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면이 쓰는 근대사

2006.06.21 04:34

유봉희 조회 수:96


유봉희 - [불면이쓰는 근대사]

















불면이쓰는 근대사
유 봉 희






잠 멀리 달아난 밤

침대 옆의 시계가 나를 이끌고

한국의 근대사를 짚어간다



1·4  3·1  4·19  5·16  6·25

시계 바늘이 숫자를 집어내면

나는 대나무 매듭처럼 묶이곤 한다



빈 대나무 속에서 올려나오듯

시계가 가리키는 숫자에

한 소절씩 노랫말까지 따라 부른다

구구단을 외우듯

하, 기막혀

무슨 혁명공약인가 무언가 하는 것까지



할 수만 있다면

뒷마당에 어머니가 심고 가신

은방울꽃이 언제 방울소리를 냈는지

우리 아기 첫발 디딜 때

지구가 기우뚱기우뚱 기울어지던 날

그 날들로 가고 싶다



하지만 불면은

1·4  3·1  4·19  5·16  6·25

안전벨트를 매듯

나를 묶어야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