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토론방 내용

2016.10.15 06:09

동아줄 김태수 조회 수:585

미당 서정주 토론방

조회 수 11958 2009.10.21
각계 인사 100여 명 참여 … 기념사업회 발기인 모임

100.JPG

발기인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 왼쪽부터 윤재웅·김원·김후란·송하선·서정태·김용직·홍기삼·김종길씨
오현 스님, 이근배·손숙·김성우·이남호·서지월씨. [동국대 제공]


“한국어를 미당만큼 아름답고 깊이 있게 한 시인은 일찍이 없었다. 한국 현대시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여러 말이 있지만 문학은 문학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

“한국 현대시에서 한 분을 뽑으라면 어느 누구도 미당을 뽑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당은 일부 오점이 지나치게 부각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그의 시가 빠지는 등 홀대를 받고 있다. 바로잡혀야 한다.”(시인 이근배)

미 당 서정주(1915∼2000)만큼 ‘논란’이라는 낱말과 친숙한 시인도 드물다. 국민시라 할 만한 ‘국화 옆에서’,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하는 ‘자화상’ 등 마음을 적시는 시를 누구보다 많이 남겼다. 1000여 편의 작품으로 그는 ‘부족 방언의 마술사’‘시의 정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친일, 5공 정권 지지 등이 발목을 잡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불균형’ 시정 작업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미당 9주기 기일인 올해 12월 23일 발족 예정인 미당기념사업회를 통해서다.

20 일 오후 서울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문학의 집, 서울’. 문인은 물론 연극인·화가·건축가 등 문화계 인사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당기념사업회 발기인 모임이 열렸다. 미당 정본 확정, 미당학회 발족, 내년 말 개관하는 서울 남현동 ‘미당 서정주의 집’ 운영 등 관련 사업의 구심점이 될 기념사업회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에서다.

기념사업회 구성은 올해 7월 한국일보 김성우 고문이 미당의 제자인 동국대 윤재웅 국어교육과 교수에게 제의해 급물살을 탔다.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건축가 김원씨, 이경철 문학평론가 등이 지난달부터 발기인 모임을 준비했다.

홍 기삼 전 총장은 “내년이면 미당 10주기, 2015년은 미당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된다”며 “미당 저작은 60여 권에 이르는데, 판본 비교를 통해 정본을 확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미당연구회를 학회로 등록하고 지방 순회 문학 강연을 하며 그의 문학세계를 제대로 알리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당의 동생인 서정태 옹,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용직·김현창 서울대 명예교수, 백담사 만해마을 오현 스님, 이종상 화백, 연극인 손숙, 시인 민영·김후란·조병무·김선영·신동춘·안혜초·강우식·노향림·홍신선·이경·신규호·서지월·홍성란·문태준씨, 소설가 김용성·신상성·정종명·김형경씨, 평론가 송하선·이남호씨 등이 참석했다. 이숙진 현대문학 대표, 박현숙 출판사 깊은샘 대표, 문효치 펜클럽 전 이사장 등도 함께했다.

중앙일보, 2009. 10. 21


댓글 '25'

미갱이

2009.10.23 10:14:16

하두 대학때부터 미당 선샘의 문학외적인 면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미당 선생 재평가 작업 한다니깐 엉? 하는 맘이 일단 들었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시를 쓰신 분이니까. 재평가 작업 논의를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참여문학 하시던 분들도 더 마니 참여해서 논의를 총체적으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김샘의 함께 하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고요.

(처음 올렸던 댓글 내용을  좀 바꿨습니다. )  

조작가

2009.10.24 12:27:35

글쎄요....그래도 난 찝찝해서.  
누군가 미당 복권캠페인을 한다면 그런가부다 하겠지만 내가 끼고 싶지는 않거든요. 
이 정부의 박정희 재평가 운동하고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느낌인데요. 
정치는 정치고 경제발전의 성과, 개발독재의 불가피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저는 어느 정도 수긍합니다. 하지만 내가 팔 걷어부치고 그런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은 거죠.
우리 이사장님께서는 어떤 깊은 뜻이 있으실 텐데요. 여하튼 전 그렇습니다.

거부기

2009.10.24 12:42:15

솔직히 저는 일제강점기 때 쓴 건, 강제로 쓰라고 했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고 하는데요...
전두환 찬양 시를 쓴 건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76년 한국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내소사 부근에 있는 질마재였슴다....   물어물어 찾아갔을 때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는 뜻을 그냥 이해할 정도로, 이 분의 시를 존경했었는데....  너무 안타까운 노년을 보내셨습니다.....
저는 이 분 스스로가 자신의 시를 무덤 속에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이 분의 시가 빠진 것은 홀대가 아니라, 자업자득입니다....
김원 선생님, 죄송합니다... 꾸~ 뻑~

페테라프

2009.10.24 15:56:42

기사 몇개 링크 올립니다.
기사 1
기사 2
기사 3
기사 4

미갱이

2009.10.24 21:36:05


이거는 오랫만에 우리 토론방으로 옮겨서 더 토론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첨메 엉? 하고 댓글 달았다가  가만히 좀 더 생각해 보고 댓글을 좀 고쳐 썼는데 말입니다.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서 여러 작품을 남기게 되는데, 평생 정의롭게,치열하게 살면서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가 제일 좋겠지만, 인생의 어떤 시절에 그렇게 살지 못한 작가도 있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그 작가의 어떤 시기의 훌륭한 작품이나, 문학적으로 우수한 작품들까지 몽땅 불쏘시개로 써버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일, 5공 예찬 경력이 있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고 작가의 전체 총점이 너무 높게 매겨져 있는 것은 조정해 낮추더라도, 어떤 시절 썼던 좋은 작품 등 부분적인 높은 점수는 그대로 살려 인정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저 논의가 어떻게 진지하게 진행되는지 함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냥 미당 예찬론을 쓰는 모임이어서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구요. 참여문학 하시는 분들도 함께 참여해서 미당 시를 지금 불쏘시개로 쓸 때 참말 100년 후, 200년 후 한국문학사에 너무 아까운 일로 남지 않을까를 아주 다면적으로 짚어보는 겁니다. 글고 보니까 궁문과 출신 미갱이 니도 열심히 봐봐야 겠구마. 미당님 시를 또 찾아 열씨미 읽어봐야겠네.하이구.

거부기

2009.10.25 04:05:22

미갱이님, 이제는 순수문학, 참여문학이라는 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참여문학을 하시는 분들도 함께 참여"하자는 건 성립이 안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모임은, 친일, 친독재의 허물과 미당 시를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건데요.....
미당 기념사업 하고 싶은 분은 하고, 하기 싫은 분은 안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미당에 대한 평가는 통일된 결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당 문제는 토론방으로 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김샘님. 꾸~ 뻑~) 

미갱이

2009.10.25 11:42:59

거부기님 지적이 맞네요. 순수문학, 참여문학이라는 말은 진짜 30년전 제 대학 다닐 때 피터지게 썼던 말이네요. 제 뜻은 미당의 시를 친일, 친독재 행위 때문에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고 판단했던 분들이 그 논의에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그 움직임이 진짜 설득력이 있을 거라는 거였는데. 글고 보니 현재 그런 상황도 아니고.

어쨌든 좀 더 깊이 생각해 볼께요.





공샘

2009.10.26 16:52:54

시인의 시와 그의 정치 사회적 행위를 분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들 중에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서정주의 시 만을 기릴 것이지 왜 서정주 개인을 기리는 활동을 하는 것일까? 게다가 미당학회?  동국대 국문과 출신들이 오바를 해도 좀 심한 것 같군요.

저기 모인 사람들 중 과연 얼마나 되는 사람이 서정주의 시 만을 기리고 싶어서 모인 사람이고, 얼마가 서정주와의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모였을까?

현정권 기간 중 역사를 새로 쓰고 싶은게지요.

김샘

2009.10.27 11:16:19

언젠가 이야기는 한 번 할 생각으로 이 기사를 올렸는데, 과연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바빠서 오래 이야기 못하지만 뭐 그리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니고,
무엇보다도 나는 그의 시들이 너무 좋습니다. 그러니 그가 평생 쓴 아름다운 시 1000편을 친일시 4편 때문에 읽어서는 안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과하다. 5공 찬양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것은 작은 약점이다.
고은 같은 배은망덕한 인간들 때문에 그런 인간적인 약점들이 부풀려져있다. 
고인은 잘못을 인정했고 여러차례 사과했다. 나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자신을 반성할 경우 불문에 부치는 가톨릭적 태도를 선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일은 서거 10주기, 탄생 100주기를 이야기 하는 그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역사새로쓰기 같은 정치색은 없는 것으로 본다. 나는 말년의 그분과 잠시 설계문제로 교분이 있었을 뿐이지만 평생을 짓누른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이해할 것 같다. 나자신 김수근 선생에게서 건축을 배우고 스승으로 모시지만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나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아니 어느면 반면교사로서 배운 점도 많다.
이상이 나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한 것입니다. 나중에 토론을 하면 더 정리가 되겠지만 하여간 그의 시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문창과 사람들에게서 좀 더 들었으면 좋겠네요.
총총.

동아일보

2009.10.30 11:36:02

내년 10주기… 기념사업회 윤재웅 교수 인터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시로 구현한 당대의 서정시인이었던 미당 서정주(1915∼2000). 친일 행적과 5공화국 정권 지지 등으로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돼 왔던 미당.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당의 문학적 성취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거 행적 논란으로 ‘문화적 유폐’

지난 10년 단점만 지나치게 부각

객관적으로 문학 성과 살펴봐야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은 20일 서울 문학의 집에서 ‘미당기념사업회’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이 사업회의 총무이자 미당의 제자인 동국대 윤재웅 교수(사진)는 “이제는 미당을 좋아하고 기리는 사람들도 목소리를 내서 공정한 재평가를 내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28일 동국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미당 서정주가 재평가돼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1980년대 이후로 미당에 대한 평가는 일방적인 내리막길이었다. 말년에는 거의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칩거하셨다. 문화적 유폐였다. 정치적으로는 지난 10년간 문단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던 진보 진영에 의해 미당의 단점이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돼 왔다. 미당의 재평가란 것은 맹목적인 추앙을 뜻하는 게 아니다. ‘서정주=친일파’라는 일방적 시각에서 벗어나 대시인으로서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에 덮여 있던 것들을 이제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펼쳐봐야 한다.”

―미당기념사업회에 대한 구상은 언제 시작됐나.

“구상은 오래됐지만 그럴 수 없는 분위기였다. 문학제나 시문학관 개관 기념행사라도 하려고 하면 일부 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했고 지자체에서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은 사회적인 분위기나 여론이 좋아졌다. 전북 고창 주민도 고창국화축제, 질마재문화축제 등 미당 관련 행사들을 반기고 군에서도 적극적이다. 시기적으로는 내년이 미당 선생의 10주기다. 여건이 무르익었다.”

―미당을 둘러싼 우여곡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고택 봉산산방인 듯한데….

“2001년 서울시에서 고택을 사들이려고 하자 친일파 집을 보존한다고 난리가 났다. 대시인이 30년간 살았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집 한 채인데 그 보존을 반대했다. 서울시와 관악구가 서로 미루고 떠넘기다 폐가로 방치돼 시간만 흘러갔다. 이제는 보존이 확정됐으니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창의 미당시문학관과 동국대에 분산된 미당 선생의 유품 중 일부도 그곳에 전시해야 한다.”

남현동 고택은 미당이 타계한 뒤 10년 가까이 폐가 상태로 방치됐으나 관악구는 올해 말 보존을 위한 개보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인이 30년간 살았던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인 ‘미당 서정주의 집’으로 내년 말 새롭게 문을 연다.

―앞으로 미당기념사업회가 다룰 현안은 어떤 것인가.

“미당이 대단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미당의 시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김대중 정부 때 이뤄진) 7차 교육과정 개정으로 서정주란 이름이 중고교 국어교과서에서 모두 사라진 뒤부터 서정주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도 많다. 미당 문학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2월 23일 발족식을 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조직위원회와 회칙을 꾸리고 미당전집과 미당문학사전 출간, 미당학회 발족 등을 준비할 것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친일-신군부 지지로 비판… 기념사업들도 찬반 논란에▼

미당은 평생의 시업()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 말 발표한 친일시와 신군부 지지의 행적으로 논란을 불러왔다. 2001년 고은 시인은 ‘미당 담론’을 통해 스승이었던 미당의 삶과 문학을 비판했다. 이후 이를 둘러싼 문단 내 찬반 논쟁은 미당의 시세계에 대한 상반된 평가로 나타났다.

미당의 문학과 삶을 기리기 위한 사업들도 논란을 낳았다. 2001년 전북 고창군에 건립된 미당시문학관에는 일부 단체의 요구로 현재까지 친일시가 함께 전시되고 있다. 2007년에는 동국대 주최로 ‘미당의 친일문학-식민지 문인의 내면과 친일의 정신구조’란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으며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를 친일인명사전 문학부문 수록 예정자로 발표했다.

동아일보, 2009. 10. 29


거울 앞에 선 서정주 시인
국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라고 국화를 노래했던 미당 서정주 시인이 다시 생각나는 때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책, 함께 읽자' 캠페인에 매달 참여해온 한국문인협회가 오는 31일 국화 축제가 열리는 전북 고창의 미당문학관에서 '미당 시낭송회'를 연다.

미당의 과거 경력을 놓고 문단에서는 여전히 찬반이 엇갈린다. 미당의 제자 중 올해로 등단 40주년을 맞은 문정희·이시영 시인조차 최근 대담을 갖던 중 입장을 달리했다. "스승을 부정하는 것도 스승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이시영 시인이 말하자, 문정희 시인은 "미당만큼 우리 모국어의 위치를 높인 시인이 또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갑자기 미당의 친일시 '오장 마쓰이 송가(頌歌)'가 거론됐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伍長)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한살 먹은 사내/(…)/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리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미당이 1944년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발표한 시다. 전쟁터에 끌려간 조선인 청년들의 죽음을 찬양한 이 작품 때문에 미당은 오늘날 '친일문학의 거장'이 됐다. 그런데 이시영 시인은 "마쓰이 히데오(한국명 인재웅)는 죽지 않았어"라며 고은 시인의 시집 '만인보'에 '돌아온 마쓰이 오장(伍長)'이란 시가 있다고 들려줬다. 시단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였다. 뒤늦게 2007년에 나온 '만인보' 26권을 검색하니, 고은의 시가 정말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죽어간 것이 아니라/ 미군에 투항 포로가 됐다/ 1946년 1월 10일/ 장렬하게 전사했다던/ 마쓰이 오장이/ 미군 포로수송선에 타고/ 인천 월미도에 왔다/(…)/지난날 거짓 전사한테/ 송가를 쓴 서정주의 송가도 헛것이 되었다'

마쓰이로 불렸던 조선 청년 인재웅이 죽지 않고 돌아왔다는 사실은 한국인 특공대원 11명의 삶을 5년 동안 추적한 이향철 광운대 교수에 의해 밝혀졌지만, 소수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문단에서도 대부분 모르는 일이었다. 고은 시인은 스승의 친일시가 '헛것'이었음을 밝힌 시를 쓴 배경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으니 이해해 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이시영 시인은 "역사가 시인의 작품과 달리 진행됐는데, 시인이 그 시로 인해 죽어서도 욕을 먹으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신경림 시인은 최근 한 계간지와의 대담에서 "친일시 몇 편을 썼다고 서정주 문학 전체를 부정할 수 없는 거 아닌가"라며 차분한 평가를 요구했다. "북한은 친일을 완전히 극복했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안 그래. 월북해서 북조선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까지 하고 북한 애국가를 작사한 박세영이나 북한에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쓰고 혁명 시인 칭호를 받은 이찬도 친일시가 있어. 균형감 있게 평가해야지. 너무 부정적인 면만 보려고 하면 안 되고, 서로 위해 주는 게 있어야지."

미당 자신이 마쓰이 시에 대해 참회를 한 기록도 한두 군데 남아 있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 1992년 2월 29일자에서도 미당은 "나에게 친일 문인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분명히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사죄했다. 총독부의 압력과 바깥세상에 대한 무지의 결과였다는 점에서 미당 또한 수많은 '역사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이제 우리는 '거울 앞에 선 미당'을 꽃 한 송이 구경하듯 있는 그대로 바라볼 만큼 성숙해질 때가 되지 않았는가. 국화 피는 이 계절에!

조선일보 2009. 10.22.

공샘

2009.11.04 09:30:45

서정주를 비판하는 이유가 마치 친일시 몇편 썼기 때문인 것으로 국한해서 기사를 쓴 것 같습니다.

친일문학이나 활동은 다른 사람들도 많이 했고 본인들의 이유란 것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변호하는 사람들이 다른 업적을 운위하면서 균형된 시각 또는 전체로 보자는 등의 논리도 흔히 제기되고. 서정주의 경우에도 그 틀에 슬쩍 껴서 넘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차리리 저는 친일문학보다 서정주가 전두환 찬양시를 쓴 것에 대해 본인은 무엇이라고 변명했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옹호하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어찌 보면 서정주 뒤에 숨어서 박정희와 전두환 때 일부 문인들과 문예 협회가 정권에 기생해서 자신의 생계와 동네 권력을 누렸던 것을 서정주 뒤에 숨어 이제와 세탁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껏 기사에서 인용한 신경림씨도 동국대 영문학과 출신에 동국대 교수라는 것을 알렸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같이 연줄과 파벌이 중요한 나라에서는 자기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그룻된 행동을 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배은망덕하다고 하고, 개인적으로 비판하면 왕따 돌리고, 가만히 있자니 묵인하는 것 같고, 공개적으로 변호하기는 옹색합니다. 이럴 경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좋은 전범을 우리 사회는 아직 안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갱이

2009.11.25 07:21:15

김샘이 이 문제를 아주 진지하게 제기하셨는데, 이 논의가 너무 예민해 저도 솔직히 적극적으로 토론하자고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넘 바빠 정신이 없기도 했구요. 그리고 서정주님의 시를 '국화 옆에서'  등 몇개 말고는 통 읽어보지도 않고 논의를 한다는 게 참 말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더랬습니다.

그래서 오늘 짬난 김에  미당 서정주 홈페이지에 가서 시들 좀 읽어봤습니다. 참 좋네요. 넘 조아서 몇개 퍼와 봤습니다. 이바닥님이 올리신 사진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데 진집하게 토론을 계속 해보면 어떨까요?

그 애가 물동이의 물은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 

그 애가 샘에서 물동이에 물을 길어 머리 위에 이고 오는 것을 나는 항용 모시밭 사잇길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동이갓 의 물방울이 그 애의 이마에 들어 그 애 눈썹을 적시고 있을 때는 그 애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지만, 그 동이의 물 을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조심해 걸어와서 내 앞을 지날 때는 그 애는 내게 눈을 보내 눈을 맞추고 빙그레 소리없이 웃었습니 다. 아마 그 애는 그 물동이의 물을 한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을 수 있을 때만 나하고 눈을 맞추기로 작정했던 것이겠지요. 

『질마재신화』에서 

진영이 아재 화상(畵像) 

우리 마을 진영이 아재 쟁기질 솜씬 
예쁜 계집애 배 먹어 가듯 
예쁜 계집애 배 먹어 가듯 
안개 헤치듯, 장갓길 가듯. 

샛별 동곳 밑 구레나룻은 
싸리밭마냥으로 싸리밭마냥으로, 
앞마당 뒷마당 두루 쓰시는 
아주먼네 손끝에 싸리비마냥으로. 

수박꽃 피어 수박 때 되면 
소소리바람 위 원두막같이, 
숭어가 자라서 숭어 때 되면 
숭어 뛰노는 강물과 같이. 

당산 나무 밑 놓는 고누는, 
늙은이 젊은 애 다 훈수 대어 
어깨너머 기우뚱 놓는 고누는 
낱낱이 뚜렷이 칠성판 같더니. 

『신라초』에서


서정주.jpg
첨부첨부 (2)

미갱이

2009.11.25 07:46:04

oh my god! 제가 다시 그 사이트를 뒤져 보다가 자유게시판에서 이 시를 발견했네요. 진짜 서정주님이 쓴 시일까요? 초등학교 2~3학년이 쓴 시같은데 말임니다. 이해해 보려 아무리 애써도 이건 정말 힘드네요.

(전두환 56회 생일 축시)

서정주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쥐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서정주(1987. 1)


조작가

2009.11.26 22:55:53

전두환 찬양시 쓴 건 알고 있었지마는 생신축하시까지 써서 받치신 줄은 몰랐네. 말년에 치매 안걸리겠다고 세계 6대륙의 산 이름을 외웠다던데 72세에 치매 걸려서 쓰셨을 거 같지는 않고....
해방되고 나서 자신의 친일행위에 대해 "대동아공영권이 2-3백년 갈 줄 알았다" 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는 시대의 맹목에 갖혔었노라 나름 이해도 되고 연민도 가는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1980년대는 그 정권에서 뭔가 얻어먹겠다고 작정한 사람들 한줌을 빼고는 초등학교 저학년생도 시대의 정체를 대략 파악하고 있었던 그런 명쾌한 시대였건만......
용비어천가가 바로 이런 것이니, 그는 몸은 2000년에 졸하였지만 정신은 결국 현대에 도착하지 못하고 중세 왕조시대를 헤매다 떠났네.
모국어를 갈고 닦은 업적이 설사 걸출하다 해도 그 업적을 정치적으로 엿 바꿔먹구서는 이상한 매연을  풍겨 대중의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면,  과연 그 업적만 기린다는 것이 가능한 사업일까.

허송세월

2009.11.28 11:29:13

국화옆에서 라는 시의 국화는 일본 천황가 상징꽃이고, 기실 일왕을 칭송하는 시입니다. 

공샘

2009.12.02 18:27:54

서정주가 이런 시를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 한심해하기 보다는, 차라리 이런 시를 굳이 써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가 궁급해집니다. 

그는 이걸 써서 무슨 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무슨 이익을 얻었기에 이에 대한 보담으로 이런 걸 써서 신문에 실으라고 헀을까? 

현대문학사에서 서정주 평전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을 연구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미갱이

2009.12.04 09:01:36

그동안 짬짬이 우리 도서실에 있는 서정주 시선집,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서정주님 시들을 찾아 읽어보고, 평전들도 좀 찾아 봤습니다. 정말 대단한 시들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예전에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이 사람이 전두환 정권 지지 어쩌는 이야기가 나온 후로 필름이 뚝 끊겨 버렸었다는 것도 깨닫게 됐구요. 어쨌든 이것저것 찾아 읽다보니 참 훌륭한 시들이 많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자꾸 들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시들과 위의 전두환 생일 축시, 일제시대 그 시들을 비교해 보면서 말입니다. 그 생일 축시 같은 건 서정주님이 쓴 시가 아닌게 아닐까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혀 다른 자아가 똥싸듯, 침뱉듯 갈긴 낙서 같단 말입니다.

그래서 공샘도 이야기하셨듯 왜 이렇게 한 사람이 전혀 다른 시를 썼을까를 저도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 서정주 기념사업회든, 서정주 시 제대로 다시 보기 사업회든 아주 중요하게 분석하고 탐구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왜 그는 그런 시를 썼을까? 제가 혼자 막 생각해 본 거로는요.

배가 고파서? 배가 고파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시인이 가장 배고픈 직업이라고는  해도, 서정주님은 동국대 교수도 하고, 이래저래 배가 고파서, 돈이 고파서 썼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명예욕 때문에? 정권의 호위를 받고, 한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명예를 정권이 바뀌어도 쭈욱~계속 이어가고 싶어서? 그 명예욕과 그의 다른 시 속에 나타나는 자아와는 상당히 괴리감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건 더 분석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일제시대든, 전두환 정권때든, 뭔가 권력층에게 빼도박도 못할 흠이 잡혀서? 뭔가 그런 일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도 아니면 그냥 '에잇 병신 같은 놈들 엿먹어라!' 하는 맘에서? 글쎄요.
아니면 심한 자아분열?

저도 글쓰는 걸로 입에 풀칠하고 살아본 처지에서 말입니다. 심한 자아분열 증세가 아니고서는, 배고파서, 명예욕 때문에, 흠이 잡혀서, 병신 같은 놈들 엿먹어라! 하는 맘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철학과 전혀 다른 글을 쓰는 일은 그 사람이 쓴 다른 글의 힘까지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글이 일기장에 쓴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매체에 공개적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제 결론은요? 서정주님의 많은 시들이 참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전두환 찬양하는 시를 썼기 때문에 그의 작품 전체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에는 반대합니다. 서정주님의 시는 한국현대문학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 '서정주 시 제대로 다시 보기 사업회'(제 멋대로 이름 붙였습니다.)는  왜 전혀 다른 자아가 쓴 것 같은, 쓰레기같은 시를 서정주님이 쓰셨을까를 아주 냉철하게 분석하는 걸 주요사업의 하나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꼭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부분이 명확히 밝혀져야 서정주님의 다른 훌륭한 시들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프지만 그 작업을 제대로 할 때에야 그 아름다운 많은 시들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정주님을 생각하면서 중죄를 짓고 감옥에 갇힌 예술가를 떠올렸습니다. 중죄를 지었다고 그의 예술 작품을 땅 속에 파묻어 버려야 할 필요는 없는 것처럼, 서정주님의 작품들은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죄의 내용이 그 예술가의 작품과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는 일이라는 것이, 전 인격을, 전 삶을 내걸고 하는 예술활동인지라, 그 중죄의 내용이 그의 작품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휴. 요기까지가 제 영 부족한 고찰입니다.


거부기

2009.12.04 14:27:42

# 이 글은  생일 축하시를 합리화 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런 시를 쓴 이유를 추측해본 글임을 밝힙니다.

제가 생각할 때 전두환 생일 축시를 쓴 이유는 대단히 단순하다고 생각됩니다...
미당 특유의 주책입니다....
전두환에게 아부 하려는 누군가가, 미당 지인 혹은 후배 문인 앞세우고, 양주 한병과 백만원 쯤 든 봉투를 갖고 찾아 가서 부탁하니까, 대접해주는 게 좋아서 허허 웃으며 써준 거라고 생각함다....
제가 아는 미당은, 시인 특유의 천진함과 주책이 뒤섞인 삶을 살았습니다....
미당은, 생일 축시는 정식 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게 제가 아는 미당의 사고방식입니다....  

김샘

2009.12.06 18:06:20

거부기님 해석에 한표.

공샘

2009.12.04 16:48:10

이건 그냥 거부기님 혼자 추측인거지요?

단순 추측에 토를 다는 것이 부질없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 시는 그냥 전두환 혼자 보고 말 시가 아니었지 않나요? 제가 기억하기에 서정주는 이 시인지 아니면 다른 시인지를 신문에 실었습니다.  독재자를 찬양하는 시를 신문에 싣는다는 것은 시를 쓰는 것 치고는 대단히 대놓고 하는 건데 별 생각 없이 써주었다?

차라리 그 당시 문협이나 예술 단체 선거, 국가 제공 연금 수혜 등이 있었는지, 아니면 서정주에게 불리한 일이 벌어질 상황이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미갱이

2009.12.05 14:52:23


오늘 미국친구에게 서정주님 이야기를 하면서, 영미 시인들 중에 이런 비슷한 사례가 없을까 물었더니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를 이야기하더군요. 20세기 영미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에즈라 파운드 말입니다. 에즈라 파운드는 2차대전때 이탈리아로 건너가 파시즘을 열렬 지지했다가, 1945년 미국군에 체포돼 전범 수용소에 6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답니다. 재판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왔지만  '재판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정신이상' 이라는 의사들의 선고를 받고, 정신 질환 죄수를 수용하는 워싱턴 D.C.의 세인트엘리자베스 병원에서 12년(1946~1958)을 보낸 후 자유의 몸이 됐답니다. 거의 사형당할 상황이었던 그를 정신병원으로 보낸 것은 그의 작품을 아끼는 수많은 작가들이 탄원을 하고 찾아가고 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참고:http://en.wikipedia.org/wiki/Ezra_Pound, http://k.daum.net/qna/openknowledge/view.html?category_id=OJ&qid=2f1vO&q=%BF%A1%C1%EE%B6%F3%C6%C4%BF%EE%B5%E5%C0%C7%BD%C3&srchid=NKS2f1vO)

누구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샘

2009.12.06 00:08:33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첫째, 파운드가 2차대전 중 이탈리에서 파시즘을 옹호하는 행동으로 한 것은 라디오 연설이나 산문을 통해서였습니다. 파시즘이나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시를 쓴 것은 아닙니다. 또, 그러한 그의 행동은 그가 믿는 신념에 의거한 것이었습니다.

서정주는 독재자를 찬양하는 시를 써서 신문에 실었습니다. 또, 그 시라는 것도 사실 시라고 할 만한 것도 아닙니다.동장 아저씨라도 그런 정도는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그런 시를 쓴 것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저 권력에 아부해서 고물이나 받아 먹으려는 자의 소행으로만 보입니다.

거부기님 말을 상기하면서 든 생각인데, 혹시 한국 시인들 사이에는 돈 받을 수 있으면 시를 써주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풍습이 깊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그런 것이 서정주로 하여금 그런 시를 쓰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직접 유명 시인인 본인에게 들은 건데 돈 받고 행사 축하 시를 써주었다고 하더군요. 자기가 얼마나 멋지게 시를 만들어주었는지를 자랑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상하게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도 서정주 제자이고, 이번 기념 모임 멤버이기도 합니다.) 그림 한폭 그려 주고 돈 받는 화가들과 무엇이 다르냐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림은 시각적인 미를 다루고, 시는 언어를 통한 의미를 다루기 때문에 저로서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전두환 초상화 드려주고 돈 받았다고 화가를 비난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미갱이

2009.12.06 01:18:44

공샘 중요한 지적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저도 에즈라 파운드가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에서 방송하면서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시를 썼는지를 계속 그 친구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했었는데요.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그런 시를 발표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뭇솔리니를 찬양하는 방송 중에 문화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언급도 하고, 〈제퍼슨과 무솔리니 Jefferson and/or Mussolini〉(1935)라는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산문을 쓰기도 한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는 시인이자 평론가였기 때문에 꼭 시가 아니라 산문으로 쓰거나, 방송으로 한 것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시즘에 대한 경도가 그의 다른 시들에 녹아 나온다는 여러 지적도 있습니다. 그때 방송 녹음 자료가 미국 국회도서관에 몽땅 보관돼 있다니 함 찾아보고 싶기도 하네요.ㅋ

어쨌든 시를 쓰지 않았다고 칩시다. 하지만 시로는 쓰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한 해석은 또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이 자신의 신념으로 독재자를 찬양하는 산문을 쓰고, 방송을 하면서, 시로는 쓰지 않는 행위와, 시인이 자신의 신념은 아니지만 독재자를 찬양하는 '엉터리' 시를 써준 행위. 어떤 것이 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행위일까요?

오히려 시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뼈골 속속 독재자의 정신과 철학을 찬양하고 산문이나, 방송을 한 시인이, 뼈골 속속 독재자의 정신과 철학을 찬양하지는 않으면서 독재자를 찬양하는 시를 써준 행위 보다 더 죄질이 무거운 게 아닐지?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솔직히 서정주님이 전두환을 찬양한 시를 읽다가 처음엔 너무 기가 차고 속이 상하다가, 한참 지나면서는 속으로 휴유~하는 맘이 좀 들었더랬습니다. 찬양하는 시를 다른 시들처럼 훌륭하게 썼다면 정말 더 면죄부를 주기 힘들거라는 생각도 들었더랬습니다. 그러고 보니, 에즈라 파운드는 전범 수용소 6개월, 정신병원 감금 12년 형을 받았네요. 물론 이 모든 것에는 이들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에게 의미가 있는,  문학 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미갱이

2009.12.06 13:34:35

에즈라 파운드가 수십년간에 걸쳐 쓴 장시 Pisan Cantos에서 말입니다. Canto 73이 캐나다인 군인을 유인해 오빠로 하여금  살해하도록 만든 한 파시스트 소녀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등 몇개의 Canto에서 파시즘, 뭇솔리니를 찬양하는 내용이 나온답니다. 말하자면 에즈라 파운드도 파시즘, 뭇솔리니를 찬양하는 시를 썼다는게 나오네요.

휴~'동서양 위대한 시인의 반역사적인 정치적 행위와 그 재평가 과정에 대한 대고찰'  정말 큰 주제인 것 같습니다. 두 시인을 비교하다 보니까, 에즈라 파운드는 12년간 정신병원 수용, 6개월간 전범 수용소 수용 등으로 반역사적, 정치적 행위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받았는데, 우리나라 시인들은 반역사적, 정치적 행위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았던 게 또 하나의 차이가 아닌가는 생각도 듭니다.

* 아래 관심있는 분들 함 보셔요.

Ezra Pound and Mussolini in Fascist Italy
Pound and Fascism

매화

2010.11.20 22:42:58

저는 시인도 아니지만 시인의 살아행적은 참으로 친일적입니다. 친일의 역사, 일제의 침탈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유는 그 고통으로 인하여 지금까지도 연장되고 있는 삶의 질곡 때문입니다. 서정주가 시인으로서 행한 일련의 행위는 그가 아무리 우리글로 좋은 시를 썻지만 감동이 오지 않는 다는 말입니다. 그의 정신 상태는 글렀습니다. 일반 백성의 한사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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