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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다〉 外 · 김사인

2009.02.07 17:28

arcadia 조회 수:535 추천:16




봄바다 / 김사인


















▲ 일러스트=권신아




봄바다 /



김사인







구장집 마누라

방뎅이 커서

다라이만 했지

다라이만 했지




구장집 마누라는

젖통도 커서

헌 런닝구 앞이

묏등만 했지

묏등만 했지




그 낮잠 곁에 나도 따라

채송화처럼 눕고 싶었지

아득한 코골이 소리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지




미끈덩 인물도 좋은

구장집 셋째 아들로 환생해설랑

서울 가 부잣집 과부하고

배 맞추고 싶었지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김사인 Profile · 봄바다 - ‘애송詩’ 100편






Eugeniusz Zak作





  
봄밤 /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돼 형, 요새는 삼마넌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오마넌은 내야 돼 알었지 하고 노가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 냄새로 출렁이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 (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
까지 쳐들어와 비닐 봉다리를 쥐어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미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여 자슥들아 하며

용봉탕집 장 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리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싸며 푼수 주모(50세)가 빈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갑을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 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 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5)
















네 거리에서 /



김사인







그럴까

그래 그럴지도 몰라

손 뻗쳐도 뻗쳐도

와닿는 것은 허전한 바람, 한 줌 바람

그래도 팔 벌리고 애끊어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살 닳는 안타까움인지도 몰라




몰라 아무 것도 아닌지도

돌아가 어둠 속

혼자 더듬어 마시는 찬물 한 모금인지도 몰라

깨지 못하는, 그러나 깰 수밖에 없는 한 자리

허망한 꿈인지도 몰라

무심히 떨어지는 갈잎 하나인지도 몰라




그러나 또 무엇일까

고개 돌려도 솟구쳐 오르는 울음같은 이것

끝내 몸부림으로 나를 달려가게 하는 이것

약속도 무엇도 아닌 허망한 기약에 기대어




칼바람 속에 나를 서게 하는 이것

무엇일까









  Keith Jarrett - Be My Love







Eugeniusz Zak  "Dans le Cabaret (Pijak)" 1922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옆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풍경의 깊이」




김 사 인  ·  낭송 : 김 사 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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