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소리

2006.06.21 06:37

유봉희 조회 수:17 추천:2


유봉희 - [서릿발 소리]





















서릿발 소리
유 봉 희





건너편 지붕이 하얀 서리로 눈 시린 아침

창문을 열다가 창틀에 앉아 있는

무당벌레를 보았다

빨간 몸통에 검은 점들

저 조그만 그 몸통에 점을 찍으려면

바늘 같은 붓펜이어야 되겠구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자세히 보니 움직임이 없다

어젯밤 찬바람 속

불빛 환한 내 창문까지 먼 걸음

안간힘을 쓰다가 놓아버린 작은 몸

작아도 온 몸, 온 힘으로 소리쳤을

문 좀 열어요, 창문 좀 열어줘요

이제서야 들리는 소리

창문도 듣고 정원의 나무들도 듣고

멀리 밤 별들도 숨죽이며 들었을 그 소리

나만 듣지 못한 소리



내가 듣지 못한 소리가

내가 듣지 않은 소리가

깨진 유리 같은

서릿발로 일어서는 아침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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