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다 - 新作

2010.03.28 18:48

유봉희 조회 수:1344 추천:184


기울다
유 봉 희

“똑 바로 서”
 몇 번을 고쳐 돌려놓아도
 아기 입속 같은 연분홍 튤립이
 그저 예쁘기 만한 저 튤립이
 창문을 향해 몸체를 기우뚱.
 분속에 눈 감고 있는
 은근한 구근의 염원이든
 몇 잎의 연초록 날개 손짓이든
 십오 도로 기우는 그리움 속으로
 두꺼운 어둠을 말아 올리며
 햇살이 긴 발을 내려놓는다.
 생각 많던 먹구름이
 드디어 소나기 즉흥곡을 쏟아낸다.
 몇 백 광년으로 달리던 별도
 연분홍 튤립과 반짝 눈을 맞춘다.

 여기, 왁자지껄, 고요 속
 십 오도로 기우는
 저 간결한 몸짓
 저 간절한 마음짓


유봉희 新.作.詩. 『문학과 창작』 200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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