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무 / 강학희
2008.04.16 19:08
해외문학 12호 (2007 겨울)에서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 지난 해의 미주 시작품 중에서 -
반짇고리에서 또르륵 굴러 떨어진
가족골무, 이미 바짝 마르고 뻣뻣해도
여전히 어멈 냄새 나는 엄마의 검지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검지 뒤쪽으로 엄마가 지나간 행로
해적도 비밀 부호처럼 희미하게 그려있다.
아이처럼 뒤뚱 뒤뚱 천천히
한 걸음씩 흔적 따라 걸음을 떼고 멈추어 서면
고즈넉한 풍경 속 슬픔은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지고
실핏줄처럼 퍼져 가는 섬세한 엄마의 손놀림.
내 생애 속 아직도 늙지 않은 엄마는
새파란 시간의 그늘을 곱게 짜 작은 생처럼,제
물려 입을 배냇저고리 하나 깁고 있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강학희 '엄마의 골무' 전문(외지2007년)
골무라고 하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서, 그곳에 고여 있는 모성의 행적과 사랑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손끝에 끼우는 그 작은 상징물 속에 그 긴 세월과 그 기쁨과 그 고통을, 그리고 그 많은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시인의 솜씨가 놀랍다.
이미 바짝 마른 옛 골무를 들고 엄마가 가르키는 곳을 따라, 비밀 부호처럼 희미한 옛 행로를 따라 어린 시절과 배냇저고리를 지나. 끝내 찾아간 곳이 바로 어머니의 따뜻한 태궁 속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근원적인 원천 세계인 자연에 대한 귀소본능의 세계가 표현된 것이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따뜻하다는 골무와 태궁은 바로 모성의 상징이고, 그래서 모성의 본질은 사랑이고, 자신의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성에 대한 탐색은 자신의 근원적인 원천 세계에 대한 회귀를 열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의 모든 생명의 근원은 모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성에 대한 사색은 결국 우리 인간 자신의 근원적인 원천 세계에 대한 하나의 회귀본능으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자연의 순리다. 그럼으로 이러한 모성에 대한 표현이나 이에 대한 탐색 역시 우리 자신의 자연물적이고 근원적인 모습에 대한 그리움인 동시에, 자연과 원천세계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 지난 해의 미주 시작품 중에서 -
반짇고리에서 또르륵 굴러 떨어진
가족골무, 이미 바짝 마르고 뻣뻣해도
여전히 어멈 냄새 나는 엄마의 검지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검지 뒤쪽으로 엄마가 지나간 행로
해적도 비밀 부호처럼 희미하게 그려있다.
아이처럼 뒤뚱 뒤뚱 천천히
한 걸음씩 흔적 따라 걸음을 떼고 멈추어 서면
고즈넉한 풍경 속 슬픔은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지고
실핏줄처럼 퍼져 가는 섬세한 엄마의 손놀림.
내 생애 속 아직도 늙지 않은 엄마는
새파란 시간의 그늘을 곱게 짜 작은 생처럼,제
물려 입을 배냇저고리 하나 깁고 있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강학희 '엄마의 골무' 전문(외지2007년)
골무라고 하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서, 그곳에 고여 있는 모성의 행적과 사랑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손끝에 끼우는 그 작은 상징물 속에 그 긴 세월과 그 기쁨과 그 고통을, 그리고 그 많은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시인의 솜씨가 놀랍다.
이미 바짝 마른 옛 골무를 들고 엄마가 가르키는 곳을 따라, 비밀 부호처럼 희미한 옛 행로를 따라 어린 시절과 배냇저고리를 지나. 끝내 찾아간 곳이 바로 어머니의 따뜻한 태궁 속이라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근원적인 원천 세계인 자연에 대한 귀소본능의 세계가 표현된 것이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따뜻하다는 골무와 태궁은 바로 모성의 상징이고, 그래서 모성의 본질은 사랑이고, 자신의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모성에 대한 탐색은 자신의 근원적인 원천 세계에 대한 회귀를 열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의 모든 생명의 근원은 모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성에 대한 사색은 결국 우리 인간 자신의 근원적인 원천 세계에 대한 하나의 회귀본능으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자연의 순리다. 그럼으로 이러한 모성에 대한 표현이나 이에 대한 탐색 역시 우리 자신의 자연물적이고 근원적인 모습에 대한 그리움인 동시에, 자연과 원천세계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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