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점은 여러개다

2006.06.21 07:43

유봉희 조회 수:110


유봉희 - [중심점은 여러개다]















중심점은 여러개다
유 봉 희







고래들이 알래스카로 이동을 시작하는 삼월

캘리포니아 북쪽 해변

나무뿌리 큰 둥치가 검은 모래사장에서

물개 모양으로 등걸잠을 자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큰 고래들과 어깨를 비비며

새끼 고래는 살짝 업어도 보았을 것이다

조금 전 이 모래 사장에 닿았는지

젖은 몸이 검게 윤기 흐른다

몸통을 세워보니 물개가 하늘로 오를 듯

돌려보니 다시 물 속으로 자맥질

세워도 뉘어도 중심이 잡힌다

보이지 않는 중심이 여러 개의 팔을 가졌다

여기 좀 잘라 줘요, 여기 좀 깍아 줘요

파도치며 부딪치며 깍이고 닳아서

저를 완성시킨 나무 둥치



앉아도 서도 중심 못 잡고 모래밭 걷는 사람

나무 등걸에 업혀 고래 따라 간다면.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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