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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30 23:43

마음의 먼지 털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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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먼지 털어내기



말소리도 먼지가 되고 내쉬는 숨도 먼지가 된다더니 발 구르며 뛰는 아이도 없이 적막하기 이를데 없는 집 안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


어지르는 아이들이 없는 탓에 청소가 게을러진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깨지고 부서지는 전쟁을 치르던 때는 손에서 놓지 못하던 걸레를 이젠 한번 찾으려면 온 집안을 뒤져서 찾아내게 된다.제 자리를 지키는 가구들, 늘 있는 자리에 붙박물건들이 한 장의 사진인듯집안에서 쓸고 는 일은 언제나 뒤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공연히 란한 날이거나 심사가 뒤틀리는 일을 당해도 짜증을 낼 상대를 찾을 수 없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청소를 시작하며 집안을 이리저리 들쑤셔놓으며 청소를 하는 때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시간은 흐르고 마찬 가지로 알게 모르게 먼지가 더께로 쌓인다.


봄바람이 온통 세상을 살랑거리게 하던 봄 날이다.

잠에서 깨면서부터 머리는 지근거리고 어깨는 뻐근하다. 밖을 내다보니 구름이 낮게 깔린 잔득 흐려 있었다. 넓게 펼쳐지지 않은 하늘답답해 하며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이리저리 집안을 돌아보는데 서서히 밝아지는 햇살과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들, 그것은 곳곳에 쌓인 먼지였다. 의아한 생각도 잠시 언제 했던 청소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불현듯 잊고 있었던 과제라도 찾은 양 몸놀림은 빨라지고 가라앉았던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종종걸음으로 이곳저곳 뒤져서 청소도구도 찾아내고 서둘러 창문마당으로 나가는 문 열 수 있는 것들을 다 열고 털어내고 닦기 시작했.

먼지가 털려져 나가는 만큼 뻐근하던 어깨가 오히려 부드러워.

제자리에 놓여져 있을 뿐이던 가구들에게 반짝거리는 빛이 가 닿으면서 말을 건넬듯 표정이 생겨나고 맑아진 창은 더욱 넓어져 집 안 가득히 하늘이 들어찬다.


열어놓은 문으로 살갗을 스치며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이끌려 숨을 가다듬으며 바람이 오는 곳으로 가 앉는다. 가슴을 헤치고 머리 속까지 바람이 들어온. 봄바람의 화사함과 산바람의 시원스러움을 같이 몰고오는 바람이다.

그 사이 구름은 걷히고 하늘은 푸른 빛을 자랑하며 높아지고 햇살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

한가한 주말의 오후가 봄바람과 함께 술렁거리며 다가왔다.

길을 나서라.” 부시게 빛나는 하늘로 부터 나를 유혹는 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들려온.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

샤봇호수(Lake Chabot)를 끼고 한 바퀴 돌아나오려면 두시간은 넘어 걸리는 제법 규모가 큰 호수다. 산 중에 아늑히 들어앉은 호수는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신비롭지만 호수를 휘돌아나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곳을 늘 찾게 하는 이유가 된다.

먼지를 털어낸 집에 앉아 호수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봄바람의 유혹에 지체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집을 나서 호수로 향하는 길 위에는 산들거리는 바람이 줄곧 나를 따른다. 머리카락이 부는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흩날릴 때면 아침부터 머리를 무겁게 누르던 생각들도 하나씩 날라가 흩어진.

앞 마당에 곱게 꽃밭을 꾸며놓은 집 앞을 지나갈 때는 환하게 핀 꽃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머리를 어지럽히던 마무리지어야 할 과제들, 결정해야 할 제목들이 꽃들의 속삭임에 묻힌다.

세상은 꽃으로 가득하고 꽃들은 노래하는데 꽃이 되지 않는 것들을 가슴에 품은 까닭에 내 마음에도 먼지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던 것이. 내 안 구석구석 쌓인 먼지가 바람에 폴폴 일어난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붙잡던 집착도 날아가고 손아귀에 그러쥐고 놓지 못하던 욕심도 바람맞으며 벌린 두 팔 사이로 빠져나간다. 바람따라 멀어지는 먼지 뒤로 봄빛이 아롱진.


바람이 산으로부터 계속 불어온다.

산 아래 잔잔하게 펼쳐진 평화로운 호수를 휘감아 돌아온 바람이다. 동네를 벗어나 산 쪽으로 향해 난 길따라 조금만 가면 그 산 아래 호수가 있다. 혼자서도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에 호수가 있다는 것은 운이. 바다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아도 혼자 찾아가기엔 쓸쓸한 마음이 앞서지만 호수는 혼자서도 쓸쓸하지 않게 찾을 수 있어 쉽게 발걸음을 내딛게 된. 이웃의 다정한 얼굴푸근한 가슴을 열고 손짓하듯 새벽부터 안개를 피워올리며 언제든 기다려주는 호수로 향해가는 길, 바람이 앞서 나를 이끈다.


주말 오후의 호수에는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운 걸음이 줄을 잇고 있. 뛰며 노는 아이들 콧등에 송글거리는 땀을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와 식혀주고 있었고 다정하게 맞잡은 손,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숫가를 돌아나오는 이들의 얼굴은 이미 호수처럼 맑아 있었다. 물가에 앉아 마주보며 웃음짓는 연인들의 명랑한 목소리가 호수를 너머 산으로 퍼.

그 풍경 속의 작은 그림이 되어 나도 호수길을 따라 걷는다. 살랑이는 물결에 내려앉은 마음은 호수를 건너 산 아래 가득한 꽃나무 그늘로 어느새 날라가 내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호수를 끼고 휘돌아오는 오솔길에서 꽃들은 내 귀에 노래하고 호수는 맑은 숨 내쉬어 내 가슴 가득히 메운다. 먼지가슴이 호수를 돌아오면 가슴을 누르던 것들은 자취도 없고 날개단듯 가벼운 발걸음에 숨소리는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호수, 호수의 비친 하늘에, 떠가는 성긴 구름에 기뻐하며 오던 길 되돌아온다.


살아가는 동안 숨쉬듯이 말하듯이 내 마음에 먼지는 또 다시 일 것이다.

굳은살처럼 박힌 버리지 못하는 습성들을 안타까와하면서 새로와지기 위한 다짐은 날이 갈수록 더 굳어지지만 돌아서면 잊고마는 나약한 의지로는 하루하루 쌓여가는 먼지를 어찌할 도리가 없을테니까...

그때마다 호수에서는 나를 부르는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넓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또 털어낼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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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orong44 2015.06.30 23:43

    2014년 미주문협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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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희 2015.07.01 06:33

    가슴이 아련해지는 글이네요.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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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석 2015.07.01 20:34

    오연희선생님, 다녀가셨네요^^

    제 홈의 첫 손님이세요. 기뻐요.

    홈 만드시느라 애쓰시고 격려도 해 주시고...

    아직 서툴지만 부지런히 연습해서 많은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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