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착각
2006.04.28 06:07
아름다운 착각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조종영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도가 지나치면 이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아주 지독한 착각에 빠져있다. 너무 오랫동안 그 착각과 함께 살다 보니 그것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착각과 이별하게 된다면, 나는 미움과 허망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탱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쯤 되면 착각이 내 애인이라도 된 것은 아닐까.
나는 누가 나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으로 금방 착각해버린다. 그리고 그 착각은 신뢰로 변해가며 자신의 속내를 슬슬 풀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차츰 깊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내게 얼마만큼의 호감이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사실을, 나는 착각으로 속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란 어쩌면 착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초 사무실에 한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그 아주머니는 과자 몇 개를 내놓으면서 순수 우리 밀로 만든 과자라고 했다. 이 판매회사가 전주에는 없고 광주에서 왔다며 애써 좋은 점만을 힘주어서 설명했다. 마침 이번 금요일에 우리 식구들이 모두 전주구경을 오기로 되어있었다. 나는 언뜻, 이것을 저녁 간식으로 내놓으면 아주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아직 보지 못한 물건일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한 상자를 샀다. 그런데 저녁에 그 과자를 내놓자마자 아내가 “이 과자 만원 줬지요?” 하고 짚어냈다. 나는 족집게 같은 그 말에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하고 반문할 수밖에. 그러자 “이거 서대전역에서 팔고 있던데요,”라고 했다. 나는 우리식구들이 처음 보는 신제품으로 알고 작은 기쁨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내가 그 아주머니와 첫 만남을 의심으로 시작했다면, 절대 그 물건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면, 아마 세상에 거래라는 것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은 아주 당연한 착각에서 나온 평범한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나는 항상 젊고 건강할 것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머물지 않듯이 나의 젊음도 쉬지 않고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새파란 젊은이가 미리 노년을 염려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건강하지 않을 때를 항상 경계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건강하고 젊을 것’이라는, 그 착각을 구태여 깰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 착각이야말로 삶의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늙고 병들어 쇠약해진 자신의 미래를 미리부터 걱정하고 집착한다면, 내 어찌 삶에 의욕과 희망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젊음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의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다만, 그 착각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착각이란 사전적 의미는, 현상(現像)을 실제와 다르게 본다거나 또는 어떤 사실(事實)을 실제와 다른 상태로 잘못 생각하거나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착각은 내 삶과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착각의 결과는 판이해진다. 착시(錯視)의 효과를 예술에 이용하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착각이 어떤 잘못된 결과로 나타 낼 때에는, 엄청난 파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작은 착각으로 빚어진 결과는 간단한 이해나 사과로 지나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엄청난 재산이나 인적피해로 돌아 올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전쟁과 같은 큰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에 착각으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은 엄청난 것이며, 그래서 가장 경계해야할 지각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의 착각은 또 다른 아름다운면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생을 윤택하게 하고 마음에 평안과 행복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이러한 아름다운 착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TV에서 ‘태조 왕건’이라는 방송극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궁예가 정권말기에 통치방법으로 사용한 것이 관심법(觀心法)이었다. 궁예는 그 관심법으로 신하의 마음을 읽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역모의 뜻을 가지고 있는 신하를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그러나 누구도 궁예의 관심법이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만약에 실제 관심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면 아마 착각이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훤히 알 수가 있으니 어찌 착각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착각이란 불확실한 사실에서 나오는 상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불확실 속에는 신비로움이 있고, 그 신비로움으로 인하여 사랑과 신뢰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내가 관심법의 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또는 착각이라는 오류가 없다면 과연 어떠할 것인가. 아마 내 마음은 미움과 질투, 그리고 원한으로 가득해서 기쁨과 행복을 모른 채 불행에 빠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면, 내게는 오직 남에 대한 미움과 괴로움만 남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아니 이 세상에 그런 능력은 존재해서도 안 될 것 같다.
내가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서로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루는 것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곧 내 마음에 착각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내게 주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나의 착각은 이미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착각을 ‘아름다운 착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착각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이고, 나의 자존심이며, 서로간의 믿음이 되고, 또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 아름다운 착각들을 사랑하며 함께 살아 갈 것이다. 다만, 내 온전한 삶을 방해하는 부정적이거나 지나친 착각은, 내가 항상 경계할 대상이겠지만.
(2006. 4. 26.)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조종영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도가 지나치면 이로울 것이 없다. 그런데 나는 아주 지독한 착각에 빠져있다. 너무 오랫동안 그 착각과 함께 살다 보니 그것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착각과 이별하게 된다면, 나는 미움과 허망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탱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쯤 되면 착각이 내 애인이라도 된 것은 아닐까.
나는 누가 나에게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으로 금방 착각해버린다. 그리고 그 착각은 신뢰로 변해가며 자신의 속내를 슬슬 풀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차츰 깊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내게 얼마만큼의 호감이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사실을, 나는 착각으로 속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란 어쩌면 착각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초 사무실에 한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그 아주머니는 과자 몇 개를 내놓으면서 순수 우리 밀로 만든 과자라고 했다. 이 판매회사가 전주에는 없고 광주에서 왔다며 애써 좋은 점만을 힘주어서 설명했다. 마침 이번 금요일에 우리 식구들이 모두 전주구경을 오기로 되어있었다. 나는 언뜻, 이것을 저녁 간식으로 내놓으면 아주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아직 보지 못한 물건일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으로 한 상자를 샀다. 그런데 저녁에 그 과자를 내놓자마자 아내가 “이 과자 만원 줬지요?” 하고 짚어냈다. 나는 족집게 같은 그 말에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어?”하고 반문할 수밖에. 그러자 “이거 서대전역에서 팔고 있던데요,”라고 했다. 나는 우리식구들이 처음 보는 신제품으로 알고 작은 기쁨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내가 그 아주머니와 첫 만남을 의심으로 시작했다면, 절대 그 물건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면, 아마 세상에 거래라는 것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은 아주 당연한 착각에서 나온 평범한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젊었을 때에는, 나는 항상 젊고 건강할 것으로 착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머물지 않듯이 나의 젊음도 쉬지 않고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새파란 젊은이가 미리 노년을 염려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건강하지 않을 때를 항상 경계하며 살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항상 건강하고 젊을 것’이라는, 그 착각을 구태여 깰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 착각이야말로 삶의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늙고 병들어 쇠약해진 자신의 미래를 미리부터 걱정하고 집착한다면, 내 어찌 삶에 의욕과 희망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나는 지금도 젊음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의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다만, 그 착각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착각이란 사전적 의미는, 현상(現像)을 실제와 다르게 본다거나 또는 어떤 사실(事實)을 실제와 다른 상태로 잘못 생각하거나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착각은 내 삶과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착각의 결과는 판이해진다. 착시(錯視)의 효과를 예술에 이용하면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착각이 어떤 잘못된 결과로 나타 낼 때에는, 엄청난 파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작은 착각으로 빚어진 결과는 간단한 이해나 사과로 지나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는 엄청난 재산이나 인적피해로 돌아 올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전쟁과 같은 큰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에 착각으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은 엄청난 것이며, 그래서 가장 경계해야할 지각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의 착각은 또 다른 아름다운면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인생을 윤택하게 하고 마음에 평안과 행복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관계에서 이러한 아름다운 착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TV에서 ‘태조 왕건’이라는 방송극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궁예가 정권말기에 통치방법으로 사용한 것이 관심법(觀心法)이었다. 궁예는 그 관심법으로 신하의 마음을 읽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역모의 뜻을 가지고 있는 신하를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그러나 누구도 궁예의 관심법이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만약에 실제 관심법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면 아마 착각이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훤히 알 수가 있으니 어찌 착각이 있을 것인가. 그래서 착각이란 불확실한 사실에서 나오는 상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불확실 속에는 신비로움이 있고, 그 신비로움으로 인하여 사랑과 신뢰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에 내가 관심법의 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또는 착각이라는 오류가 없다면 과연 어떠할 것인가. 아마 내 마음은 미움과 질투, 그리고 원한으로 가득해서 기쁨과 행복을 모른 채 불행에 빠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면, 내게는 오직 남에 대한 미움과 괴로움만 남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아니 이 세상에 그런 능력은 존재해서도 안 될 것 같다.
내가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서로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를 이루는 것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곧 내 마음에 착각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내게 주는 작은 관심만으로도 나의 착각은 이미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착각을 ‘아름다운 착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착각은 영원히 나와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이고, 나의 자존심이며, 서로간의 믿음이 되고, 또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 아름다운 착각들을 사랑하며 함께 살아 갈 것이다. 다만, 내 온전한 삶을 방해하는 부정적이거나 지나친 착각은, 내가 항상 경계할 대상이겠지만.
(2006.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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