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야

2010.05.03 09:40

홍영순 조회 수:338 추천:76

  콜른 엄마


Preschool인 우리학교는 학생을 데려오거나 데려 갈 때 반드시 보호자가 출석부에 사인을 해야 한다. 언제 누가 데리고 왔는지 사인을 하고 선생님한테 아이들을 맡긴다. 끝난 후에도 반드시 부모가 와서 사인을 하고 데려간다.
대부분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지만 때론 다른 사람이 데려오고 데려가기도 한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학생의 주치의는 누구며, 학교에는 누가 데려오고 데려 갈 것인가를 학교에 알려야한다. 부모가 사정이 있을 때 대신 학생을 데려갈 사람은 반드시 미리 등록한 사람이어야 한다.
낯선 사람이 학생을 데리러 올 때는 아이디를 확인하고 등록된 사람일 때만 아이를 보낸다. 아무리 할머니라고 해도 증명이 안 되면 절대로 아이를 보내지 않는다. 어찌 생각하면 불편하고 불쾌하기도 하겠지만 자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 협조를 잘 한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를 데리러 왔던 사람이 아이를 못 데려 가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콜른 아버지가 어린 딸을 안고 콜른을 데리러왔다. 난 항상 콜른을 데려오고 데려가던 콜른 엄마가 아픈 줄 알았다. 그런데 콜른 아버지가 나한테 조용히 말했다.
“앞으로 콜른 엄마가 오면 절대로 콜른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나는 키 큰 콜른 아버지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는 조금 망설이더니 나를 신뢰한다는 눈빛으로 이야기를 했다.
“콜른 엄마가 알코올중독이라 지금 보호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안 됩니다. 사무실에도 이야기 했습니다. 만약 콜른 엄마가 학교에 오더라도 절대로 콜른을 만나게 하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난 대답은 했지만 몹시 혼란스러웠다.
콜른 엄마는 약간 작은 키에 말랐고 말이 별로 없이 미소로 인사를 하던 엄마였다.   난 그 가족이 처한 슬픔과 아픔을 생각하며 잠시 말을 잃고 콜른을 안아 주었다.
그 후로, 영리하고 활달하던 콜른이 점점 말이 없어지고 풀이 죽었다.
아침에는 아버지가 출근길에 콜른은 학교에 데려오고, 오후에는 할머니가 어린 콜른의 여동생을 안고 와서 콜른을 데려 갔다. 다행한 것은 할머니가 온순하고 겸손하여 마음이 놓이기는 했지만, 그 할머니가 몹시 피곤해 보여 안타까웠다.  
콜른은 날이 갈수록 말이 없어지고 잘 놀지도 않았다. 콜른은 가끔 오줌도 싸고, 날카롭게 아이들에게 달려들기도 하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하루는 내가 콜른 아버지한테 물어보았다.
“당신 부인은 좀 어떠십니까?”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가 끝나도 같이 살지 안 살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벌써 부인을 포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돼요.”
난 소리치듯 말했다. 선생인 내가 할 말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내가 기도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기도해요.”
난 콜른과 콜른 아버지를 번갈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콜른을 데리고 온 아버지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오늘 오후부터는 콜른 엄마가 옵니다.”
난 너무 기쁜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무실에도 이야기 하셨나요?”
“예, 오늘 이야기했으니까 콜른 엄마가 오면 콜른을 보내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정말 오후에 콜른 엄마가 콜른 여동생을 안고 학교에 왔다. 예전보다 건강하고 예뻐졌다. 긴 금발머리가 깔끔하고 살도 적당히 쪘다. 나는 어색하게 웃는 콜른 엄마를 아무 말 없이 힘껏 안아 주었다. 그녀도 나를 꼭 안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 학교에서도 이미 다 알고 있어 부끄러웠을 텐데 나를 보는 그녀의 눈은 평온했다.  
나는 그 후 콜른 엄마를 만날 때마다 힘껏 안아 주곤 한다.
그녀는 지금 병원에 취직을 했다. 서류 정리하는 일을 하는데 힘들지 않다고 했다.   만날 때마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 나도 기뻐진다.
콜른은 다시 명랑하고 귀여워졌다. 여동생도 이젠 우리학교에 다닌다.
얼마 전 소풍갈 때 콜른 할머니가 왔는데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어서 좋았다.
나는 지금도 콜른 엄마를 만날 때마다 속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다시는 슬픈 가정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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