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의 산책

2006.06.21 06:57

유봉희 조회 수:46 추천:1


유봉희 - [화성으로의 산책]

















화성으로의 산책
유 봉 희







화성이 6만 년만에 지구로 가깝게 오고 있는

2003년 8월 27일, 오늘 밤

기적 같은 순간에도 지상은 잠잠하다

활짝 펴진 하늘에서 주먹만큼 큰 별 화성

망원경을 눈에 대니 빛나던 별의 각들은 무너지고

냉혹한 유혹의 눈, 갈증나던 붉은 색도 슬어지고

만월처럼 둥글게, 작은 접시에 담긴 연노란색 정원엔

검은 점, 점들, 추수 끝난 묵은 논자리 같다




저 분화구 가장자리에

얼음 녹여 물길 내는 빙어 몇 마리 있었으면

그래서 아가미가 산수유처럼 붉어지고 있었으면

그것도 아니면, 태고적 홍수로 얼어 붙은 바다 속

아메바 하나 긴 꿈에서 깨어나며

하품하면 좋겠다




저 화성, 바위 전시장엔 때때로 돌풍이 분다지만

지금 싸늘한 바람 속, 이 돌산 저 돌산 걸어가는 사람

보일 듯 보일 듯

내일을 걸어가는 사람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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