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동포가 보는 한반도 정세

2005.11.23 12:12

정찬열 조회 수:70 추천:6

  "국내 반미감정이 높아지고 있어서 그곳 동포들이 역으로 미국사람들에게 시달리지나 않을까 걱정돼요. 다음 칼럼에서는 미국 내 반한 감정으로 어떤 곤란한 점이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미국 센디에고에 친척이 가 있는데 궁금해서요." 지난 2월 19일자 칼럼이 나간 후 어느 독자가 신문의 독자의견란을 통해 내게 보내준 글이다.
  반미정서와 북핵 사태로 인해 미국인들의 '제노포비아신드름'(xenophobia:외국인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인식)이 한국인을 향해 번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 한인동포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일은 북한의 핵 문제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가 과연 전쟁에 휩쓸릴 것인가,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으며, 조국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스라엘을 지키고 있는 유태계 미국인처럼, 대륙에 붙은 자그마한 섬 대만을 50년 이상 버티게 하는 대만계 미국인처럼, 그리고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제나라 체제의 자주성을 지키게 하는 남미계 미국인같이, 우리도 힘과 지혜를 합해야하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뜻 있는 한인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미국 내 여론주도층을 초청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한인사회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하고 미 정부 요인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이용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나름의 역할을 해 나가고있다. 지난 2월 17일엔 이곳 L.A에서 전문가를 초빙하여 '한미관계를 위한 긴급 전문가 토론회'가 있었고, 19일에는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기 위해 평통 주최 연방하원의원 초청 강연 및 토론회가 열렸다.
  에드로이스 공화당의원과 하비에 베세라 민주당 의원이 초청된 이날의 행사는 한인사회 지도자급 인사 100여명이 참석하였다. 에드로이드 의원은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의회는 이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길 원하며, 한국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하고있어 미군주둔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이고 정치인다운 얘기를 했다. 그러나 북한 핵 시설에 대한 공격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군사적인 대응도 선택에 포함될 것이다"고 답했다. 인내의 한계를 넘으면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미국내의 여론을 현직 의원을 통해 직접 듣게된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국에서 전해지는 상황인식과 이곳 현지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정도는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미주 동포들의 인식과 시각은 객관적일 수 있다. 한국,북한,미국과 관계된 사안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한국을 다녀온 친구가 국내에선 많은 분들이 '설마 전쟁까지야'하고 생각하더라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국민들이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스럽다.  
  크리스토퍼가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한반도에 전운이 깊어간다'는 칼럼이나 워싱턴 D.C에 본부가 있는 태평양 연구소 골든브레이트 소장의 견해를 빌리면 지금 북핵 위기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걷고있다. "9.11이후 미국은 모든걸 바꿨다. 애매한 환경을 참을 수 없어한다. 북한 핵은 '완전히' 포기시켜야 하고, 아니면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전쟁이 우발적으로 발행할 가능성 또한 많다고 덧붙힌다.  부시 행정부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고 북한의 반응도 예측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와중에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공식화된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조국이 어려운 처지에 처할수록 밖에 나와있는 사람들의 걱정도 늘어난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 내부의 반한 감정으로 인해 미국 동포가 어려운 처지에 처할까 걱정하는 글을 보내주었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을까. 이렇게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모아, 국내외 한민족이 힘과 지혜를 한데 모아, 어떤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일만은 막아야한다. 시간은 자꾸 간다.  nambuschool@yahoo.co.kr  

<2003년 3월 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