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에서 법성포까지
2006.04.27 00:42
청보리밭에서 법성포까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중) 신영숙
요즘 TV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청보리 축제에 동참하고자 집을 나섰다. 전주에서 정읍을 거쳐 2시간이 흐른 뒤에 고창 청보리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하늘만큼 넓어 보이는 눈부신 푸른 초원이 방문객들을 맞고있었다. 30만평이 넘는다는 경계선 없는 대단위 보리밭 사이사이에 오솔길이 잘 마련되아서 보리밭을 두루 돌아볼 수 있었다. 푸른빛이 좋아, 보리밭이 좋아, 위쪽으로도 돌아보고, 또 반대쪽 길로도 거닐어보았다. 작달막한 키의 보리밭을 들여다보며 한없이 걸었다. 솔바람 살랑거리니 기분까지 들뜨고 세 살 꼬마부터 얼굴에 깊은 주름이 자리잡은 허리 굽은 할머니까지 많은 사람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보리밭은 소박한 서민들이 마음속에 그림으로만 그렸던 안식처며 꾸밈없는 자연이었다. 우리의 들녘에서 사라져 가는 무공해 식품 보리가 이렇게 대단위로 심어져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운 생각도 들었다. 보리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혈관의 노화방지, 각기병예방, 성인병에 예방효과가 있다.
옛날에는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가 오늘날 기호 식품이 되었지만 농촌에서도 보리밭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 많은 보리를 심어 눈도 즐겁고 우리에게 건강식품을 제공하니 일석이조가 아닐는지? 보리추수가 끝나면 또 콩을 심어 수확한다니 이곳은 우리 농산물의 보고인 셈이다. 약간 비탈진 땅에 심어진 보리들이 가까이에서보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푸른 비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산들바람에 잔잔하게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이곳은 잊혀졌던 마음의 고향이며 먼 옛날 정다운 소꿉친구와 어깨동무하고 보리 피리 불며 놀았음직한 착각을 일으킨다. 많은 인파가 보리밭에 들어섰지만 넓디넓은 푸르름이 모두를 감싸안고 진한 녹색에 동화되어 눈에 들어온 건 푸른 자연뿐이다. 우리가 관심도 두지 않았던 보리 잎 하나 하나가 대단위로 뿌려져 푸른빛을 과시하니 생활에 지치고 삶에 찌든 우리들의 눈과 마음에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넓은 대지 위에 가슴을 활짝 열고 서서 복잡한 일상을 잠시라도 잊고 심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게 현대인들에게는 청보리밭의 매력으로 다가 온 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저 하늘에 종달새 날갯짓이라도 있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텐데, 혹시나 5월에는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종다리가 찾아와서 특유의 노래 소리로 방문객을 맞게 될는지 모른다. 군데군데 석고 조각상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치고 서 있다. 깊은 뜻은 알 수 없지만, 주차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식당에는 보리비빔밥, 메밀묵 등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식단이 짜여진 것 같았다. 간식 거리로는 보리 잎을 넣어 만든 보리개떡, 옥수수, 고구마 등 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리밥 먹으려고 기다린 시간이 40분이라는 게 조금은 지루하지만.
청보리밭의 푸른 희망의 빛깔을 가슴 가득 안고 남쪽으로 달려 굴비의 고장 법성포로 갔다. 법성포는 만구(灣口)에 뻗은 작은 반도의 남안에 자리잡아 북서계절풍을 막을 수 있는 천연의 좋은 항구이다. 고려 성종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이곳에 조창(漕倉)을 설치하여 영광 흥덕 등 12개 군의 세곡을 받아 저장하다가 항구로써 수심이 얕고 간만의 차가 심하여 선박의 출입이 불편해 조창 제도의 폐지와 함께 쇠퇴하여 오늘날 '영광굴비의 어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단오절이면 법성포의 번창했던 시절을 되새기며 수십 척의 배가 동원되어 선상에서 풍악을 울리며 즐기는 뱃놀이가 유명하다. 여기에 1인 창무극으로 영광이 낳은 국악인 공옥진의 전통적인 소리에 춤, 재담, 몸짓이 어우러진 풍자와 해학의 무대가 곁들여진다. 해안도로에 들어서니 갈매기들이 하늘을 뒤덮고 끼룩끼룩 소리내며 날개를 활짝 펴고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물이 들어 올 때는 많은 갈매기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곳 갈매기들은 해변 가에서 말리는 생선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 날아가 버린단다.
잘 먹어서 그런지 갈매기들의 나는 모습이 오동통해 보였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식당 안까지 서슴없이 들어온다니 이곳에서는 갈매기와 사람이 공생하는 것 같다. 물론 인심이 후한 탓도 있겠지만, 가게마다 주렁주렁 걸린 굴비들이 지나는 나그네들을 유혹한다. 우리는 굴비정식이라고 쓰인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섰다. 보리밥도 맛있었지만 한국인의 정서에는 굴비도 무시 못 할 기호 식품이기에, 봄날의 긴긴해가 짧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중) 신영숙
요즘 TV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청보리 축제에 동참하고자 집을 나섰다. 전주에서 정읍을 거쳐 2시간이 흐른 뒤에 고창 청보리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하늘만큼 넓어 보이는 눈부신 푸른 초원이 방문객들을 맞고있었다. 30만평이 넘는다는 경계선 없는 대단위 보리밭 사이사이에 오솔길이 잘 마련되아서 보리밭을 두루 돌아볼 수 있었다. 푸른빛이 좋아, 보리밭이 좋아, 위쪽으로도 돌아보고, 또 반대쪽 길로도 거닐어보았다. 작달막한 키의 보리밭을 들여다보며 한없이 걸었다. 솔바람 살랑거리니 기분까지 들뜨고 세 살 꼬마부터 얼굴에 깊은 주름이 자리잡은 허리 굽은 할머니까지 많은 사람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보리밭은 소박한 서민들이 마음속에 그림으로만 그렸던 안식처며 꾸밈없는 자연이었다. 우리의 들녘에서 사라져 가는 무공해 식품 보리가 이렇게 대단위로 심어져 명맥을 이어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운 생각도 들었다. 보리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이 많아 혈관의 노화방지, 각기병예방, 성인병에 예방효과가 있다.
옛날에는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가 오늘날 기호 식품이 되었지만 농촌에서도 보리밭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 많은 보리를 심어 눈도 즐겁고 우리에게 건강식품을 제공하니 일석이조가 아닐는지? 보리추수가 끝나면 또 콩을 심어 수확한다니 이곳은 우리 농산물의 보고인 셈이다. 약간 비탈진 땅에 심어진 보리들이 가까이에서보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푸른 비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산들바람에 잔잔하게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이곳은 잊혀졌던 마음의 고향이며 먼 옛날 정다운 소꿉친구와 어깨동무하고 보리 피리 불며 놀았음직한 착각을 일으킨다. 많은 인파가 보리밭에 들어섰지만 넓디넓은 푸르름이 모두를 감싸안고 진한 녹색에 동화되어 눈에 들어온 건 푸른 자연뿐이다. 우리가 관심도 두지 않았던 보리 잎 하나 하나가 대단위로 뿌려져 푸른빛을 과시하니 생활에 지치고 삶에 찌든 우리들의 눈과 마음에 청량제 역할을 해준다. 넓은 대지 위에 가슴을 활짝 열고 서서 복잡한 일상을 잠시라도 잊고 심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게 현대인들에게는 청보리밭의 매력으로 다가 온 것 같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저 하늘에 종달새 날갯짓이라도 있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텐데, 혹시나 5월에는 어디선가 소식을 듣고 종다리가 찾아와서 특유의 노래 소리로 방문객을 맞게 될는지 모른다. 군데군데 석고 조각상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뻗치고 서 있다. 깊은 뜻은 알 수 없지만, 주차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식당에는 보리비빔밥, 메밀묵 등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식단이 짜여진 것 같았다. 간식 거리로는 보리 잎을 넣어 만든 보리개떡, 옥수수, 고구마 등 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리밥 먹으려고 기다린 시간이 40분이라는 게 조금은 지루하지만.
청보리밭의 푸른 희망의 빛깔을 가슴 가득 안고 남쪽으로 달려 굴비의 고장 법성포로 갔다. 법성포는 만구(灣口)에 뻗은 작은 반도의 남안에 자리잡아 북서계절풍을 막을 수 있는 천연의 좋은 항구이다. 고려 성종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이곳에 조창(漕倉)을 설치하여 영광 흥덕 등 12개 군의 세곡을 받아 저장하다가 항구로써 수심이 얕고 간만의 차가 심하여 선박의 출입이 불편해 조창 제도의 폐지와 함께 쇠퇴하여 오늘날 '영광굴비의 어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단오절이면 법성포의 번창했던 시절을 되새기며 수십 척의 배가 동원되어 선상에서 풍악을 울리며 즐기는 뱃놀이가 유명하다. 여기에 1인 창무극으로 영광이 낳은 국악인 공옥진의 전통적인 소리에 춤, 재담, 몸짓이 어우러진 풍자와 해학의 무대가 곁들여진다. 해안도로에 들어서니 갈매기들이 하늘을 뒤덮고 끼룩끼룩 소리내며 날개를 활짝 펴고 머리 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물이 들어 올 때는 많은 갈매기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이곳 갈매기들은 해변 가에서 말리는 생선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물고 날아가 버린단다.
잘 먹어서 그런지 갈매기들의 나는 모습이 오동통해 보였다. 먹을 것이 부족하면 식당 안까지 서슴없이 들어온다니 이곳에서는 갈매기와 사람이 공생하는 것 같다. 물론 인심이 후한 탓도 있겠지만, 가게마다 주렁주렁 걸린 굴비들이 지나는 나그네들을 유혹한다. 우리는 굴비정식이라고 쓰인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섰다. 보리밥도 맛있었지만 한국인의 정서에는 굴비도 무시 못 할 기호 식품이기에, 봄날의 긴긴해가 짧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74 | 조명택 수필가의 처녀수필집 <섬김의 향기> 출간에 부쳐 | 김학 | 2006.05.05 | 221 |
| 273 | 엎드려 세상 보기 | 정현창 | 2006.05.05 | 75 |
| 272 | 수필반 병아리들의 청 보리밭 나들이 | 박성희 | 2006.05.04 | 88 |
| 271 | 우리들의 특별한 하루 | 염미경 | 2006.05.04 | 64 |
| 270 | 철쭉은 초록잎이 있어서 더 붉다 | 정현창 | 2006.05.02 | 74 |
| 269 | 또 하나의 사랑 | 염미경 | 2006.05.02 | 72 |
| 268 | 희망의 꿈나무 | 유영희 | 2006.05.01 | 62 |
| 267 | 진달래 아줌마 | 염미경 | 2006.05.01 | 148 |
| 266 | 수필이 마라톤보다 좋은 다섯가지 이유 | 정현창 | 2006.04.30 | 120 |
| 265 | 물파스로는낫지 않는다 | 이종택 | 2006.04.30 | 66 |
| 264 | 청 보리밭에선 모두가 꿈을 꾼다 | 정현창 | 2006.04.29 | 72 |
| 263 | 아름다운 착각 | 조종영 | 2006.04.28 | 71 |
| 262 | 겨울 어느 날 | 염미경 | 2006.04.28 | 66 |
| 261 | 어느 날의 일기 | 강용환 | 2006.04.27 | 69 |
| » | 청보리밭에서 법성포까지 | 신영숙 | 2006.04.27 | 106 |
| 259 | 첫 발자국 | 염미경 | 2006.04.26 | 73 |
| 258 | 어느 하룻날의 소회 | 이은재 | 2006.04.25 | 58 |
| 257 | 빗속의 춤꾼 | 정현창 | 2006.04.25 | 67 |
| 256 | 행복선언 | 박성희 | 2006.04.25 | 62 |
| 255 | 가끔 생각나는 그 사람 | 박귀덕 | 2006.04.23 | 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