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야, 어서 와요
너를 맞으려 새 옷을 꺼내 입지는 않았지만
시원한 첫물로 손 먼저 씻고 머리도 빗었다.
뒤뜰에 나오니 어젯밤 잠귀로 듣던 소나기가
잡힐 듯 무지개를 걸어 놓았구나.
이제 우리도 능청스러운 나이가 되어서
무지개마다 굳은 약속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제 몫의 밥그릇에서 크게 한 술 떠내듯이
희망을 덜어내는 법도 알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 설렌다.
오늘은 촉촉한 흙을 다듬어 꽃씨를 뿌려야겠다.
어제는 고향 땅에서 옛 고려의 연꽃 씨가
칠백 년 만에 약속, 아린 꽃을 피웠다고 하니
모래바람 모래밭에라도
꽃씨 떨어져 그 꽃 피운다니
그러하니 오늘 하루야, 다시 돌아올 먼 오늘아
우리 없는 가득 찬 그 자리 그때
우리가 뿌린 꽃씨들
눈 시리게 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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