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에서 퍼온 글

2005.05.24 08:50

소정환 조회 수:58 추천:6

'나라 상감도 노인 대접은 한다'

<文化 리뷰> 金 鶴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농경시대 경로사상'

김학칼럼니스트  


농경시대가 그립다. 가난하더라도 한 지붕 밑에서 또는 한 동네에서 3, 4대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농경시대가 산업화사회, 정보화사회로 바뀌면서 경로사상도 더불어 사라졌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오랜 경험에서 쌓여진 노인의 지혜가 존중되었던 농경시대가 마냥 그립다.     ©브레이크뉴스  
자녀들이 직장 따라 도시로 떠나 핵가족을 이루면서 노부모들은 자의 반 타의 반 고향지킴이가 되었다.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도시인들은 낡은 살림도구들을 모두 버린다. 그 여파인지 노부모도 낡은 살림도구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노인들이 애완견만큼의 대접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하지만 그게 오늘의 현실인 것을……. "나라 상감도 노인 대접은 한다."는 옛말도 이미 전설이 되고 말았다. 고령화사회가 되었다고 떠들면서도 그에 대한 대비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나라의 생산력이 떨어지고 복지비용은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면서도 뾰족한 처방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평균수명은 갈수록 길어진다니 이러다 옛날의 '고려장제도'가 다시 부활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농경시대가 그립다. 오랜 경험에서 쌓여진 노인의 지혜가 소중하게 활용되었던 농경시대가 마냥 그립다. 농사를 짓고, 아이를 기르면서 노인의 한 말씀 한 말씀이 얼마나 요긴하였던가. 그것은 진리요 규범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 시절에는 효(孝)를 으뜸의 도리로 여겼었다.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식들은 아침마다 의관을 갖춘 뒤 부모님에게 문안을 드려야 했었다. 병든 노모에게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드리고, 손가락을 베어서 그 피를 부모님의 입에 넣어드렸다는 효행은 너무도 흔한 이야기였다.
  
며칠 전 늙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묘지 곁에 움막을 짓고 3년 동안 매일 세끼 식사를 지어 올리며 시묘살이를 했다는 인천의 어느 선비 이야기가 텔레비전으로 소개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묘소와 움막이 어린이들의 효 공부를 위한 견학 코스가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런 기인 같은 선비가 있어서 다행이다.

"젊어서는 건강을, 늙어서는 백발을 자랑하라"던 속담도 이젠 용도폐기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노인들은 백발을 흑발로 염색하기에 바쁘다. 그렇다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참 딱한 일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의 고사가 떠오른다. 정벌에 나선 환공이 숲 속에서 길을 잃었는데 부하 관중(管仲)이 늙은 말 한 마리를 고삐를 풀고 앞장세웠단다. 환공은 그 말이 가는 대로 따라가 무사히 숲을 빠져나왔다는 이야기다. 노인의 지혜를 이야기 할 때 곧잘 인용하는 노마지지(老馬之智)란 고사다.

세상은 너무 변했다. 중풍에 걸린 아버지를 살해하여 화장해 버리고, 병으로 신음하는 노부모를 외면하는 세상이다. 하늘도 노망이 들었는지 그런 자식들에게 천벌조차 내리지 않는다. 무너진 경로사상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때에 7년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 있다. KBS전주방송총국과 현대자동차가 공동으로 마련한 '전북의 어른 상'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써 어느덧 5회 째가 된다던가.

경로사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라면 이런 상이 전국 각 시·도에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그 중에서 한 분을 선정하여 '한국의 어른 상'을 드린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하여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향토와 나라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이들 어른들이 제시한다면 세상은 조금 조용해지지 않을까?


◆ 金 鶴 프로필

現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現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
KBS전주방송총국 편성부장 역임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월간문학에서 수필가로 등단
'아름다운 도전' '춘향골 이야기'등 수필집 8권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한국수필상 등 多數


  

2005/05/23 [07:20]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