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관에서 풋잠 자던 수돗물들이
갑자기 끌려 나왔겟다.
새벽 세시에 입 행구고 손 씻는 나의 버릇으로
캄캄한 하수구로 다시 쏟아져 내려가겠지.
그 애들도 수도꼭지 가까이 올라와서
마음 도곤거리며 새 아침을 기다렸겠지.
뒷마당 꽃밭에 솔솔 뿌려져
수선화 패랭이꽃으로 피어나고 싶었을 것이야.
찰랑찰랑 앞마당 새(bird) 물통에 담겨 있다가
참새 멧비둘기로 하늘을 날고 싶었을 것이야.
미안하다. 잠도 깨기 전에 쫓겨서
다시 어두운 통로를 뛰어내리는 수돗물아
그냥 잠깐 눈 꼭 감고
그래도 노래 한 곡조는 입에 물고
빨리 흘러내려라.
다음 길에는 꽃도 되고 새가 되도록
내 두 손을 합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