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시간의 부러진 갈비뼈에서 태어난다. 뚝뚝 부러져 붉게 고이는 하늘, 바람이 무릎을 꿇고 그 깊이에 목을 축인다.
시간의 단면 속으로 한 떼의 짐승이 행군한다. 어떤 고삐도 두르지 마라.
얼만큼의 조급함과 무기력이 일상을 미꾸라지 다라이처럼 흔들어 놓을지라도,
우리를 묶는 것은 믿음이고 우리의 방향은 미래일 뿐.
우리는 광고나 선전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지 않았고, 대리점이나 상점에서 사랑을 사지 않았다.
다만 진흙덩어리 세계를 밟는 왼발과 오른발 - 그 걸음을 눈금으로 하여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온다.
뼈의 철창에 영혼을 가둔 육체의 감옥아! 언제나 전방은 그리움을 향해 열려 있음을.
망각의 단두대에서 최후의 추억이 처형된다 해도,
이 행렬의 끝 또한 지나간 오늘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어제와 내일이 길게 한 몸이듯,
모든 걸음이 순간마다 새로운 출발임을 안다. 누가 저 부러진 갈비뼈 들어 피리를 부는가.
고요한 음계를 따라 동쪽 하늘에 새 피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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