, ‘즈려’ 등이다. 봉투구조로 이별의 恨을 반복, 강조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의 <산유화> 전문
이 시의 주제는 자연과의 합일을 소망하는 자아로서의 ‘人生無常’이다. 따라서 표현 기법은 반복과 변조이다. 이 시는 시행의 배열과 연의 구조가 규칙적이어서 균제미를 살렸다. 이 시의 어조와 주제를 형상화 하는데 결정적 구실을 한 시어는 “저만치”이다. 따라서 이 시는 민요조의 시이다.
시 전체에서 작자를 내세운 부분은 “산에서 우는 작은 새”이다. 꽃이 피었다가 지듯이 허무한 삶을 작은 새로 울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산은 세상 또는 고향, 꽃은 인간 또는 생명, 피네는 낳음, 지네는 죽음을 은유한다. 김소월의 사상적 배경은 유교적 휴머니티이다. 고려 俗謠 중 가시리와도 접맥되어 있다. 이 시는 김소월의 인생관이 절절히 드러난 점이 값지다 할 수 있다.
조옥동(趙玉東 1941- ) 본명 金玉東, 충남 부여 출생, 서울사대 졸업, 대학 재학시부터 대학신문 및 각 일간신문에 작품발표(조병화 시인 추천), 미주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상(1997), 서울소재 중고교 화학과 교사(1962-76), 미국이민(1976), 세인트 미조리주 Wasington 대학교 연구실 근무(1976-80), Washington 대학교 대학원 과정(1978-80), UCLA 의과대학 생리학연구실 Research Staff(1981- ),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미주문인협회, 재미시인협회 이사, 회장, 미주시문학회 회장 역임, 제1회 재외동포문학상 입상(1999), 본국 한국수필 신인상 입상(2001), 제2회 해외풀꽃시인상, 윤동주미주문학상 수상, 시집 <여름에 온 가을엽서, 1999>, <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 수필집 <부부> (공저).
곱게 접은 여백에 가을을 채색하여
여름날 뜨락에 온 철 이른 소식에
가슴 속 오솔길 하나 길을 내어 떠난다
그리도 당당하고 오만한 웃음들
뜨겁게 퍼붓던 신록의 그 너스레
끝내는 돌아가는 길에서 부끄러움 숨기나
흘러 간 구름으로 잊혀진 기억들
네 색깔의 눈짓으로 다시금 살아나는
빠알간 입술자국 찍혀진 여름날의 설레임
조옥동의 -「여름에 온 가을엽서」의 전문
「여름에 온 가을 엽서」는 매우 審美的인 映像을 한국의 전통적인 가락에 담았다. 그러므로 지극히 아름답다. "여름에 온 가을 엽서"라니, 지난 해 가을에 보낸 엽서가 올 여름에 왔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이 여름인데 올 가을의 엽서가 벌써 도착해 있다는 극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시간이나 계절이 뒤바뀐 게 아니라 생각이 앞질렀다. 이는 앞날을 예지하고 있는 조옥동 시인의 영감에 딸린 것이다. 마치 딸의 혼수를 장만하고 있으면서도 벌써 첫애를 낳고 있는 딸의 모습을 그려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맞는 표현일까?
첫째, 둘째, 셋째 수가 모두 현재적 시간 위에 놓여 있다. 신록을 자랑하는 여름날 뜨락에서 벌써 가을 냄새를 맡은 조옥동 시인은 심령 속으로 뻗혀 있는 가을의 오솔길을 걷고 있다. 이는 현재적 위치를 떠나 자유로이 떠도는 낭만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끝 부분에 "빠알간 입술자국 찍혀진 여름날의 설레임"의 압축된 표현은 '설레다'의 동사마저 명사형으로 하여 끝맺음을 하였으므로 탄력성마저 지니고 있어 감칠맛까지 더하고 있다. 마치 추한 것을 도려내는 예리한 칼날과도 같이 눈부시도록 그 아름다움을 번득이고 있다.
수많은 동그라미 헤엄을 치며
하늘나라 글씨를 쓴다
투명한 마음속에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며
무한으로 사라지는 작은 점 하나
하늘마음 색칠하고 나면
부드럽게 휘어지는 간지럼 타는 나무 가지들
사랑의 몸짓 말갛게 씻고 싶다
바람이 펼치고 지나는 수채화를
봄여름 고여서 우람한 산 숲을
여울물 소리로 흘러가는 가을 하늘을
무지개 빛보다 고운
너와 나의 눈물과 웃음을
하얗게 부수는 폭포가 되고 싶다
천둥소리, 천지가 함께 우는소리가 되고 싶다
가을 햇살 섧게 흐느끼던 잔물결
수정으로 가라앉은 겨울 강
얼음 살을 조각하는 끝 날로 서서
흘러내린 뜨거운 영혼의 용암을
산산이 쪼아내는 비수(匕首)의 그림자
침몰한 시(詩)의 고향, 그 침묵을 녹이고 싶다
조옥동의 -「빗방울 되어」의 전문
「빗방울」은 바로 조옥동 시인의 變身이다. '빗방울'로 변신한 조옥동 시인은 "하늘나라 글씨를 쓴다", "사랑의 몸짓을 말갛게 씻고 싶다"고 노래하는 사랑의 천사로 나타나고, "너와 나의 눈물과 웃음을/하얗게 부수는 폭포가 되고 싶다/천둥소리, 천지가 함께 우는 소리가 되고 싶다"고 노래하면서 이 엄청난 우주를 살고 있는 우리네 인생의 희로애락의 위로자 · 동반자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고 있으며, "얼음 살을 조각하는 끝 날로 서서", "침몰한 詩의 고향, 그 침묵을 녹이고 싶다"면서 사랑의 전령사·우주의 파수꾼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조옥동 시인의 시의 세계인 동시에 시인 자신이 갖는 개성이며 능력이다. 이런 자신의 영적 세계를 빗방울에 移入시켜 '빗방울'을 제목에 올려놓고 있으면서도 시 본문에서는 한번도 '빗방울'을 반복하지 않고 있다. 이것만으로 보더라도 조옥동 시인의 압축과 생략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평범한 시어들 같지만 이렇게 비단 여러 폭을 깔아놓은 듯 표현이 아름답고 짜임이 치밀하여 審美的 분위기까지 북돋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얼음 살을 조각하는 끝 날로 서서" 바늘 끝처럼 뚫고 들어가는 "비수(匕首)"는 바로 조옥동 시인의 소장품이다. 조옥동 시인은 이 비수를 지팡이 삼아 세상을 살아간다고 보아야 하리라. 이것이 조옥동 시인의 생리이다. 과연 이 비수는 무엇일까? 어쩌면 조옥동 시인이 평생 버리지 못할 믿음의 절대자인지도 모른다. 평범한 시어들이 모여 각각 제 본분을 다하며 우리들을 마음대로 끌고 다니며 감동으로 사로잡는다.
"…말갛게 씻고 싶다", "…우는소리가 되고 싶다", "…그 침묵을 녹이고 싶다"에서 물리적 · 영적 상황을 제공하고 있다.
1연은 시각적 효과의 진수성찬이요, 2연은 시각과 청각이 어울린 공감각의 세계요, 3연은 肉的 감각과 靈的 감각을 포함한 입체적 共感覺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침몰한 시의 고향"의 부활을 소망하며 "그 침묵을 녹이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그 침묵 속에 깨어나는 하나의 작은 빗방울에서 이토록 큰 변화의 상상력으로 맑고 뜨거운 서정을 퍼 올리는 이 시인의 큼직한 두레박이 매우 부럽다.
조옥동 시인의 시는 주로 순수, 진실, 신앙, 자연에 대한 애정, 사유된 인생, 그리고 영적 세계에 대한 심미적 승화 등으로 나타나 있다. 처녀시집 「여름에 온 가을 엽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더 이상의 요구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옥동 시인을 '인생과 자연의 파수꾼'이라고 이름 지어 부르고 싶다. 돈독한 신앙 속에 살면서 낮에는 화학자로, 밤이면 문인으로 변신을 하면서 남달리 문학에 뜨거운 애정을 갖고 스스로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이 더욱 풍성해지고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조옥동 시인의 시는 익을 대로 익은 오곡백과처럼 완숙한 경지에 이르고 있음에 큰 박수를 보낸다.
주요한(朱耀翰 1900-1979) 호: 頌兒 언론인, 정치가, 평양 출생, 일본 메이지학원과 도쿄제일고교, 중국 상해 호강대학 졸업(1925), 동아일보 편집국장, 논설위원, 조선일보 편집국장, 부흥부장관, 상공부장관, 대한일보사 회장 등 역임. 1919 <창조> 동인, 우리나라 신시 운동 선구자의 한 사람. 시집: <아름다운 새벽>, <복사꽃>, <삼인 시가집>(이광수, 김동환 공저).
아아, 날이 저문다. 西便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오늘은 四月이라 파일날, 큰 길을 물밀어가는 사람 소리…… 듣기만 하여도 흥성스러운 것을 , 왜 나만 혼자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
아아, 춤을 춘다. 싯벌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城門 우에서 내려다보니, 물 냄새 모래 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不足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過去의 퍼런 꿈을 찬 江물 우에 내어 던지나, 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 아아, 꺾어서 시들지 않는 꽃도 없건마는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 에라 모르겠다, 저 불길로 이 가슴 태워 버릴가, 이 설움 살라 버릴가, 어제도 아픈 발 끌면서 무덤에 가 보았더니 겨울에는 말랐던 꽃이 어느덧 피었더라마는, 사랑의 봄은 또다시 안 돌아오는가, 차라리 속 시원히 오늘밤 이 물 속에 …… 그러면 행여나 불상히 여겨 줄 이나 있을가…… 할 적에 퉁, 탕, 불티를 날리면서 튀어나는 매화포, 펄떡 精神을 차리니, 우구구 떠드는 구경군의 소리가 저를 비웃는 듯, 꾸짓는 듯, 아아 좀 더 强熱한 熱情에 살고 싶다. 저기 저 횃불처럼 엉키는 煙氣, 숨막히는 불꽃의 苦痛 속에서라도 더욱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고 뜻밖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은 나의 마음……,
四月달 따스한 바람이 강을 넘으면, 淸流壁, 모란봉 높은 언덕 우에 허어옇게 흐느끼는 사람 떼, 바람이 와서 불 적마다, 불빛에 물든 물결이 미친 웃음을 웃으니, 겁 많은 물고기는 모래 밑에 틀어백이고, 물결치는 뱃기슭에는 졸음 오는 믿음의 形象이 오락가락----- 어른거리는 그림자, 일어나는 웃음소리, 달아 논 등불 밑에서 목청껏 길게 빼는 어린 기생의 노래, 뜻밖에 情慾을 이끄는 불구경도 이제는 겹고 ,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끝없는 술도 이제는 싫여, 즈저분한 배 밑창에 맥없이 누으면, 까닭 모르는 눈물은 눈을 데우며, 간단없는 장고 소리에 겨운 남자들은 때때로 불이는 욕심에 못 견디어 번득이는 눈으로 뱃가에 뛰어 나가면, 뒤에 남은, 죽어 가는 촛불은 우그러진 치마깃 우에 조을 때, 뜻 있는 듯이 찌걱거리는 배 젓는 소리는 더욱 가슴을 누른다……
아아, 강물이 웃는다. 웃는다. 괴상한 웃음이다. 차디찬 강물이 껌껌한 하늘을 보고 웃는 웃음이다. 아아 배가 올라온다. 배가 오른다. 바람이 불적마다 슬프게 슬프게 삐걱거리는 배가 오른다…..,
저어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綾羅島까지 물살 빠른 大同江을 저어 오르라, 거기 너의 愛人이 맨발로 서서 기다리는 언덕으로 곧추 너의 뱃머리를 돌리라. 물결 끝에서 일어나는 추운 바람도 무엇이리오. 怪異한 웃음소리도 무엇이리오, 사랑 잃은 靑年의 어두운 가슴 속도 너에게야 무엇이리오,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 ,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로라, 사로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 주요한의 <불놀이> 창조 창간호 1919 2월호
이 시는 현대시로 한국 최초의 자유시이다. 이 시의 공간 배경은 대동강이다. 지배적으로 쓰인 표현기교는 주로 영탄법을 사용하였다. 이 시에 나타난 불과 물은 심상의 대립으로 보이는 詩語들이다. 이 시는 상징적, 感傷的, 산문적이지만 사실적과는 관계가 멀다. “아아, 날이 자문다. 西便 하늘에,......왜 나만 가슴에 눈물을 참을 수 없는고”는 지은 이의 ‘고독’을 노래하고 있는 부분이다(‘흥분’이나, ‘원망’이나 ‘회한’이 아니다). “가신 님 생각에 살아도 죽은 이 마음이야”는 ‘망국의 한’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 ‘소년’(1908)의 권두시 최남선의 “海에게서 소년에게”는 최초의 新體詩로 알려오고 있다.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은 자유형의 시로서 열거, 과장, 반복이 4.4조가 아닌 6.5조의 가락을 잇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현대시의 최초를 알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양상이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소년에 대한 기대로 가득해 있다.
심 훈(沈 薰 1901-1936) 소설가, 시인, 영화인, 언론인, 본명은 大燮, 아명은 삼준, 삼보, 서울, 노량진 흑석동 출생. 소설(상록수) (영원의 미소) (동방의 애인) (직녀성) 등.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敲)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 훈의<그 날이 오면> 전문
애국적인 열정이나 사회적인 책임감이 詩情으로 昇華하지 못한 아쉬움을 지니고 있음이 이 시의 약점이다. 그러나 나라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서울을 중심하고 있다. 밤하늘에 나는 새라면 무작정 나는 새이다. 그 날이 와서 기쁨으로 가득한 새가 무엇이 두려우랴! 이 외침은 모든 백성들의 소망이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하지 않는가
김수영(金洙暎 1921-1968) 모더니즘 계열인데, 1960년에 반 서정의 시로 경향을 바꾸었다. 저서: <거대한 뿌리>, <김수영 시선>, <풀이 눕는다>(한국명시선 100).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르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풀> 전문
여기서의 풀은 백성 즉 국민이다. 어떤 경우일지라도 눕는다. 울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풀은 뿌리까지 전체로 눕는다. 뿌리까지 눕고 사는 백성들의 심정을 읽고 있다. 그런 백성들의 심정은 오죽하랴! 앞의 시 <그 날이 오면>과 시의 갈래 상 공통점은 參與詩에 속한다. 문학적인 용어로서의 참여시란 정치문제나 시회문제 등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그 변화를 추구하는 내용의 시들을 말한다. 백성을 풀로 대칭하고 있는 이 시의 주제는 끈질긴 ‘생명력’을 나타낸다.
이육사 (李陸史 1904-1944) 시인 독립운동가. 본명은 原錄, 活. 1944년 북경 감옥에서 作故.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의 <曠野> 전문
여기에 나타난 광야는 ‘넓은 들’이 아니고 ‘빈 들’이다. 물론 빈 들이라 해도 넓기는 하겠지. 여기서의 광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삼천리금수강산이 아니겠는가.
A. 연은 해 돋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는 닭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빈 광야이다. B연은 우리의 조국이야말로 차마 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신성한 곳이다. C연은 세월의 흐름을 타고 거대한 문화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D연은 일제 학정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이 곳에 해방의 기운이 감돌고 가난 속에 소망이 보이는 현실이다. ‘눈“과 ’매화 향기‘는 서로 대칭의 관계이다. 눈은 일제의 학정, 매화 향기는 독립의 기운을 암시한다, E연은 비로소 광복의 기쁨이 白馬 타고 오는 超人처럼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매운 계절(季節)이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 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이육사의 <절정(絶頂)> 전문
이 시의 주제를 ‘極限 狀況의 受容과 超克’이라 할 수 있다. 첫 행의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의 표현은 촉각의 味覺化로 共感覺 표현이 된 부분이다. 끝 행에 나타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의 표현은 대립적 심상의 긴장과 충돌에 의한 역설적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없는 자신은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 현실이 자신의 절정이 아니겠는가.
박두진(朴斗鎭 1916.3.10.-1998.9.16) 1939년 <文章>지 데뷔.
시인, 호: 혜산(兮山), 안성 출신, 靑鹿派, 초기-이상향에 대한 열망.
광복 후 기독교적 갈망이 착색된 자연의 시화(詩化). 시집: <청록집>(공저), <해>, <오도(午禱)>, 인간밀림 등.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의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의 <해> 전문
해가 솟기를 기다림, 달밤을 싫어함, 청산을 좋아함,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보고 싶은 자아가 절절이 노래되어 있다. 이것은 한 마디로 광복에의 염원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기독교의 은혜의 세계에 대한 애타는 갈구이다. 기독교적이라면 그리스도적이요, 메시야적이다. 어둠 속에 억눌린 자의 확실한 해방에의 염원이다. 그러므로 해는 메시야적 절대적 대상이요, 모든 생명체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진리임이 분명하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사11:6-8).
이는 복음의 예언자로 불리는 이사야의 예언이다. 그리스도의 통치는 이미 인간 성품의 영역에서 이와 같은 類의 변화를 불러 일으켰으며, 궁극적으로는 전 피조물을 변화시키게 된다(롬18:10 이하). 특히 여기 표현된 사실들은 평강의 왕 메시야가 통치하게 될 왕국의 평화로운 모습을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에도 우리 마음속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임재하시면 즉, 해가 솟아오르면 이런 평화를 맛볼 수 있다.
서정적 산문시로 개념어나 추상어의 다양한 구사를 하지 않으면서도, 의성어 의태어 활유법 명령법 반복법 종결어미 사용 등을 통하여 자신이 소망하는 자아실현을 신앙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百 千萬 億겹 찬란한 햇살이 어깨에 내립니다.
자꾸 더 나의 위에 壓倒하여 주십시오.
이리도 새도 없고, 나무도 꽃도 없고,
쨍쨍, 永劫을 볕만 쬐는 나 혼자의 曠野에 온 몸을 벌거벗고 바위처럼 꿇어,
귀, 눈, 살, 터럭, 온 心魂, 全 靈이너무도 뜨겁게 당신에게 닳습니다.
너무도 당신은 가까이 오십니다.
눈물이 더욱 더 맑게 하여 주십시오.
땀방울이 더욱 더 진하게 해 주십시오.
핏방울이 더욱 더 곱게 하여 주십시오.
타오르는 목을 축여 물을 주시고,
피 흘린 傷處마다 만져 주시고,
기진한 숨을 다시불어 넣어 주시는,
당신은 나의 힘.
당신은 나의 主.
당신은 나의 生命.
당신은 나의 모두….
스스로 버리려는 벌레 같은 이,
나 하나 끓는 것을 아셨습니까.
또약볕에 氣盡한 나 홀로의 핏덩이를 보셨습니까.
박두진의「午禱」 전문
「오도」에서 볕만 쬐는 나 홀로의 曠野에 핏덩이로 주님을 향해 꿇어 있는 구도자의 모습(자아)을 본다. 귀, 눈, 살, 터럭, 온 心魂 全 靈이 주님에게 닳는 지극히 간절한 자아, 全知全能, 無所不在하신 하나님과 죄 많은 인간이 만나는 장면의 회화적 감각이 반복되어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땀 어린 기도의 모습도 떠오른다. 오직 주님을 향해 있는 인생의 모습이라는 간단한 시상을 바탕으로 이와 같이 절절한 믿음의 읊음을 통해 만백성의 공통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박 시인은 이 시에서와 같이 절실한 믿음으로 주님을 사모하며 살아온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午禱」는 기도 중에서도 가장 열심 있는 기도(强請祈禱)를 의미하기 위한 박 시인 나름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박두진의「하늘」전문
「하늘」은 나(자아)의 신앙적 승화로 하늘 즉, 주님과의 主客一體를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자아의 승리인 동시에 곧 믿음의 승리이다. 믿음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될 때 나타나는 신앙적 신비이다. 즉, 1+1=2이므로 완전한 것이 못된다. 주(1)와 객(1)이 일체가 되는 비결은 1+1로는 될 수가 없다. 1×1=1이 되는 비결을 이루어야 한다. 「하늘」은 이런 이치로 신앙적 자아실현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네 안에 네가 내 안에' 거(존재)해야 한다는 말씀과 같이,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되는데 초점이 있다. 이에 쓰인 점층적 수법은 매우 적절한 강조법이다. 내가 하늘을 향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내게로 온다" 시공을 초월한 곳에 계신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를 찾아 오셨으니 말이다. 이것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은혜이다. 그러므로 절대자를 만나는 인생은 자아실현의 승리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기독정신은 결국 구원의식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간의 구원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은총과 우리의 믿음으로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징검다리처럼 인간을 구원의 길목으로 안내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라면 문학은 구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확실한 이정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공헌하는 것 중에 기독문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A. 유관순(柳寬順)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3월 하늘에 뜨거운 피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여야 함을 알았다.
B. 아, 만세,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차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피 터져 솟아나는,
우리들의 억눌림, 우리들의 비겁(卑怯)을
피로서 뚫고 일어서는,
절규(絶叫)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C. 유관순 누나는 저 오를레앙 잔다르크의 살아서의 영예(榮譽),
죽어서의 신비(神秘)도 곁들이지 않은,
수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
흰 옷 입은 소녀의 불멸(不滅)의 순수(純粹), 아, 그 생명혼(生命魂)의 고갱이의 아름다운 불길의,
영웅(英雄)도 신(神)도 공주(公主)도 아니었던,
그대로의 우리 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一切)의 불의(不義)와 일체의 악(惡)을 치는,
민족애(民族愛)의 순수 절정(絶頂) 조국애(祖國愛)의 꽃넋이다.
D. 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언제나 3월이면, 언제나 만세 때면,
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누나, 누나, 보고 싶은 우리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 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운 맘 그 맘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3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
박두진의 <3월 1일의 하늘> 전문
이 시는 주제를 선명하게 하기 위하여 기념시, 행사시, 추모시, 격정적 시어, 유사어의 반복을 꾀하였다. 이 시는 형태상 자유시, 내용상 서정시, 경향상 참여시로 볼 수 있다. 이 시의 서정적 자아를 민족애에 눈 뜬 어느 소녀로 볼 수 있다. A연 2행 <뜨거운 피무늬>에서 역사적 항쟁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B연 2행의 <피 터져 솟아나는>의 수식을 받는 단어는 <깃발>이다. C연 1행의 <영예>의 문법적 성분은 주어, 서술어, 목적어, 독립어 중 목적어이다. 각 연의 마지막 어절을 보고 서정적 자아가 지닌 정신적 위상은 저항, 분노, 자각, 환희 중 ‘자각’이다. 이 시의 주제 행은 <민족애의 순수 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정지용 鄭芝溶 (1902.6.20.-1950) 시인, 6.25때 북한으로 납치되어 사망일을 모름. 시문학 동인, 모더니즘의 선구자. 옥천 출신, 활동기간 1926-1949, 천주교 세례명: 방지거.
A. 넓은 벌 동쪽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B.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C.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
D.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실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F.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G.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H.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I. 하늘에는 성긴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J.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의 <향수> 전문
정지용의 「향수」는 타향을 떠도는 자의 가슴에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의 設疑的 감탄이 짙은 향수로 배어 있다. 〈잊을 수 없는 고향〉을 5연이나 차지하고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를 반복하여 외치고 있다. 이 외침은 연설이나 웅변에서 들을 수 있는 크고 웅장한 소리가 아니라, 어쩌면 심 봉사가 심청을 인당수로 떠나보내며 신음하는 듯, 그런 몸부림일 것이다. 여기서 시인은 뜨거운 눈물줄기가 주르르 흐르는 얼굴로 실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그리움은 참을 수 없는 아픔을 동반한다.
이 시에 담긴 정경이 하나도 낯설지 않다. 그대로 우리의 품이며 정경이고 토속인 바로 우리네의 고향이다. 평화롭고 아늑한 고향이지만 "밤바람 소리", "함부로 쏜 화살", "밤물결 같은…사철 발 벗은 아내",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등에서 왠지 불안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것은 이 시인이 처해있는 시대적 환경의 알레고리적 묘사가 아닐까 싶다. 평화롭고 아늑한 우리의 고향이 일제의 虐政과 물려받은 가난에 휩싸여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이 시인에겐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지고 있다. 그 넓은 하늘빛이 그리워진다니, 얼마나 억눌리고 고립된 삶이었는가 짐작이 간다. 그러므로 무작정 못 잊는 그리움만 읊은 시가 아니라, 정작 그리운 것은 고향이 찾아 누려야 할 참 평화일 것이다. 이는 정경이 ‘그립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데 있다. 나라 잃은 설움에 아파하면서 신음하고 있는 당시의 민족정서를 우리들 귀에 들려주고 있는 시인의 울음이라면 잘못된 표현일까? 이런 점은 그가 모더니즘의 분위기를 짙게 연출하고 있는 향수의 품에 자리한 자아의식의 일면일 것이다. 이 시의 주제는 ‘영원히 잊지 못할’ 고향의 정경들이다.
이상화 (李相和 1901-1943) 호는 尙火. 백조 동인. 초기에는 感傷的 낭만주의 시를 썼으나 1925년 이후 저항적 민족적 시 세계로 변모.
A.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B.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C.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고나 !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D.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E.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F.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G.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H.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I. 강가에 나오는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답을 하려무나.
J.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어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K.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전문
이 시는1926년 <개벽>지에 발표한 바 있으나 계속 문제가 번지는 관계로 폐간되었다. 이 시의 주제는 국권회복에의 염원과 내면적 갈등이다. 이 시 전체에서 가장 自主的 저항이 나타난 구절이 있는 연은 I연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이다. 이 시는 거울을 드려다 보듯 명징하게 그 주제를 제목에 내세우고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내용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다.
김수영 시인, 수필가. 호: 운정. 수필집: 늘 추억의 저편>, 시집: <바람아 구름아 달아>, <그리운 손편지> 등, 민초해외문상 수상.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너의 마지막 열정
나의 더러운 겉옷을 빨간 단풍 낙엽으로
물감 드리며 감싸 안는다
내 몸에서 단풍 타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김수영의 -<단풍나무> 끝 연
자연이나 인생에서 일어나는 사물에서 자연스럽게 정서를 구해내는 문학이야말로 좋은 문학이다. “ 나의 더러운 겉옷을 빨간 단풍 낙엽으로/ 물감 드리며 감싸 안는다” 여기서 일반적 서정과 신앙적 정서를 겸하여 느낄 수 있지 않는가! 이런 시를 독자에게 선물하는 솜씨는 김수영 시인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단풍 자체는 붉게 타오르는 성령님의 모습이 아닐까. 성령님으로부터 감동함을 입은 영적 신앙세계를 표현한 색채가 바로 단풍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단풍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이렇듯 온 세상 사람들이 이런 경지에서 살아간다면 세상은 단풍 든 가을 산처럼 한없이 곱고 아름다울 것이 분명하다. 김 시인의 시들은 이미 단풍처럼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 들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스산한 가을이 와도
나 외롭지 않음은
나목처럼 헐벗은 나에게
그대의 따스한 온기가
단풍으로 옷 입히고
마음에 내리는 서리를 녹여
고목나무에 한 송이 꽃 피우는 일
사랑한다는 것은
속살까지 물이 드는 것이지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다
발갛게 피멍이 들어
사랑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지
양파껍질처럼
벗기고 벗겨도
남는 것은 사랑의 흔적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그 흔적을 갖고
그대 만나러 먼 길 떠나는 것이지
김수영의 -<사랑의 흔적> 전문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벗기고 벗겨도/남는 것은 사랑의 흔적”뿐인 것을 김 시인은 행간마다 한 자락도 놓지 않고 꼬옥 거머쥐고 있다. 둘째 연의 “그대의 따스한 온기”는 사랑의 따스한 온기이다. 이 온기가 덧입혀 주는 단풍이야말로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신비하게 감도는 靈威力에서 오는 색채인 것이다. 이토록 신묘한 색채의 “그 흔적을 갖고/그대 만나러 먼 길 떠나는 것”은 곱고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김 시인의 소망으로 가득 찬 인상적인 모습이다. 넷째 연에 “사랑한다는 것은/속살까지 물이 드는 것이지”라 했기에 더욱 그렇다.
사랑으로 꽃을 피우시고
인내로 열매를 맺으시고
환희로 결실을 거두시던 어머니
해님처럼 밝은 마음
달님처럼 잔잔한 미소
별님처럼 영롱한 꿈을
늘 심어 주셨는데
자석처럼 나를 끌어안은
신비한 파장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나를 조용히 흔드네요
육이오 전쟁을 겪으시고
험난한 세대를 살으셔서
이마엔 주름살이 늘어나도
훈장처럼 자랑스러워 하셨네
인생에 어두운 밤이 온다 해도
당신의 사랑은 촛불처럼 마음속에
꺼지지 않고 늘 불타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꽃으로
영원히 당신처럼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전문
“향기로운 꽃으로/영원히 당신처럼/살고 싶습니다”라고 노래하는 김 시인은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어머니의 존경할 사실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다. 예로부터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는 말처럼 김 시인은 어머니의 모습을 꼭 빼닮았으리라. 그러나 아무리 빼닮았다 해도 어머니만큼은 어림도 없다는 판단이 자녀들이 가지는 생각이다. 김 시인의 어머니는 전란 통에도 좌절하지 않으시고 자녀들을 훌륭히 키우시고 아들딸 가림없이 모두 일류대학과 대학원을 졸업시키셨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주셨을 뿐 아니라 김 시인이 목회자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기도와 도우심으로 정성을 베푸신 분이시기에 “자석처럼 나를 끌어안은/신비한 파장/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나를 조용히 흔드네요”라고 노래할 만큼, 김 시인을 흔들어 차고 넘치도록 키우신 분이시기에 김 시인도 그런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절절한 고백이다.
황혼이 깃드네
내 인생의 뒤안길에
말없이 찾아온 낯선 나그네
슬픔과 회한과 고뇌 속에
얼룩진 나의 삶이었어
작열하는 태양처럼
뜨거운 주님의 사랑이
밀물처럼 밀려와
내 영혼을 온통 불태우는데……
바닷가 모래 위에 새겨진 나의 발자취
하나 둘 셋……
나이테처럼 박힌 나의 연륜
뒤 돌아보면 이쉬움 뿐인데
구주 되신 주님이
나의 영혼 깊은 곳에
주님 형상 이루네
오 주님!
이 기쁨 이 소망 이 평강
진주보다 귀하고 정금보다 값진 보배
무엇에다 견주리까
분수처럼 솟구치는 이 감격
가눌 길 없어
독수리처럼 푸른 창공을
마냥 날으고만 싶어라
-<노을빛 황혼> 전문
어느덧 팔순을 넘기고 望九를 바라보는 김 시인의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며 절절히 느끼는 생애의 연륜에서 주님의 은혜에 감동하고 있는 절실함이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다보고 가눌 길 없어 독수리처럼 푸른 창공을 날으고만 싶은 감동적 신앙의 외침이다. 황혼이 깃드는 인생의 저녁 때 주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야 오죽하랴!
“분수처럼 솟구치는 이 감격/가눌 길 없어” 독수리처럼 날고 싶은 몸짓이 김 시인의 솔직한 현실이다. 이토록 솔직한 고백은 아름다운 시의 바탕을 이룬다. 얼마나 진실하고 얼마나 절실하고 얼마나 절절한가. 이런 간절한 마음 위에 주님은 살아 계신다. 이는 신실한 기도이기 때문이다.
봄이 그리워
피어나도 수줍은 신부
마냥 떨구운 목줄기
하늘 한편 우러러 보고픈
봄 아지랑이처럼 아롱거리다 마네
어찌 태어날 때부터 할민가
꽃다운 이팔청춘 어째고
처음부터 할미, 죽어서도 할미
할비 그리워 기다리는 마음
장미처럼 목타게 붉어도
못내 백발의 겉옷 벗지 못하는
할비만을 쳐다보는 한 가닥 사랑
굽어진 허리가 슬픈 운명
할비는 어디 가고 할미만 홀로 남았는가
산을 돌고 물을 건너 찾아 온 나그네
행여 할비인가, 굽힌 등 펴고
황망하게 달려가는 할미꽃
너를 보고 있노라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나도 할머니 무덤가에 피어난 할미꽃
김수영의 -<할미꽃> 전문
<할미>와 <할비>, 노인 여성과 노인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 <미>와 <비>의 재치로운 표현이 유머러스하다. 원래 여성을 <미>로 표현해 왔다. 할미, (지)어미, 아지미 등이 그것이다. “그 여자”를 “그녀”로의 표현은 순수 고유어가 아니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교수 박영준 소설가는 소설작품에 “그녀”를 “그미”로 표기한 적이 있었다. 또한 원래 남성은 <비>로 표현해 왔다. 할아비, (지)아비, 아재비 등이 그것이다. 김 시인은 이런 언어에서 느끼는 재치를 놓치지 않고 시적 적용을 하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할미 모습과 같다고 “할미꽃”이라 이름한 것에서 연유했다. 할미와 할비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쉽게 이해되는 시이다. 김 시인은 독자를 향한 분명한 손짓을 하고 있다. 난해시가 아닌 알기 쉬운 시정으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로 치면 흐린 물이 아니고 맑은 물이다. 물이 맑아야 내 모습이 분명하게 비쳐지지 않는가.
김 시인은 가시나무가 널려 있는 형극(荊棘)의 길을 살아왔다. 그 가운데서도 주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놀라운 靈眼을 갖고 시집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래서 시집 제목을 "바람아 구름아 달아"라고 이름했다. 이는 형극의 길에서 가시면류관을 쓰신 주님을 그리며 태어난 꽃처럼, 그 향이 짙게 풍겨나는 서정시들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김 시인은 자신이 주님과 함께 겪어온 고난의 삶에서 옥합에 가득한 나드(Nard)의 향기로움으로 독자들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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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시인 문학평론가
저서: <시편정해> 외 9권
sunhcho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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