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5)

2019.05.15 16:27

최은우 조회 수:18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5)

- 대한민국에서 가장 키 작은 섬 가파도 -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최은우

 

 

 

 

 

  가파도는 제주도 본섬과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의 중간에 있는 섬이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속하고, 가장 높은 곳이 높이 20m 정도이며, 구릉이나 단애가 없는 평탄한 섬으로 '가오리를 닮은 섬'이란 뜻으로 가파도라 불린다.

 

  1653년 네덜란드의 선박인 스페르웨르호가 타이완에서 일본으로 가던 도중 폭풍을 만나 가파도에 표류했다. 이 배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이 저술한 ‘하멜표류기(난선제주도난파기)’와 ‘조선국기’가 비교적 정확하여 우리나라를 서방에 소개한 최초의 책으로 가파도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산방산 아래의 용머리해안 입구에 하멜기념비가 있고, 스페르웨르호 모형과 하멜표류지, 하멜상선전시관이 있다.

 

  가파도는 무인도였으나 1751(영조 27)에 목사 정연유가 소를 이 섬에 방목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면적은 0.87㎢이고, 해안선 길이가 4.2㎞이다. 인구는 예전에 300여 명까지 살았으나 지금은 150여 명 정도다. 논은 거의 없고 밭과 임야로 되어 있어 겨울 농사로 보리를 재배하고, 여름 농사로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 호당 경지 면적이 작아 농업은 부업이며, 소라·전복·해삼·성게·해조류 등 어업이 주산업이다. 가파도는 상동과 하동 등 2개의 마을로 나누어지고, 가파초등학교가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운진항에서는 마라도와 가파도 두 군데의 섬을 왕복하는 배가 있다. 우리 일행은 운진항에서 11시 배를 타고 뱃길로 10여 분 달려 가파도에 내렸다. ‘가파도’ ‘친환경 명품섬’이란 표지석이 보였고, 주위에 있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돌하르방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바로 이곳이 상동인데 이곳에 여객선미널과 카페가 있다.

 

  우리는 ‘가파도 둘러보기’ 안내판을 살펴보고 파도 소리를 벗삼아 해변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았다. 이 길이 제주올래길 10-1 코스다. 상동마을의 식당과 펜션을 지나고, 해변가에 우뚝 서 있는 보름바위가 이곳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큰 왕돌이다. 화산섬답게 산책길 가장자리에 검은 돌을 세워 놓아 말동무를 해주었고, 파도가 밀려와 검은 바위에 부딪쳐서 하얀 물거품을 만들어 내는데 가슴속까지 시원해 보였다.

 

  멋스러운 일몰전망대와 고양이를 닮은 고냉이돌을 지나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소망전망대를 향하여 좌측으로 돌았다. 마을 사람들과 섬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기 위해 만든 소망전망대에는 각종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은 리본이 산들대는 가을바람에 춤추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조금 내려가면 상동우물이 있다. 150년 전 마을 주민들이 직접 파서 식수와 빨래터로 사용했다는 상동우물에는 물 깃는 제주 아낙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서 가파초등학교를 지나 골목을 따라 해안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대원사, 보건진료소도 보이고 하동마을이 나온다.

 

  때맞춰 배꼽시계가 울리고, 무엇을 먹을까 하동마을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민박과 식당을 겸한 용궁식당에서 용궁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옥돔구이, 생선회무침, 젓갈,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반찬들이 맛깔스러웠고 특히 성게미역국 맛이 일품이었다. 점심식사 후 예쁜 꽃들이 유혹하는 골목으로 들어서니 용궁식당에서 운영하는 민박집이 보였다. 제주의 검은 돌과 조가비와 꽃들이 오밀조밀 조화를 이루며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가파도 토박이 주인장의 오랜 세월의 흔적과 아기자기하게 공들인 솜씨가 돋보였다. 음식도 맛있고 예쁜 민박집을 볼 수 있어서 우리의 탁월한 식당 선택에 만족해했다.

 

  가파도에서는 4~5월에 청보리와 유채꽃축제가 열리고, 10월 이맘때쯤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축제가 열린다. 꽃을 보려고 들판을 찾았지만,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는 8월에 찾아온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10월 초에 불어 닥친 태풍 콩레이에 휩쓸려가 듬성듬성 피어 있어 우리를 실망하게 했다. 하지만,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보며 해안가를 걷고 아기자기한 골목길과 산책길을 걷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서쪽으로 마라도가 가깝게 보였다. 동쪽으로는 송악산과 용머리해안, 산방산이 보이고, 그 뒤로 구름에 가린 한라산도 살짝 볼 수 있었다.

 

  가파도에서 220분 배를 타고 다시 운진항으로 나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송악산으로 갔다. 산의 모양새가 다른 화산들과는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이루어졌다. 주봉에는 분화구가 있는데 그 속에는 아직도 검붉은 화산재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닷가 해안 절벽에는 일제 때 일본군이 뚫어 놓은 동굴이 여러 개 있어 지난날의 아픈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송악산은 높이가 104m로 낮은 산이지만, 바다와 직벽을 이루고 있는 명소로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하얀 포말이 절묘하게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했다. 올래길 10코스인 송악산 둘레길은 기묘한 해안절벽을 내려다보며 잘 만들어진 데크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마주치는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최남단의 마라도와 가파도가 가까이 보이고, 사이좋은 형제섬, 우뚝 솟은 산방산,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평평한 초원지대에서는 조랑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능선에 이어지는 파란 초지가 눈을 맑게 해주는 듯 시원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제주민속오일장에 들러 신선한 갈치와 밀감을 샀다. 저녁 반찬으로 각자 한 토막씩 구워 먹은 갈치가 별미였다. 과일을 먹으며 친구들과 오손도손 내일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하게 제주도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다.

 

                                                              (2018.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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