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다

2005.04.09 11:41

김사빈 조회 수:32 추천:5

배추 시장  

여름을 묶어 놓던 질푸른 퍼런 강산도 이제 느슨하게 손을 풀고 가을 받아 드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 노란 옷을입은  이파리들이 하나 둘 나폴 나폴 날아 다니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름에 기승을 부리던 햇살도 툇마루로 물러 나 앉아서 빨간 고추에 잠시 머물다가 지붕위에 박넝쿨 사이로 들어 가기도 하다 감나무에 앉아 마당을 그윽히 내려 다 보면서 한가히 즐기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겨울 준비를 하여야 한다. 여름내 가꾸어낸 무 배추를 실어 나르는 트럭은 바쁘게 움지기이며 서울 사람들의 겨울 준비를 위해 시골 자갈길을 탈탈 거리면서 흙먼지를 날리게 된다 .
  흑석 배추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겨울 준비 하느라고 모여 들기 시작을 한다 .10월부터 11월 까지 한달을 준비 하는 배추 시장은 사람들의 푸짐 한 인심들이 폂펄 나른다 . 각박하고 모난 인심들이지만 이때만큼은 인심이 푸짐하다 . 배추를 시장에 부리면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여 합니다. 트럭 위에서 배추를 던지면 밑에서 받는 사람이 필요 하고 그 배추를 가즈런 예쁘게 쌓아 놓는 사람이 필요하다 . 배추를 상품화 하자면 배추 위에 붙은 퍼런 잎은 떼어 내고 덜퍼런 이파리를 노란 속살이 보이도록 다듬에서 산처럼 쌓아 놓으면 그 배추 산을 보고 배추 사고 싶은 충동을 가집니다 .어떤 배추가 맛이 있어 이겨울 따뜻하게 지낼까 하고 아줌마들이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 합니다. 그러면 아낙네들이 모여 앉아연신 이파리를 따고 연신 얼마요 하고 소리지르는 남정네들이 있고 트럭에서는 연신 배추를 던지고 밑에서는 받는 일이 반복 됩니다. 가난한 사람이거나 부자 사람이거나 겨울에는 김치를 담아 놓고 따뜻한 아래묵에서 겨울을 지날것을 꿈을 꾸지요. 겨울에는 쌀과 김칫독에 김치만 차면 그 겨울은 따뜻하게 지낼수 있는 것이 가난한 시절의 풍경이었다. 뒷마당에 묻어둔 김칫독에 서너개 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 옆으로 둠을 만들어 무 배추 묻어 두고 바람 부는 날 꺼내다가 배추 꺼내다가 먹으면 여름을 먹는 것 같고 무가노란 싹이난 무를 거내다가 무국을 끊이면 부러울 것이 없다.
  가난한 숙이 색시는 세 살 먹은 아들을 데리고 나와서 배추 시장을 둘러 봅니다 .이겨울을 어떻게 지낼까 하는 한숨이 나옵니다. 아들이 아직 어리어 일할수는 없고 남편은 아직 돌아 오지 않아 이겨울을 어떻게 날까 한숨이 나옵니다. 그래서 배추 시장을 왔다 갔다 합니다 . 동네 아낙네들이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배추 잎을 따고 있습니다 나도 그 잎을 따면 배추 잎을 가지고 김치를 담으면 겨울을 날것 같은데 싶었다. 그래서 기웃거립니다.
배추 사려 배추 사려  이배추는 다른 배추와 달리 맛이 답니다 잎사귀도 두껍지 않고 얇습니다 하고 있다 . 입에 게거품을 물고 악을쓰던 아저씨
“여봐요 젊은 새댁 이리와서 배추를 다듬어 가져가세요”  하고 선심을 쓴다 .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이 거리를 몇 번째 왔다 갔다 하였는지 모른다.  새댁 심정을 이 아저씨 알고 있었나 보다.
“예 저 말예요” 자기 귀를 의심하고 물어 본것이다. 아이까지 딸린 나를 보고 배추를 다듬어 이파리를 가져 가라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그래요 새댁, 보아 하니 배추 시장에 일거리 찾아 왔지요.”  
새댁은 너무 황송하여 그래요 어떻게 아시었는지  그 말을 새댁이 입속으로 기어 들어가고 남들은 안 들렸다.  아들을 옆에 앉히고 어디 가지 말라 하고 배추 퍼런 껍질을 예쁘게 따서 옆으로 모아두었다 . 너무 많이 따면 주인이 손해 볼것이라 생각하고 한잎 만 따서 모아 두니 아까 말하던 아저씨가 새댁 그렇게 한잎만 따면 안되어 노란 잎이 조금 나와야 되요 알았지요 한다 .새댁은 한잎을 따기도 하고 퍼런것이 더 많으면 두잎을 따기도 하였다. 아들 여녁은 배추 속에 파묻혀 신나게 배추와 잎을 따서 던지기도 하고 만기기도 하더니 한낮의 햇볕이 따가운지 얼굴으 붉으레하더니 졸음이 오는지 엄마 나 졸려 한다 그래 아들을 거적에다 뉘여 놓으니 아들에게 신경을 안써도 되어 더욱 바쁘게 손놀림을 하였다 다른 아줌마 보다 더욱 많 배추 잎을 따아서 모았다. 저녁 햇살이 조금 넘어 가니 선선하여 온다 가을 볕은 겨울을 준비 하느라고 한낯은 여름보다 따갑다 . 얼굴이 이미 벌겋게 되어 능금볼이 되어 있었다 수건을 깁숙히 쓰고 있으니 스물 두 살 아낙이라고 아무도 모른다 . 저녁 찬거리 사려고 시장은 더울 붐빕니다. 일손을 이제 놓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아줌마들이 일어선다. 새댁은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다. 급할것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앉아서 배추잎을 다듬고 있으니 아까 소리지르던 아저씨가 이제 새댁도 가보시오 한다.
“예 괜찮아요” 하였다. 얼굴을 볼까 부끄러워 고개를 푹숙이고 배추를 따니 얼굴을 제대로 볼수 가 없어코 앞까지얼굴을 드려 밀고
“새댁 인제 가요, 아들을 저렇게 자게 하여서는 안되지요, 깨워서 가세요 ” 그러면서 새댁 앞으로 배추 몇 포기를 덤으로 주고 무을 조금 주었다. 일어서려니 발이 안 떨어지고 오금이 저리다.  그래도 숙이는 행복하다 이겨울은 따뜻하게 날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부듯하다 내년에는 또다른 소망이 올것을 생각하니 오늘 배추 시장에서 배추를 따서 김치를 담기로 서니 아무렇지 않았다. 그 배추와 무를 애를 자는 애를 업고 몇 번을 집으로 날랐는지 모른다. 너무 힘이 들어 밤에 잠이 다 안온다 . 밤새 꽁꽁알았다. 아들 놈도 피곤한지 내쳐 잔다 자는 아이를 깨워서 저녁을 먹이고 나니 엄마 졸려 하고 일찍 잔다. 단칸 방에 무 배추 가들 들여 놓으니숙이나 아들 잠자리가 비좁다 그래도 행복 하였다. 다음날  옆 마당에 김칫독을 묻고 김치를 세항아리를 담았다 . 그해 겨울은 아들과 끄덕없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날 수가 있었다.  몇십년이 흘러도 그때 가난한 시절 흑석 배추 시장에서 배추 이파리 따서 김치 담아 묻어 두고 먹었던 김치 맛은 아직도 한번도 못 보았다.  이파리로 만든 김치가 겨울내내 시퍼런 채로 있고 봄이 되어도 시퍼런 채로 싱싱하게 살아 있어 막 담아 먹는 김치 맛같아 참으로 맛이 있었다.  겨울 맞으려면 흑석 배추 시장에서 얻어다 담은 김치 맛이 생각이 난다.  훈훈한 인심들이 생각이 난다 . 삶이 가파를 적에는 그 생각으로 빈가슴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