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의 날개 … 2-2

2012.05.06 19:24

arcadia 조회 수:375 추천:37

48f41da18944b7f102fa72145519c044.jpg

   밤비의 날개   

유 봉 희


밤바다에 비, 비 내린다.
천길 빙하 바다, 여객선 갑판 위로
밤비 날아든다.
차갑고 따갑게 얼굴에 맺히는 빗방울들
조그만 연체동물로 손등을 기어가는 빗방울들
먼 들판을 달려서 첩첩 산길을 넘어왔을 그들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먼 인연들인가
이제는 머뭇거리며 악수를 청해야 하는 인연들인가.

다시 밤바다로 끝없이 뛰어내리는 빗방울들
눈 밖으로 멀어지는 것은 그냥 사라지는 것인지
머리를 들어 뱃머리를 보니
흘러내리는 불빛 줄기 속에서
밤비가 반짝반짝 은빛 날개를 편다.
날개를 서로 부비며 무리를 지어
겹겹이 쌓인 어둠의 나이테를 벗긴다.
우리 지나온 길 또한 저러했겠지.

내일 아침 몇 사람은
지중지중* 배 난간에 기대어서
바다에 떨어진 그 은빛 날개 조각을 볼 수 있을는지.



* 지중지중 : 곧장 나가지 않고 머뭇머뭇하는 모양.






회원:
3
새 글:
0
등록일:
2015.03.17

오늘:
51
어제:
63
전체:
89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