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침실을 들여다보던 덩굴장미 몇 송이가
허락도 받지 않고 제 친구들을 한 트럭 풀어 호호 하하
향나무 아래 조용히 숨어 살던 은방울꽃들도 고양이 걸음으로
햇살 여문 돌계단으로 기어나와 은바울 금방울 마구 흔든다.
뒷마당에 가늘가늘 연가지 얌전하게 공중에 띄우던 산수유는
수백 개의 꽃등을 다달이 매달아 벌 나비 단체손님 맞기에
정신없다. 저기 향나무 밑 붓꽃들은 나비 날개로 연신
공중을 뛰어 날아오르고 붉은 만병초는 그동안 무슨 기쁜
소식 감추고 있었던지 더는 못 참겠다며 두 손 크기로
입을 벌려 팡팡 대포 웃음을 쏘아 올리고 있다.
담 밖 소나무는 어떻게 그 많은 주먹을 참고 있었는지
불뚝 주먹을 펴서 수류탄 송홧가루를 마구마구 날려 보낸다.
아무래도 나는 이 사월을 도망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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