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빠진 갯벌에 배 한 척 누워 있다.
40도로 기운 몸체에 비스듬이 돛대 올리고 있다.
자세히 보면 깃발이 조금씩 흔들린다.
흔든다. 아직은 견디고 있다고
깃발이 조그맣게 신호를 보낸다.
맞바람을 받으며
갈지자 방향으로 흔들던 뱃머리
한 겹 두 겹 물결 차올라도
까무러치듯 잠이 들어 있지만
한쪽 귀는 바다를 향해서 열어 놓고 있었나 보다.
뱃고동 울리던 사람
잠결에도 허리를 편다.
용골(keel)을 바로 잡는다.
(어떤 선장도 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배를 항구에 잡아 놓지 않는다지)
그가 다시 바다로 나가려나 보다.
그의 항해를 기다려볼 뿐
어떤 배도 나란히 항해할 수는 없다.
바다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누가 띄웠는지 띠배 하나 떠간다.
갯벌의 목선이 바다를 가르는 날.
* 띠배 : 짚이나 갈대로 엮어서 만든 액운을 막는다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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