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시 읽기

2006.02.15 15:25

문인귀 조회 수:329 추천:14

몸에 좋다는 그 방에 들어섰을 때
소나기 내리던 날의 비릿한 냄새가 났다
온통 누런 방


고향집 대청마루 깍짓손 베개 삼아 누워 바라보던 높은 서까래, 두개의 사다리처럼 중심을 향해 일렬횡대로 드러누운 통나무들 사이 황토들의 수런거림, 미장이 손길이 투박하게 남아있는


호남평야나 김제평야 그 너른 곳에서 영문 모른 채 실려 왔을 저들, 태평양 건너 올 땐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낯선 곳 두 눈 휘둥그레 뜨고 바라보았을 신대륙, 하얀 가운 사이 흘깃 보이는 검은 여자 흰 여자들의 미끈한 살결과 그 살결들의 웃음소리


벌레 기어가듯 스멀스멀 벌어진 상처들
고스란히 꺼내놓은 내장처럼 쏟아 보이며
아직도 두리번거리는
저 낯익은 우리들의 황토


장태숙(1956 - )‘황토’전문


이곳 찜질방내장도 황토로 만들어져 있다. 처음 이곳에 와서 땀을 뻘뻘 흘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던 일들이 한두 번 아니었는데 황토, 저도 쩍쩍 갈라져 틈이 많은 걸 보니 낯섦에 무척이나 힘들었나 보다. 나는 이런 황토벽을 보며 어렸을 적 툇마루에 누워 쳐다보던 시골집 처마 밑 같아 반갑기만 한데.  


문인귀<시인>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