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년의 걸음

2006.06.21 07:27

유봉희 조회 수:1584 추천:132


몇 만년의 걸음
유 봉 희

저 산의 높이가 허공의 손짓만은 아니다
잉걸불로 솟던 한때
이제 오랜 멈춤인 저 높이가
어느 서늘한 열정의 발원지를 건드렸는지
눈발, 무진무진 쏟아진다

우리는 문득 별처럼 어둠 속에 멈추어서
손바닥에 눈을 받아본다
먼길 돌아온 숫눈의 반짝임을 지켜본다
이제 물방울로 떨어져
기나긴 회로를 다시 시작하겠지만
아무도 그 아득한 길을 말로 하지 않는다

발 아래 고즈넉이 앉아 있는 돌
둔덕에 구르는 뿌리 없는 나무통도
몇 만년의 걸음이라니
우리는 일초마다 눈을 깜박거리며
그 걸음에 발을 얹었다
눈은 나리고 또 나려
몇 만년의 걸음을
반짝이는 숨죽임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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