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 시인 … 표4의글
- 제3시집 [잠깐 시간의 발을 보았다]에 부쳐…
그의 시는
사소한 일상의 공간에서 건져내는 간결하고 명징한
사유가 돋보이고 개성과 힘의 분출울 절제하는 겸손이 보기 좋다.
그것은 우리가 시에서 구하는 것이 지식이 아니고 새로움을 위한
영감과 떨림과 환희의 발견이고 상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유봉희의 시는 질박한 삶에 대한 진정성으로 시정신의 견고함 을 획득하고 있다.
시의 새로운 징후라고 부르는 의식의 해체를 통해 표현되는 낯선 세계보다 읽히는 시,
이해되는 시, 감동을 주는 시, 평이하고 이완된 일상에서 삶을 긴장시키는 시를 그는 찾고 있다.
시는 분석의 대상이기보다는 대화와 이해의 대상이어서 이를 통해 영혼의 교감을 얻게 한다.
현대시가 너무 부산하고 난삽한 기운이 많아 오히려 불안하고 불편한 관계를 만드는 것에 비해
유봉희의 시는 오히려 천진한 마음의 자리를 몸속에 지니고 있어 따뜻하고 인간적인 미래를 향하고 있다.
서정은 결국 자아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초월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그 사이 거리의 아름다움을
늘 꿈꾸며 정진하는 유봉희의 시에 새삼 큰 기대를 건다.
-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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