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ing Time

2010.05.03 09:49

홍영순 조회 수:260 추천:59

Sharing Time
        
우리학교는 월요일마다 Sharing Time이 있다.
아이들이 자기 것을 학교에 가지고 와서 친구들과 나눔의 시간이다.
매주 있는 시간인데도 아이들을 설레게 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시간이 되면 한명씩 앞으로 나와 준비해온 것을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설명이 끝나면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친구들에게 내준다.
장난감은 가지고 놀게 하고, 책은 읽어보게 하고, 악기는 연주해보게 한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고양이, 새, 햄스터 같은 동물도 가져온다. 한번은 닉키가 집에서 기르는 아주 초록색 뱀을 가지고 와서 날 놀라게도 했다. 닉키는 초록색 뱀을 목에 걸고 친구처럼 같이 놀았다.
아이들도 놀란 듯 모두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나 아이들은 늘 나보다 용감하다. 무서워하면서도 조심스레 뱀을 만져보았다. 아주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지만.  
나는 아무리 선생이라도 뱀을 만질 엄두가 안 났다. 난 나 자신을 야단도 쳐보고 달래보기도 했다.
‘에이고 바보야, 넌 선생인데 아이들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니? 괜찮아, 아이들도 만지는데 왜 못해? 저 뱀은 애완용이어서 전혀 독도 없고 절대 물지도 않는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다. 소리치며 도망가고 싶은 걸 참는 것만도 내겐 큰 용기다.
보통 때는 머리가 명령하면 잘 따르던 내 손이 뱀 앞에서는 절대 불복종인 걸 낸들 어떻게 하겠는가?
난 어쩔 수 없는 겁쟁이다. 벌래도 무서워하는 내가 뱀을? 어이고 그건 천만금을 준대도 못 하고 벌을 준대도 어쩔 수 없다.
짐작하건대 난 앞으로 열흘은 뱀 꿈에 시달릴 것 같다.
이렇게 동물이나 특별한 것들은 부모들이 가지고와서 Sharing이 끝나면 가지고 간다.
그동안 많은 Sharing Time을 가졌지만 나에게 가장 기억되는 것은 할아버지를 Sharing한 로즈다.
로즈의 차례가 되자 로즈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왔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버지는 한쪽 손을 약간 떨었다. 그러나 로즈 손을 꼭 잡은 할아버지는 멋진 양복을 입고 빨간 나비넥타이를 맺다. 얼굴은 주름졌지만 로즈와 아이들을 보는 눈은 사랑으로 빛났고, 인자한 웃음은 분홍 솜사탕만큼이나 달콤해보였다.  
“로즈......?”
난 의아한 표정으로 로즈와 할아버지를 봤다. 그동안 한 번도 사람을 Sharing 한 아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즈는 자랑스럽게 할아버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리 할아버지 이름은 데이빗 화남이에요. 어저께 82세가 됐어요. 우리 할아버지는 대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는데 춤도 잘 추세요. 오늘은 할아버지가 나랑 춤을 출거예요.”
우리는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올렸다.
우리는 둥글게 원을 만들고 로즈와 할아버지를 가운데 세웠다. 곧 할아버지는 준비해온 음악을 틀어놓고 로즈와 포크댄스를 했다. 할아버지는 빙글 빙글 돌아가면서 아이들 손을 잡고 멋지게 춤을 추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도 난생처음 남자와 춤을 췄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빙그르르 돌아본 게 전부였지만.
로즈 할아버지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정말 멋지고 훌륭한 Sharin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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