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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호수
유 봉 희
억수로 비 쏟던 엊그제
어느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이 언덕 모퉁이를 걸어갔을까요.
물 고인 발자국 안에 내려앉은 하늘
작은 웅덩이에 동그만 하늘
구름도 산드르 떠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호숫가에서
그만 가던 길을 놓아 버렸습니다.
나도 일상을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호수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붙일 곳 없는 어떤 쓸쓸한 마음에게
혹은 적적한 당신에게
작은 발자국 호수로 놓여
지질린 낮에 잠깐 웅크리고 앉으면
어쩌다가는 물방개 한 마리 건너오고
바람 부는 밤, 별 소나기 쏟아질 때는
아기별들 소근소근 놀다가
별바래기 하나 가만히 놓고 가는 호수.
* 지질린 : 기운 꺽여 짖눌린.
* 별바래기 : 별을 바라며 희망을 간직하고 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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