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다리

2010.01.22 06:20

유봉희 조회 수:1163 추천:177


자연의 다리
유 봉 희

키킹홀스 강에 가서
물이 만든 다리를 보았네
석회암을 빠갠 듯이 뚫어 놓고
바쁘고 시끄럽게 물살이 지나가고 있었네
발 시린 사슴 발자국 몇 개 이고있는
눈 내린 다리 밑으로

저 완강한 바위가 제 몸을 열어
물길은 내어 준 이유가 있을 것이네
처음엔 찰랑 찰랑 거리며
제몸 건드리는 물살을 무시했을까
깊은 상념 자꾸 깨트리는
재재거림이 귀찮않을까
그러다가 달도 별도 없는 밤
마음 놓은 잠깐 사이
물살에 깜박 숨 넘어갈 뻔 했을까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을까
아무리 가벼운 발걸음도
거듭하면 길이 된다는 것을
아무리 부드러운 팔 안에서도
익사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뛰어가는 물살들은 알고 있을까
바위가 제 몸을 아프게 열어놓은
그 뜻을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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