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일상에서 풀려나는 것들은
몸과 마음을 부풀리려 한다.
시월의 꼬리가 장마에 들기 전
햇살도 바람도 좋은 날 뒷마당으로 나왔다.
침대 머리맡에서 누르면 누르는 대로 눌렸다가
슬며시 일어서곤 하는 나는 꼭 길들여진 애완견이다.
그래서 집 떠난 잠자리에서는 제일 그리운 존재란다.
어떤 것의 부재(不在)를 새삼스럽게 하는 것이어서,
대상의 체취를 자신의 것으로 아는 나
그대의 뒷머리를 데드마스크처럼 마음에 새겨두고
그대는 생각날 듯 말 듯한 어젯밤 그대의 꿈도
나는 베거리 하지 않아도 훤히 알고 있다면
그래서 그대와 함께
가벼워지고 무거워지는 몸이라면,
바람 좋은 오늘
베겟모도 없고 베겟잇도 덤덤한 나는
말린 국화 대신 쨍쨍한 햇살 한 옴큼을
사그락거리는 메밀 대신 싱그러운 바람 한 됫박을
포근한 솜 켜 대신 하얗게 부푼 구름 조각을
깊어가는 시월의 새소리를 섞어
가볍게 부풀려 그대를 채워주고 싶다.
* 베거리 : 꾀를 써서 남의 속마음을 떠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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