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다리가 나를 걷어찼습니다.
정강이에 새파란 멍 자국이 생겼습니다.
한밤중에 물 마시고도 얼쩡거리는 것을 보다 못해
밤낮도 못 가리는 내가 못마땅했던 게지요.
정말로 캄캄하기 망정이지
침대가 나를 걷어차는 것을
생눈으로 보았다면
서로 민망해서 어쩔 뻔했을까요.
어찌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를
꿈이나 꾸겠습니까마는
침대가 한 말씀 깨우쳐 주었습니다.
잘 때 확실히 자고 일어날 때 확실히 일어나서
옹근 날을 살아내라고
미물들도 다 아는 그 이치를
사람인 내가 못 미치니
어찌 한심하지 않았을까요,
네 발 달린 것이 두 발보다
속 깊을 때가 있다는 것 인정해야지요.
네 발로 고스란히
침실 가운데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아니, 침대가 계십니다.
크기로 보나 생각으로 보나 존칭이 마땅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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