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가야 할 걸
뭐 하러 내려왔니?"
우리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가족이 가지는 따스한 정과 아쉬움이 많이 담겨져 있는 거 같습니다.
먼 시골에 홀로 살고 계신 할머니는 서울에 사는 자식들 걱정과 그리움,
외로움에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 찾아온 딸아이가 오래 머물러주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봄에 내리는 눈이 금방 녹듯이
시골에 홀로 계시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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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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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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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나무 가시로
다슬기를 먹어 본 적 있나요?
바늘로 빼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답니다.
어린 시절 다슬기를 삶을 때마다
탱자나무 가시는
늘 제 담당이었지요.
누렇게 익어 가는 탱자에
옛 시절도 물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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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나무 · … 유희윤
가시가 많아
과수원 울타리로 쓰이지만
과수원을 지키는 건
두 번째 일
첫 번째 일은
때맞추어 잎을 피우고
새들을 품는 일이다
꽃을 피우고
동글동글
열매를 키우는 일
탱글탱글 금빛 열매로
가을을 수놓는 일이다.
금빛 향기로
가을을 물들이는 일이다.
시 · 유희윤│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습니다.
동시 「사다리」로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먼저 나온 동시집 『내가 먼저 웃을게』와 『하늘 그리기』가 있으며,
위 시는 『참, 엄마도 참』(문학과지성사, 2007)에 실린 것입니다.
사진 · 유근종
네가 사랑을 알아, 알기나 하냐구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
인생이란 그런거야 우린 그 속에 있다구 …
생텍쥐페리는『사막의 도시』에서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
흘러가는 세월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한 줌의 모래처럼,
혹은 우리를 노쇠하게 만드는 어떤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불행하다.
반대로 생각을 바꿔 흘러가는 세월이 우리를 완성시키고 있다고 여기면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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