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은 이 벌판에서
어떤 연장을 들고 오래 머물렀었는지
마른풀 속에 덩그러니 누운 석불(石佛)
시인은 부처가 다시 돌로 돌아간다고 노래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세월이 부처의 코를 깍아내고
귀가 떨어져 헤실바실 얼굴이 지워져도
벌판에 둥글며 그 몸에 시설(枾雪)*을 피운다 해도
부처는 다시 돌이 될 수 없다.
그는 무슨 인연 만들다가 부처가 되어
인고의 바다에 설망추가 되었을까.
그 독하고 서러운 사람의 물이
돌 뼛속까지 스며들게 하였을까.
이제 눈도 귀도 필요 없다 바람에 내어주고
머리도 가슴으로 내려가려는지
둥글게 둥그러지는 벌판에 석불.
* 시설(枾雪) : 곶감의 겉 표면에 앉은 흰 가루.
* 설망추 : 미끼를 넣은 그물주머니가 물 밑에 가라앉도록 매다는 납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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