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y가 개미를 먹었어요

2010.05.03 09:38

홍영순 조회 수:601 추천:56

Andy 가 개미를 먹었어요.

크리스마스가 5일 밖에 안 남았다.  
각 반마다 크리스마스 파티준비로 들뜨고 바쁜 때다.  
저녁때가 되어 넘어가는 해가 곱게 물든 단풍들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아이들은 날씨가 좋아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달려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선생님, 앤디가 개미를 두 마리 먹었어요.”
난 처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않되 다시 물어봤다.
“앤디가 뭘 먹었다고?”
“개미를 두 마리 먹었어요.”
난 앤디가 장난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얼굴이 하도 진지하여 앤디를 불렀다.
앤디는 동양 엄마하고 남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온순하고 명랑한 4세 남자아이다.
“앤디, 너 개미 먹었니?”
내가 묻자 앤디는 머리를 숙이고 겁먹은 얼굴로 가만히 내 앞에 서 있었다.
“너 정말 개미 삼켰어?”
그러자 앤디는 머리를 끄덕였다.
“어디서 개미를 잡았는데?”
“......나무에서요.”
놀이터 도토리나무에는 잔 개미들이 늘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손을 가만히 나무에 대고 있으면 개미들이 손으로 기어 올라왔다.  아이들은 그게 재미있어 개미들과 장난을 한다.  
난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앤디를 보고 있었다. 그 때 까맣고 조그만 개미 한 마리가 앤디 옷에 기어 다니고 있었다. 난 그 개미를 손가락으로 잡고는 앤디에게 말했다.
“앤디, 입 벌려.”
난 앤디에게 장난을 하고 싶어서 입을 벌리라고 했는데 앤디는 정말 입을 딱 벌리는 것이다. 난 내친김에 더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자 이 개미도 먹어라.”
그러자 앤디는 둘러선 아이들 앞에서 정말 개미를 받아먹으려는 태도였다.
네 살이지만 앤디는 유별나게 순진한데가 있어 선생님이 벌주는 줄 알고 받아먹으려고 했다.  
난 하도 어이가 없어 개미를 버리고 앤디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이 개미는 못 먹는 개미야. 수술해서 네가 먹은 개미를 꺼내야겠다.”
그러자 앤디가 응~앙 하고 울었다.  물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한참을 달래여 앤디가 다시 순진하게 웃기 시작했을 때 물어 봤다.
“개미 맛있었니?”
“예, 칠리 맛이었어요.”
“뭐라고? 칠리 맛?”
그는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앤디를 안아주며 말했다.
“앤디야, 다시는 개미 먹지마.”
어디에선가는 흰개미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라는데…….
혹시 앤디가 TV에서 흰개미 먹는 것을 보고 까만 개미를 먹은 걸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감사 file savinakim 2012.12.20 97
30 안부와 문의 file savinekim 2012.12.08 194
29 후배에게서 온 편지 홍영순 2012.11.30 237
28 정갈한 목소리 file savinekim 2012.07.30 137
27 다섯살 어머니 file savinekim 2012.07.18 150
26 누에 고치 savinekim 2012.03.29 216
25 안부 file savinekim 2011.12.30 160
24 후배에게서 온 편지 홍영순 2011.10.17 266
23 빛의 경계 kim savine 2011.01.13 238
22 예쁜 벌레 홍영순 2010.05.03 674
21 Sharing Time 홍영순 2010.05.03 260
20 예수님이 가슴 속에 홍영순 2010.05.03 592
19 타임아웃 홍영순 2010.05.03 396
18 콜른 엄마 홍영순 2010.05.03 475
17 싸움 물고기 홍영순 2010.05.03 688
16 내꺼야 홍영순 2010.05.03 338
» Andy가 개미를 먹었어요 홍영순 2010.05.03 601
14 당신때문입니다 썬파워 2010.04.17 274
13 그대와 나 썬파워 2009.08.04 346
12 장대비 썬파워 2009.07.25 291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50,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