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2006.06.21 06:42

유봉희 조회 수:16 추천:1


유봉희 - [인연]

















인연
유 봉 희





모든 끝은 소리를 낸다

단지 들리지 않는 소리가 더러 있을 뿐

모든 끝에는 소리가 있다



부엌에서 십년을 쓰던 플라스틱 바가지

오늘 아침 한 바가지 물을 토하며 깨져버렸다

왈칵 물을 쏟아내며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복숭아빛 몸체는 바래서 허옇게 부풀고

이것저것 담아내던 단단하던 밑동은

살얼음처럼 얇아져서 터져 버렸다.

안간힘을 쓰며 조마조마하게 버티다가

끝자리에서 소리 한번 시원하다



상점에서 덤으로 붙어온 플라스틱 바가지

깨어져서야 처음으로 식구들의 관심을 받으며

재활통으로 가는 그녀,

끝나는 인연은 없다고

다음 인연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조그맣게 쉼표를 찍고 있을 뿐이라고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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