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님과 새
2016.03.12 12:08
스님과 새
장효정
새들과 함께 사는 독거스님
팔 머리 어깨 위
새들이 종알종알 매달려 놀고 있다
꽃씨를 뒤적이다 깃털 속에 묻혀온
향과 빛을 털어내면
꽃처럼 환해지는 얼굴
벌린 입 속까지 깊숙이 파고들며
독경에 지친 스님의 목울대를
투명하게 흔들어 주고 있다
여문 부리가 물고 온 저 귀 푸른 소리
먹먹한 귀 안에 풀어 놓으면
그 미세한 파장으로 어두운 귀가 열리는 아침
산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이렇게 다르게 들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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