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그 사람
2006.04.23 19:13
가끔 생각나는 그 사람
- 회상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고급) 박귀덕
그 사람이 돌아왔다. 아무 말 없이 훌쩍 떠난 그 사람이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의 개인 사정으로는 직장을 내놓고 떠나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데……. 국고보조금을 너무 많이 받아와서 그 일이 화근이 되었을까? 몇몇 의원들의 야유에도 흔들림 없이 버텨주던 거목이었는데.
민선 1기가 끝나갈 즈음 Y시장이 그 사람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실세인 K국장과 Y국장도 그 자리에서 같이 의논을 했었다. "노인복지사업비로 2~3억 정도만 국고 보조금을 받아 올 수는 없겠느냐?"는 말에 "노력해 보겠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IMF 이후 국고보조금 받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확인서 한 장으로 19억 원의 국비가 왔다. 보건소 신축비 9억, 치매병원 신축비 11억을 받아낸 것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전주시가 뒤집어질듯이, 전주시 10대 뉴스가 될 만큼 시민들의 많은 관심사업으로 급부상했었다.
그 사업의 주요 내용은 치매환자 관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었다. 이때 치매가족들의 문제를 정부(시)가 나서서 해결해줌으로서 패륜을 막자고 했다. 그들의 고통을 나누어 가지고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며 해결해 가자고 했었다. 그 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높여주자고 했다. 그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보건소와 치매병원을 복합건물로 신축하여 운영하자. 치매병원을 운영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인력 확보는 도내 의과대학생과 간호대학생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자고 했다. 자원봉사자를 교육하여 봉사시간 예치제도를 실시하고, 학생들에게는 노인보건의료연구의 실습현장을 제공해주고, 환자 가족에게는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 했었다, 자원봉사자에게는 차비와 점심정도의 실비 지급을 하고, 좋은 일을 하다가 사고가 생길 경우 시가 책임을 지며, 그 대안으로 자원봉사자 보험가입을 시행하기로 계획했다. 예치해둔 자원봉사 시간은 본인이나 가족이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여 누구나 건강할 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세부 추진계획을 받아본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참 좋은 방안이라고 적극 지원해 주었다. 시범적으로 시행하여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 때의 계획 서류를 다른 시와 도에 많이 복사해 나눠주었다.
민선 2기 시장이 당선되면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그 사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으리라 기대가 컸다. 몇몇 시의원들은 치매병원을 시가 운영하면 전주시를 말아먹는다고까지 반대했다. 집행부의 K국장, Y국장이 의회에서 반대를 했다. 전주시 예산이 없다고,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집행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회가 무엇을 결정지을 수 있겠느냐며 부결시키는 등 7차례나 반복되는 비운을 맞았다. 3,4년을 몇몇 시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에게 시달리며 사업추진을 했었다. 지금은 그 분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시민을 위해 사심 없이 반대했습니까? 아니면 자신들의 자존심이나 욕심,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어서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P의원의 말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는 않았습니까? 잘못된 판단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보셨는지요?" 그 뒤 반대하던 의원들의 얼굴을 의회에서 볼 수 없어서 지금도 가슴에 묻어둔 말들이다.
개인의 자존심을 겨냥한 험한 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고, 표정의 흔들림 없이 의젓하게 대처하던 그 사람이 어느 날 젊은 나이에 직장을 떠났다. "내가 이룰 수 없는 사업이라면 내 후임이 나서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과도 모두 상의가 끝났으며, 다른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지금 떠날 결심을 했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고 이월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배려한 것이다. 덤덤하게 짐을 챙겨들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가슴앓이를 했었다.
사업이 반쪽으로 갈라졌다. K시장의 결단에 의해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보건소 신축비는 국고로 환수되고, 치매병원은 시 직영이 아닌 위탁자를 찾아 운영하는 방안으로 바뀌었다. 업무추진 부서가 보건소에서 시청 사회복지과로 이관되었다. 조례가 제정되었고 위탁운영자가 선정되었다. 2000년도에 노인복지병원이 개원 하고 2004년도에 병실이 모자라 증축을 했다고 한다. 어떤 의원의 말처럼 전주시를 말아먹지는 않을 모양이다. 보건소도 다가동에 새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했다. 앞으로의 행정은 복지문제가 최우선이 되어야함을 10년 전엔 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몰랐을까? 불과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일을 되새기며 씁쓸한 마음을 이야기로 풀어 보았다. 5년 앞서 가면 현인이 되고, 10년 앞서가면 미친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꽃향기 실은 4월 어느날 밤, 지난날의 이야기 속으로 젖어든다. 다른 이들이 하나 워드를 할 때 직원들에게 한글과 엑셀을 교육하고, 건강증진과 예방사업에 치중했던 앞선 행정을 한 사람, 택견으로 몸을 단련하고 대금을 불며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사람, 녹차처럼 다섯 가지의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가지의 맛을 특별히 나타내지 않고 조화롭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이 만나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 명예나 금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욕심을 버리며 살아 갈 수 있는 맑은 마음을 소유한 사람, 자기의 평안한 삶보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 보건소장직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던 그 사람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믄 진정한 멋쟁이다. 한결같이 평온한 예전의 얼굴에서 꽃향기 가득한 미소가 머문다.
(2006년 4월 14일)
- 회상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고급) 박귀덕
그 사람이 돌아왔다. 아무 말 없이 훌쩍 떠난 그 사람이 8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의 개인 사정으로는 직장을 내놓고 떠나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데……. 국고보조금을 너무 많이 받아와서 그 일이 화근이 되었을까? 몇몇 의원들의 야유에도 흔들림 없이 버텨주던 거목이었는데.
민선 1기가 끝나갈 즈음 Y시장이 그 사람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실세인 K국장과 Y국장도 그 자리에서 같이 의논을 했었다. "노인복지사업비로 2~3억 정도만 국고 보조금을 받아 올 수는 없겠느냐?"는 말에 "노력해 보겠습니다." 라고 답변을 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 IMF 이후 국고보조금 받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의 확인서 한 장으로 19억 원의 국비가 왔다. 보건소 신축비 9억, 치매병원 신축비 11억을 받아낸 것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전주시가 뒤집어질듯이, 전주시 10대 뉴스가 될 만큼 시민들의 많은 관심사업으로 급부상했었다.
그 사업의 주요 내용은 치매환자 관리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었다. 이때 치매가족들의 문제를 정부(시)가 나서서 해결해줌으로서 패륜을 막자고 했다. 그들의 고통을 나누어 가지고 같이 아파하고, 고민하며 해결해 가자고 했었다. 그 들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높여주자고 했다. 그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보건소와 치매병원을 복합건물로 신축하여 운영하자. 치매병원을 운영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인력 확보는 도내 의과대학생과 간호대학생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자고 했다. 자원봉사자를 교육하여 봉사시간 예치제도를 실시하고, 학생들에게는 노인보건의료연구의 실습현장을 제공해주고, 환자 가족에게는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기대 했었다, 자원봉사자에게는 차비와 점심정도의 실비 지급을 하고, 좋은 일을 하다가 사고가 생길 경우 시가 책임을 지며, 그 대안으로 자원봉사자 보험가입을 시행하기로 계획했다. 예치해둔 자원봉사 시간은 본인이나 가족이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도록 하여 누구나 건강할 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세부 추진계획을 받아본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참 좋은 방안이라고 적극 지원해 주었다. 시범적으로 시행하여 성공하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 때의 계획 서류를 다른 시와 도에 많이 복사해 나눠주었다.
민선 2기 시장이 당선되면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그 사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으리라 기대가 컸다. 몇몇 시의원들은 치매병원을 시가 운영하면 전주시를 말아먹는다고까지 반대했다. 집행부의 K국장, Y국장이 의회에서 반대를 했다. 전주시 예산이 없다고,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집행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회가 무엇을 결정지을 수 있겠느냐며 부결시키는 등 7차례나 반복되는 비운을 맞았다. 3,4년을 몇몇 시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에게 시달리며 사업추진을 했었다. 지금은 그 분들의 양심에 묻고 싶다.
"시민을 위해 사심 없이 반대했습니까? 아니면 자신들의 자존심이나 욕심,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어서 반대하지는 않았습니까? P의원의 말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는 않았습니까? 잘못된 판단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보셨는지요?" 그 뒤 반대하던 의원들의 얼굴을 의회에서 볼 수 없어서 지금도 가슴에 묻어둔 말들이다.
개인의 자존심을 겨냥한 험한 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고, 표정의 흔들림 없이 의젓하게 대처하던 그 사람이 어느 날 젊은 나이에 직장을 떠났다. "내가 이룰 수 없는 사업이라면 내 후임이 나서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과도 모두 상의가 끝났으며, 다른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지금 떠날 결심을 했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고 이월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배려한 것이다. 덤덤하게 짐을 챙겨들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가슴앓이를 했었다.
사업이 반쪽으로 갈라졌다. K시장의 결단에 의해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보건소 신축비는 국고로 환수되고, 치매병원은 시 직영이 아닌 위탁자를 찾아 운영하는 방안으로 바뀌었다. 업무추진 부서가 보건소에서 시청 사회복지과로 이관되었다. 조례가 제정되었고 위탁운영자가 선정되었다. 2000년도에 노인복지병원이 개원 하고 2004년도에 병실이 모자라 증축을 했다고 한다. 어떤 의원의 말처럼 전주시를 말아먹지는 않을 모양이다. 보건소도 다가동에 새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했다. 앞으로의 행정은 복지문제가 최우선이 되어야함을 10년 전엔 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몰랐을까? 불과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일을 되새기며 씁쓸한 마음을 이야기로 풀어 보았다. 5년 앞서 가면 현인이 되고, 10년 앞서가면 미친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꽃향기 실은 4월 어느날 밤, 지난날의 이야기 속으로 젖어든다. 다른 이들이 하나 워드를 할 때 직원들에게 한글과 엑셀을 교육하고, 건강증진과 예방사업에 치중했던 앞선 행정을 한 사람, 택견으로 몸을 단련하고 대금을 불며 마음을 비울 줄 아는 사람, 녹차처럼 다섯 가지의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가지의 맛을 특별히 나타내지 않고 조화롭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이 만나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 명예나 금전,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욕심을 버리며 살아 갈 수 있는 맑은 마음을 소유한 사람, 자기의 평안한 삶보다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 보건소장직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던 그 사람은 요즘 세상에 보기 드믄 진정한 멋쟁이다. 한결같이 평온한 예전의 얼굴에서 꽃향기 가득한 미소가 머문다.
(2006년 4월 14일)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74 | 조명택 수필가의 처녀수필집 <섬김의 향기> 출간에 부쳐 | 김학 | 2006.05.05 | 221 |
| 273 | 엎드려 세상 보기 | 정현창 | 2006.05.05 | 75 |
| 272 | 수필반 병아리들의 청 보리밭 나들이 | 박성희 | 2006.05.04 | 88 |
| 271 | 우리들의 특별한 하루 | 염미경 | 2006.05.04 | 64 |
| 270 | 철쭉은 초록잎이 있어서 더 붉다 | 정현창 | 2006.05.02 | 74 |
| 269 | 또 하나의 사랑 | 염미경 | 2006.05.02 | 72 |
| 268 | 희망의 꿈나무 | 유영희 | 2006.05.01 | 62 |
| 267 | 진달래 아줌마 | 염미경 | 2006.05.01 | 148 |
| 266 | 수필이 마라톤보다 좋은 다섯가지 이유 | 정현창 | 2006.04.30 | 120 |
| 265 | 물파스로는낫지 않는다 | 이종택 | 2006.04.30 | 66 |
| 264 | 청 보리밭에선 모두가 꿈을 꾼다 | 정현창 | 2006.04.29 | 72 |
| 263 | 아름다운 착각 | 조종영 | 2006.04.28 | 71 |
| 262 | 겨울 어느 날 | 염미경 | 2006.04.28 | 66 |
| 261 | 어느 날의 일기 | 강용환 | 2006.04.27 | 69 |
| 260 | 청보리밭에서 법성포까지 | 신영숙 | 2006.04.27 | 106 |
| 259 | 첫 발자국 | 염미경 | 2006.04.26 | 73 |
| 258 | 어느 하룻날의 소회 | 이은재 | 2006.04.25 | 58 |
| 257 | 빗속의 춤꾼 | 정현창 | 2006.04.25 | 67 |
| 256 | 행복선언 | 박성희 | 2006.04.25 | 62 |
| » | 가끔 생각나는 그 사람 | 박귀덕 | 2006.04.23 |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