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찬강문학상 시조 우수상/정황수

2017.09.12 08:24

동아줄 김태수 조회 수:291

차디찬 패러독스

정황수

 

 

입 앙다문 알파고가 361개 교차점에

이분법 하늘 앉혀 펼친 묘수 치밀하다

데이터 모눈 꿰뚫고

승리는 늘 그의 것

 

앞서가는 세몰이를 당신 어찌 감당할까

어느 포석 승부처로 세상 훈수 갈앉힐까

아연히 따옴표 모아

어설프게 뒷북치다

 

옴짝 못할 덫에 덜컥 천 길 벼랑 초읽기 판

이악스런 틀에 맞선 칼날 위 진검승부다

부릅뜬 뇌 줄기세포

펄펄 끓는 자존自尊 높이

 

스스로 판 함정 속에 허둥대는 시간 비껴

생이지지生而知之 신의 묘수

질끈, 불끈 갈마쥐고

망석중 저 에이아이AI

관절 뚝뚝! 꺾을 거다

 

 

 

 

 

 

 

 

 

 

 

서울역 2번 출구

 

 

사위스런 헌혈의 집, 피죽바람 꿈틀댄다

북악 향해 부라리는 왈우*의사 발치 너머

움츠려 비치적거리다

무너지는 노인 하나

 

너부러진 지린내에 눈빛 흐린 검덕귀신

언제쯤 밥퍼 훈기 꽁꽁 언 몸 녹여낼까

장막 친 예배 소리가

이명으로 들리는 밤

 

제살붙이 강울음에 못 이긴 척 눈길 주다

도망치듯 힐끔대며 등짝 보인 어둑서니에

오갈 곳 접은 유랑을

냄새 풍겨 대지르나

 

아랫목을 지워버린 막장 그 어딘가에

불현듯 잡혀지는 따스한 손길 여미며

눈 감은 자라투스트라

함박눈이 떨고 있다

 

 

 

 

 

 

 

 

 

* 본명 강우규(姜宇奎, 1855~1920). 1919년 조선총독부 총독으로 부임해 온 사이토 마코토를 저격하였으나 거사에 실패하였다. 서울역 광장에 동상이 있다.

 

달 가르는 새[朔禽*]

 

 

달 위에 뜨는 갑골문

드난살이 시려, 싫어

 

조강祖江 너머 칼바람에

베인 얼굴 붉디붉게

 

저마다

목청을 돋워

 

달 가르는

불협화음.

 

조율 없이 퍼덕이는

오목가슴 저려, 절어

 

마니산 제천祭天 가을

백두 눈빛 그렁하게

 

남과 북

한 줄로 꿰어

 

갓밝이에

걸고 싶다.

 

 

 

 

 

 

 

 

 

* 큰기러기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소감

정황수

 

 

사이보그 물결이 점점 거세지는 작은 별 한 모퉁이, 어딜 가나 손에 소형 다기능 전화기를 들고 거북목을 한 채 집중하는 사람들뿐이다. 기계화 시대에 앙앙불락 사그라지는 감성의 끝자락을 붙움키고 다투어 고개를 내밀기보다 어떻게 하면 건조해진 호모 사피엔스 가슴에 우리 마음을 심을 것인가 하는 절박한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빨리 흐름을 읽고 분연히 일어섰던 홍의장군의 형형한 결기가 절실해지는 오늘이기도 하다.

몇 년간 서울시 지하철 항아리를 관리하며 편애하는 시조만을 고집하다 비바람 가을 문턱, 갈림목에서 한 통 전화로 발걸음을 되돌리고 새벽잠 설치며 일어서는 나에게도 내일은 분명 밝은 햇살이 소복이 부서질 것이라 자위한다.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리며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이 상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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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수

 

1948년 경북 영주 출생.

2010년 ⟪문예운동⟫신인상. 2015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집『안개의 꿈』 시조집『기리에를 위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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