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베니스

2007.11.13 18:41

이의 조회 수:727 추천:4

물의 도시 베니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이의



“베네치아, 너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어 마음으로 담아 간다.”
괴테가 말한 도시, 베네치아! 영어로는 베니스라고 부른다.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낭만과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흘러넘치는 이 도시는 유서 깊은 항구도시이며 세계 여행객들의 로망이다. 잔잔한 물위로 서서히 움직이는 수상버스에 몸을 싣고 이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 이곳의 역사를 알고 나면 더욱 이 도시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약 1500년 전, 훈족의 침입에 쫓기던 사람들이 갯벌에 지은 도시가 지금의 베네치아다. 훈족은 기마민족이기에 그들과 대항하고자 갯벌에 집을 지은 것이 오늘의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되었다고 한다. 118개의 작은 섬을 연결하여 시작된 도시는 지금은 177개의 섬이 400여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갯벌 속에 있을수록 더욱 단단해진다는 알마시카나무로 말뚝을 박고 돌로 기초를 쌓아 세웠다는 도시건물을 보며 인간의 환경 적응능력에 놀라울 뿐이다.
지구의 온난화현상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며 조금씩 갈아 앉고 있다고 한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그들의 선조가 불가능한 일을 한 것처럼 그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섬 기초공사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건물을 보존하려는 속도제한대로 서서히 나아가는 수상버스 안에서 안내자의 설명이 다채롭다. 오른쪽으로 베르나르 궁전에서 감옥으로 가는 탄식의 다리가 보였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이 다리를 건너서 더욱 유명해지지 않았나 싶다. 재판장의 부인과 사랑을 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카사노바, 식사를 가져오는 하녀를 꼬여 탈출에 성공해 이 감옥의 유일한 탈출자가 되었다고 한다. 많은 여자를 사랑하였지만 어느 여자도 카사노바를 원망하지 않았다고 하니 사랑의 기술이 독보적인 존재였던 모양이다.
수로를 빼고는 건물로 이어진 고풍스러운 동네였다. 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초고를 썼다는 3층집, 바그너가 카지노에서 도박하다 심장마비로 이승을 하직하였다는 건물을 지나니 왼쪽으로 동방견문기를 썼던 마르코 폴로의 생가가 눈길을 끌었다. 100년은 고사하고 2,30년도 안돼 재건축이 시작되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현실을 볼 때 그 나라의 건축술이 부러웠다. 괴테가 아름답고 신비한 도시 베네치아에 반해 10번을 왕래하며 머물렀다는 집.
각종 유명한 건축물들을 감상하는 사이 리알토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다리라고 한다. 다리를 건축한 사람은 이름 없는 안토니오 다폰테가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천재 미켈란젤로를 물리치고 건설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아치 공법을 이용해 다리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S자 대 수로를 지나 산마르코 광장에 이르니 나폴레옹의 말이 현실로 와 닿았다.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광장은 당시 정치, 종교, 문화의 중심지였고 지금은 관광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코 성당 맞은편 건물은 나폴레옹이 이 곳에서 파티를 열려고 다시 축조하였다는 건물, 하지만 끝내 완공을 보지 못하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건물 전면의 조각품은 나폴레옹이 존경하는 황제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가운데 한 자리는 그대로 비어있어 역사의 냉혹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 반 비둘기 반의 드넓은 광장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거대한 양탄자를 깔아놓은 응접실로 보였고, 바다 쪽 S라인을 중심으로 물위에 떠있는 도시는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메었다. 이 거대한 광장도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다. 이태리 어느 곳을 가도 수많은 조각품과 건축물들이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음은 축복이 구나 싶었다. 대리석이라고 하면 우리는 단단한 돌을 연상하는데 이곳의 대리석은 비누로 조각하듯이 할 수 있다고 했다. 이태리가 유명한 조각가를 많이 배출한 것도 자연의 축복이고 많은 작품 또한 자연의 배려인 듯싶었다.
이태리에는 광장이 있으면 성당이 있고, 성당이 있으면 광장이 있다. 산마르코 광장의 이름도 산마르코 성당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성당은 복음사가 중의 일인인 마르코 성인의 유골이 모셔진 곳으로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 혼재된 건물이다. 성당 전면의 네 마리 청동 말은 베네치아의 십자군이 13세기 콘스탄티노풀에서 가져온 작품으로 나폴레옹이 파리로 가져갔으나 나중에 돌려받은 것이라 한다. 황금의 교회로 불리기도 하는 이 성당은 전쟁 중 약탈해온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색상의 대리석 기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성당 안 바닥은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유명하다. 지반변동으로 울퉁불퉁해진 바닥은 무수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드높은 천장 그림의 선명한 색채가 화려했다.
  이 광장의 마주보이는 두면의 상가가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카사노바가 옆의 두칼레 궁전감옥에서 도망쳤을 때 들러서 에스프레스를 마셨다는 카페 Floria는 1720년 창업해 19세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실내풍경화도 아름답다고 한다. 바이런과 괴테가 자주 앉던 자리들이 있다는데 눈으로 스치고 말았다. Floria와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 Quadri는 화려하고 밝은 내부 장식으로 1638년 창업한 곳이라고 한다.  카프치노 한 잔을 마시며 카사노바가 즐겨 앉았다던 자리의 손님에게 질투를 느낀 것은 어인 일일까.
산마르코 광장에서 보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 같은 광장이 보였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1610년에 완성된 그 성당 내부에는 벽화 ‘최후의 만찬’이 있다고 한다. 일정상 못 보고 떠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르네상스가 처음 꽃핀 도시 피렌체로 향하였다.        (2007.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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