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머문 자리 … 2-3

2012.05.06 19:07

arcadia 조회 수:251 추천:34


   나비가 머문 자리   

유 봉 희


팔 위에 내려앉은 나비
푸른 날개가
고요의 무게로 접혔다.

나는 숨죽인 나뭇가지다.
첫 꽃을 피운 나무는
첫 눈을 받은 나무는
이렇게 조금 부끄럽고 황홀했을까.
환하게 얼어붙은
나비가 내려앉은 몇 초
무용수가 공중에 머무는 몇 초로
태고의 정적을 모셔왔다.

내가 꽃나무인 줄 아나 봐
다섯 살 소녀가 아니어도
이렇게 말하려고 하는데
팔에서 싹도 돋고 꽃도 피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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