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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맞춘다는 것은 진정 눈을 감아주기 위한 전초 작업이
아닐까 한 열흘 전부터 멧비둘기가 이 층 내 책상 앞
창문 아래에 둥지를 틀고 있다 나뭇잎으로 엉성하게 둥지를
틀고 앉아서 7월의 마지막 더위를 온새미로 견디고 있다
여름 한 철 창문을 열고 지내는 나와 비둘기는 수시로
눈을 마주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작은 검은 동굴 눈동자
를 마주하다가 얼른 먼저 피하곤 했다 엄숙한 과제를
치르고 있는 그를 구경거리로 삼을 수는 없었다
대낮에도 블라인드 커튼을 내리고 책상 위에 전등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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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커튼을 조금 올리고 조심스럽게 내다보니
마침 어미와 아비가 교대하는 시간이다 “수고했다”고
“반갑다”고 서로 부리를 비벼댄다 저녁과 밤을 지낸
어미 새는 둥지를 떠나고 아비 새는 털보숭이 새끼를
다시 품는 일상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두 마리이던
새끼가 한 마리뿐이다 지난밤 내가 눈꺼풀을 덮고 한가롭게
잠의 오솔길을 거닐고 있을 때 어미 새는 비상벨을
울렸을 것이다 온 힘으로 울었을 것이다 창문 하나를
닫는 것이 나를 두꺼운 불통의 벽으로 만들었다 나는
온종일 서성이고 새들은 담담하다 이 조그만 어미 새는
어제 하늘에 떠 있던 반달을 보며 보이지 않는 것의
반쪽이라고 미루어 알았을까
3
초저녁 어미 새와 아비 새가 지붕 위에 앉아서
뒷마당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눈길을 따라가 보니 새끼가
떨어진 낟알을 쪼고 있다 어미 입에서 부드러운 액을
받아먹던 그 입으로 흙이 묻은 거친 먹이를 삼키고 있다
여린 목 안에 상처는 나지 않았을까 그래도 날아오를 때는
포르릉, 날개에서 예쁜 소리가 났다 그렇게 자꾸 오르며
내리며 깊은 하늘과 넓은 땅을 배우겠지 같이 하던 엄마
아빠없이도 홀로 움이 호두 속처럼 여물어가겠지 어느날
문득 너의 성대를 떨며 나오는 oo-wooh-oo -oo소리, 들을 수 있겠지
Satie / Je Te Veux, 나는 너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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