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2006.06.21 09:09

유봉희 조회 수:55


유봉희 - [동전]

















동전
유 봉 희






대리석 분수대에서

동전들이 찰랑거리고 있다

아니, 찰랑이는 것은 떨어지는 물의 여운

동전들은 동그랗게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항상 끝자리가 제자리이던 동전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도

주고받는 계산대에서는 분명한 명분

일단 주머니에 들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동전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눈치 보며

아리송한 제 역할에 고개 갸웃거리던 동전들이

이제 찰랑찰랑 몸을 씻으며

한가지씩 염원을 품어본다

맑게 씻은 몸으로 기도중이다

물론, 어떤 동전은

누구처럼

던진 손을 까맣게 잊고

퐁당퐁당 물장난에만 바쁠 것이다











유봉희 제 2 詩集 몇 만년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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