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의정부 문학상 수상자 발표

                              <시 부분 심사평>

 

세상살이는 갈수록 미궁이지만 시를 읽는 일은 즐겁다. 명예도 부도 되지 

않는 시를 쓰겠다고 어린 학생들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전국

각처에서, 심지어는 해외에서까지 투고한 작품들을 숙독하며 한편으론

엄숙한 기분마저 들었다.

 

 학생부에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끈 것은 강산하의손톱이 짧아질 때

2, 박혜민의 사진2편이었다. 강산하의 작품 중 손톱이

짧아질 때가 시적 완성도가 뛰어나다. 삶의 구체성을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

사유가 깊고 묘사력이 돋보인다.‘어지간한 상처를 물어뜯은 그믐달이/속손톱처럼

돋아 오른다와 같은 표현이 그렇다. 자칫 감상에 떨어질 위험이 있는 진부한

 소재임에도 적절히 감정을 절제한 것도 일품이다. 다만 관념적인 첫 연이

이 시의 맛을 흐려놓고 있음을 재고해보기 바란다.

 박혜민의 작품은 상상력의 진폭이 크고 언어가 활달하다. 다채로운 이미지를

통해 사진과 풍경을 이야기 한다거나 사막과 할아버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중첩시켜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우수하다. 그러나 기성시단에서 너무

흔하게 보는 작품들 같았다.‘들숨과 날숨이 하나의 풍경이 되어가고

(고요한 침묵중에서)와 같은 빼어난 묘사에도 불구하고 너무 산문적이다.

언어의 소비를 줄이고 시적 대상에 집중한다면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일반부의 작품은 시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넋두리, 일기, 편지 등과 같은

작품들이 많았으나 눈길이 가는 작품을 여러 편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박은중의 600그램2, 정택의 변신의 귀재2, 박은주의 숙취

2편이 선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먼저 박은중의 시는 오랜 습작의 흔적이

 엿보인다. 가장 큰 강점은 진정성이다. 아슬아슬하게 자기 안에 갇힐 뻔한

이야기를 시로 승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도시라는 거대한 사물을

형상화하여 편을 갈라 오가는 무리가/엉겨 붙지 않도록 늘 중재를

하고, ‘눈에 띄는 선명한 옷을 입어야 한다라고 할 만큼 통찰력도

 뛰어나다.

 정택의 작품 중에서는 낙엽 주의가 빼어났다. 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백의 맛이 있었다. ‘잡풀만 나버린 할머니를 낙엽에서 찾았다와 같은

진술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또한 파적에서는 진중한 울림을 보여주어

선자들을 기쁘게 했다.

 박은주는 손발이 늘어질 때 혀는 묻어둔 자물쇠를 뱉어’(숙취

에서) 내는 능청스러움과 함께 꼬마전구가 박힌 게임판 같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잔을 기울이는 화자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었다.

 

의정부문학공모전에 응모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입상하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아류를 좇지 않고 자기만의 진정한 시 쓰기를 통해

이 땅에 아름다운 희망의 꽃씨를 뿌리길 바란다. <심사위원 일동>

 

<시 부문 수상자>

 

수상명

성 명

소 속

제 목

대상

강 산 하

광주동신여자고등학교 2-3

손톱이 짧아질 때

 

 

 

 

 

<학생>

수상명

성 명

소 속

제 목

금상

박 혜 민

은광여자고등학교 3

고요한 침묵

은상

김 성 현

경민고등학교 2-1

메모리

은상

최 민 준

서강고등학교 2-5

부재중

동상

한 명 오

안양예술고등학교 문창과 2-7

기억의 뒤꿈치

동상

김 예 린

고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문예반

동백꽃

동상

김 정 하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3-5

공원의 탈

장려상

전 대 원

목포덕인고등학교 1-4

골목에 서면

장려상

김 진 환

기흥고등학교 1-1

허공

장려상

엄 성 준

송림고등학교 2-7

갈증

 

 

 

 

<일반부>

 

수상명

성 명

소 속

제 목

금상

박 은 중

의정부시 신곡동

도시

은상

정 택

의정부시 용현동

낙엽 주의

은상

박 은 주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숙취

동상

이 문 희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무지개골 쌍섭씨

동상

신 미 숙

의정부시 민락동

숨소리

장려상

정 월 숙

충북 음성군 음성읍

시골장터

장려상

황 치 복

서울시 강북구 번동

일어서는 물

장려상

김 경 구

충북 충주시 지현동

늦가을 이야기

장려상

김 태 수

해외 거주

서민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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