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7 02:17
▲사진:니콜라이 게(Nikolai Ghe)1890년 作 "진리란 무엇이냐?" / 트레차코프 미술관 소장-러시아 모스크바
안식일(安息日)
산헤드린 의원이자 법관이며 헬레니즘과 유럽 문사철(文史哲))에 해박한 아리마태 성주(城主)요셉의 대저택에서 두번째 아침을 맞았다.
이 날은 안식일이었다.
안식일은 창세기(創世紀)에 ‘하나님이 6일에 걸쳐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 휴식하셨다’고 토라에 기록된 바, 십계명 네번째 계율(戒律)이기도 했다.
따라서 유대인들은 안식일에 서른 아홉 가지에 해당하는 것을 할 수 없었다.
바느질을 하거나 빵을 굽거나 또는 밭을 갈거나 두 글자를 쓰기 위해 두 글자를 지우는 일 등등.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우상숭배자로 처벌했다.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킨 대상은 경건주의를 표방한 엣세네파였다.
이들은 안식일에 마실 물을 길어 와 항아리에 붓는 일 또는 새끼를 낳는 짐승을 도와주는 일, 아이를 업어주거나 안아주는 것도 금했다.
안식일을 불가침(不可侵)으로 여긴 것이다.
때문에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집에서 쥐 죽은 듯 지내야만 했다
나는 비록 이방인이었지만 안식일이었으므로 유대인처럼 굴었다
이처럼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안식일 이었음에도 아침나절 요셉의원의 자택을 찾은 방문객이 있었다.
“오신다는 연락도 주시지 않고 저의 집을 찾아 주시니 민망할 따름입니다.”
저택 입구까지 마중을 나간 요셉 의원이 반가운 표정을 짓자 상대가 양 볼에 입맞춤을 한 뒤 말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겟세마네에 잠시 볼일이 있어 지나는 길에 들렀소이다. 불쑥 찾아 뵈어 결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요셉의원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니고데모 의원님,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아무튼 어여 안으로 드십시다.”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거실로 들어섰다.
니고데모 의원과 함께 거실로 들어 온 요셉의원이 상대에게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엊그제 의원님에게 말씀 드린 조갑재라는 친구 올시다.”
순간, 니고데모 의원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반색했다.
그는 성큼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요셉 의원을 통해 당신의 배경을 알고 있소. 내가 아끼는 서기관 스알 야숩과 인도에서 함께 동문수학 했다고 들었소.그리고 예수님을 만나 뵙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왔다고 하니 더욱 뜻이 깊구려.아무튼 잘 오셨오.진심으로 환영하오.”
그는 나를 포옹하고 뺨 좌우에 입을 맞추는 시늉을 했다.
친근감을 나타낸 것이다
니고데모 의원은 요셉 의원에 비해 외모가 협소했다.
작은 키에 마른 체형이었으며, 얼굴에는 검버섯이 드문드문 피어 있었다.
걸친 의복은 바리새인들의 통일된 옷이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돋보였으며, 그 속에 강한 의지와 냉철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외모로 추정한 나이는 요셉 의원과 엇비슷해 보였다.
내가 니고데모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요셉 의원을 보좌하는 남자 집사가 절도 있는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그는 나와 니고데 의원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한 뒤 요셉의원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어르신, 차(茶)는 어떤 종류로 내올깝쇼?”
요셉 의원이 집사의 말을 받아 우리에게 되물었다.
세사람은 동일한 차를 주문했고 집사는 고개를 끄덕인 뒤 등을 보이며 사라졌다.
집사가 문밖으로 사라지자 요셉 의원이 니고데모 의원을 향해 말했다.
“의원님께선 몇일 전 베다니의 시몬 집을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니고데모 의원이 말했다.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라헬이 그럽디다.”
“의원님 여식이 그랬다고요?”
“그렇소. 내가 산헤드린에서 귀가하자 라헬이 말했소. 그 날 예수님께서도 베다니의 문둥이 시몬 집을 방문하셔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셨다고요”
니고데모 의원이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우연치 않게 시몬 댁을 지나다 오랜만에 안부나 여쭙겠다는 생각으로 그 양반 댁에 들렸어요. 헌데 집안으로 들어서니 예수님께서도 계시더군요. 나사로도 함께 있었고요.”
요셉 의원이 해맑은 표정으로 말햤다.
“의원님께선 커다란 은혜를 입으셨구려 예수님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시 다니요.
상대가 말했다.
“솔직히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오.”
요셉 의원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식사 자리에서 예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 가요?”
순간, 니고데모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둠속으로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지적해 주셨소.”
“예수님께서 아픈 곳을 찌르셨군요.”
“그렇습니다.바리새인이자 산헤드린 의원인 제가 주의의 시선을 의식하는 지극히 당연하지요.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예수님을 존경하지만 막상 들어 내놓고 행동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요셉 의원이 말했다.
“의원님의 처신에 대해 예수님도 이해하실 겁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귀담고 있던 나는 니고데모 의원이 처한 상황을 어렴풋이 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요셉 의원처럼 예수님을 존경하며 마음속으로 따르고 있으나 자신의 신분 때문에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었다.
차를 마시며 두 사람의 대화를 귀담고 있던 내가 요셉 의원에게 물었다.
“스알 야숩의 말에 따르면 ‘예수님은 삼위일체(三位一體)’라는 소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삼위일체는, 성부(聖父)즉 하나님과 성자(聖子)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고 성령(聖靈)주체를 뜻합니다. 결론적으로 예수님은 하나님과 동등한 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가능합니까?”
나의 도발적인 질문에 두 의원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 교환을 했다.
니고데모 의원을 향한 시선을 거둔 요셉 의원이 운을 뗐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에는 예수가 마술사이거나 몽상가 정도로 치부했네. 이유는 이렇 다네. 율법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은 언젠가는 야훼께서 이 곳 이스라엘 땅에 강림(降臨)하실 거라는 확신에 차 있지. 특히 지금 같은 난세(로마 압제)에는 더욱 그렇다 네. 그런데, 우리가 그토록 학수고대한 메시아가 나사렛 출신 목수라니 말이나 되는가!”
곁에 앉은 니고데모 의원도 ‘그렇고 말고’하며 추임새를 넣었다.
“유대사회에서는 예수가 마리아와 혼인한 목수출신 요셉의 아들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했고 어린시절에는 시나고그 회당에서 토라를 막힘 없이 풀이해 어른들을 놀라게 했으며, 친구들의 부모가 아플 때 그 어떤 의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치유했다는 이적(異蹟)담이 퍼지곤 했어. 그게 전부야.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성인이 되어 갑자기 나타나 성전 앞에서 제자들에게 질문을 했는데 ‘너희는 세상사람들이 나를 뭐라하는지 아느냐?’”
니고데모 의원이 끼어들었다.
“내가 알기로는 몇몇 제자가 이렇게 말했 다더군. ‘선생님은 메시아이십니다!”
“그렇소.”
말을 받은 요셉 의원이 강조했다.
“제자들이 이같이 말한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첫번째는 예수님이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이적’사건과 다음으로는 그 분의 말씀 때문이네.”
“말씀이라 함은…”
내가 물었고 요셉 의원이 답했다.
“매우 특이한 가르침을 뜻하는 걸세. 세상사람들이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생경한 말을 그분께서는 비유를 통해 말씀하셨 다네. 예수님의 비유 말씀은 천지창조 이래 그 누구도 표현하지 못한 독특한 가르침이었어. 나는 그분의 비유 말씀을 하늘의 소리’라고 생각해 야훼가 아니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울림이지.마치 예언자의 방언과도 같은….이러한 여러 정황 때문에 예수님이 삼위일체라는 확신이 드는 것 일세.
요셉 의원의 견해를 묵묵히 경청하던 니고데모 의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눈치였다.
내가 말했다.
“그분께서 타인보다 좀 더 특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해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아닐 까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저희 신라국에도 특출한 힘을 지닌 비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예언을 한다 거나, 남의 생각을 꽤 뚫어 보는 타심통(他心通)의 능력자들이죠.”
내가 신라국의 예를 들자 니고데모 의원이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도 예수님처럼 이적과 기적을 행사하나?”
“아니,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니고데모 의원이 덧붙였다.
“그 분께선 누구로부터 배우신분이 아니네.지혜의 군주로 일컫는 솔로몬 대왕께서도 예수님처럼 말하지는 못하셨지.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분이 삼위일체라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흥분이 되는 이적을 보여주셨다는 것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벼라 별 마술이 횡행하는 인도와 페르시아, 애굽, 로마에서 병든 이를 축복의 기도로만 고쳤다는 사례(事例)를 들어본 적이 있나?”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헌데, 예수님께선 갈릴리와 베다니, 그리고 예루살렘을 오가시면서 여러 병자를 치유 하셨어. 그것도 아무런 댓 가 없이. 이와 같은 행동을 과연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기까지 말한 니고데모 의원은 찻잔을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들이키고 덧붙였다.
“나는 물론이고 요셉 의원께서도 예수님을 존경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그분의 행동 때문일세.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나 요셉 의원님이나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그럼에도 아직도 무엇에 집착하지.그런데 그 분은 무소유(無所有)야. 모든 것을 소유할 엄청난 능력을 지녔음에도 늘 빈털털이이지. 나와 요셉 의원님은 그 분이 진정으로 삼위일체요, 메시아라고 확신하네. 자네는 우리 두 사람의 언행을 이해하지 못할 수 도 있지만, 진리를 깨우치면 확신을 갖게 되네!
두 의원은 정말 확신에 차 있는듯 보였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표정에는 전혀 가식이 없었다.
엄청난 재력가요, 석학이며, 법관이고 산헤드린의 중견급 의원출신인 이들이 무엇이 부족해서 갈릴리 촌구석 출신인 라바이(선생)를 숭배한다는 말인가!
나는 이들을 통해 비로소 예수의 참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하루빨리 갈릴리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의 실체를 몸소 체험하는 일이다.
나는 두 의원에게 ‘예수님이 정말 메시아라고 믿느냐’고 물었다.
요셉 의원이 입가에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묻고 또 물어도 대답은 매한가지일세. 물론이네. 그 분은 메시아이시며 삼위일체가 확실해. 우리 유대인 조상 가운데 야훼의 말씀을 전달하는 예언자 이사야가 계셨지. 8백년 전에 활동하셨네. 이 예언자가 그 당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때 예수님께서 처녀의 몸을 통해 유대 땅에 오신다고 기록했네.”
요셉 의원이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입이 근질근질한 니고데모 의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뿐만이 아냐. 이사야 예언자는 예수님을 일컬어 ‘임마누엘(기름 부은 사람)’이라 칭했고, 그는 구세주이며 모든 이들의 죄를 대속하고 십자가에 달릴 것이라는 섬뜩한 예언을 남겼네.”
“두 분께서는 이사야라는 예언자의 기록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당연하지!”
두 의원이 동시에 대답했다.
요셉 의원이 덧붙였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일체라는 사실은 비단 이사야 예언자만이 아닌 또 다른 예언자인 에스겔과 이스라엘을 통일한 다윗왕께서도 예언하셨네.”
“골리앗을 물리친 왕을 말씀하십니까?”
니고데모 의원이 다시 끼어들며 답했다.
“자네도 다윗 대왕을 알고 있나?”
내가 말했다.
“인도에서 스알 야숩에게 들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니고데모 의원이 덧붙였다.
“대왕께서 하나님에게 바치는 서사시 ‘시편’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을 예언했 다네.”
“방금 말씀하신 이사야 등 예언자들의 예언 은 어디에 기록돼 있습니까?”
요셉 의원이 말했다.
“유대인들은 유대교 경전을 읽지. 세권으로 된 합본(合本)인데, 다음과같네. ‘토라(모세 오경 )’와 예언서인 ‘네비임’ ‘시가서(詩歌書)인 ‘케투빔’을 한데 묶은 것 일세. 이를 통틀어서 “타나크(Tanaku)”라 하지.”
그리고 요셉 의원이 덧붙인 유대 경전 타나크의 기원(紀元)은 이랬다.
기원전 1500년부터 팔레스탄인을 비롯한 바빌로니아와 애굽 등지에서
구전(口傳)으로 전승된 ‘야훼의 소리’를 필서가(筆書家)들이 체계적으로
다듬어 경전으로 묶은 히브리 성경이었다.
유대인의 하나님인 야훼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전령사(傳令使)인 모
세를 통해 법(토라)과 율례(律例)와 법도(法度)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포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 두 의원이 매우 보수적인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대인의 성경인 타나크와 지혜서(智慧書)인 탈무드 이외는 정서(正書)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술 부대(토라)’와 ‘경직된 밋밋한 물(포도주로 거듭 남)’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킨 예수님의 ‘비유의 말씀’을 듣고 마음속 깊이 메시아의 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예수님을 진실로 받아들인 요셉 의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분(예수님)은 지금도 계시고 천지창조 전에도 계셨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요셉 의원의 이 같은 속내는 니고데모 의원도 엇비슷 했다.
“나 역시 요셉 의원과 같아. 그 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是非)하는 것은 시간 낭비지. 단언컨 대, 예수님은 야훼이시다.예언서인 네비임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요. 4백년 전, 대 예언자 이사야 선지자가 예수님이 처녀의 몸을 빌어 이 땅에 오심을 분명하게 기록했지.뿐만 아니라, 불길하고 우울한 예언도 남겼는데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속(代贖)해 처참한 고통을 당하실 것’이라는 걸세.”
두 의원의 예수님을 향한 믿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들의 얼굴에서 믿음의 충만함이 철철 베어나고 있었음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나는 요셉 의원의 대저택에서 머무는 동안 따님인 라헬과도 대화를
할 기회를 가졌다.
총명한 그녀는 다방면으로 유식했다.
그녀는 나에게 예수출현 시대의 유대사회는 사대주의(事大主義)로 물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가 말했다.
“조갑재 선생님도 이스라엘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셨을 것으로 알아요. 현재 유대사회는 로마의 압제(壓制)에 눌려 있어요. 때문에 유대인들은 늘 불만이 팽배해 있죠. 뿐만 아니라 로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금을 걷는 일에 혈안이 돼 있어요. 세금 종류도 다양해요. 때문에 서민들은 물론이고 부자들도 항상 볼멘 소리를 하는 실정이랍니다.
이처럼 압제가 심하니 민중봉기도 끊이지 않죠. 잘롯으로 불리는 열심당원 무력집단들이 항쟁(抗爭)하는 이유입니다.”
이즈음에서 내가 물었다.
“열심당원의 구성원은 누구입니까?”
“라헬이 말했다.
“대부분은 기층민들이죠.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한 계급이예요. 하지만 이들을 선도하는 그룹은 엘리트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져요.이 그룹의 유명한 리더가 있죠. 이름은 바라바예요. 이 분은 학식도 풍부하고 야훼에게 충성심도 매우 강해요. 물론 의협심은 말할 것도 없죠. 이 분이 현재 열심당원의 우두머리고요.로마 총독청에의 요주의 인물로 수배 중이예요.”
“혹시, 예수님도 민중 운동을 하십니까?”
나의 이 같은 질문에 그녀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그 모습을 곁눈질 하며 의아해 하자 얼굴에서 웃음을 거둔 라헬이 말했다.
“예수님은 비폭력을 말씀하세요.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고요.”
라헬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추종하는 사두개인의 딸이었다.
그녀도 요셉 의원처럼 예수님이 ‘메시아’라고 피력하면서 삼위일체인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고 확언해 주었다.
라헬은, 작금의 유대사회 분위기를 타락한 사회라고 꼬집었다.
이유는 “재력가 집안의 자제들이 유학을 통해 헬레니즘과 그레코로만 문화에 푹 빠져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탐닉하고 심지어는 그들의 삶의 방식까지 흉내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병폐(病弊)로 지적했다.
“현재 심각한 사회적 우려로 떠 오른 이들의 사대주의로 인해 유대 원로들은 비틀린 이들로 인해 혹여 유대 전통이 흔들리지 않을 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요.시나고그(회당)에선 라바이(율법 선생)들이 혹시 해외 유학파들에게 전염이라도 될까 노심초사하며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처지예요.”
내가 말했다.
“저 역시 해외 유학파입니다. 유학을 통해 신문물을 배웠고 엄청난 지식을 터득했습니다. 저의 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신지식을…따라서 사대주의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만…..”
라헬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물론 사대주의가 모두 병폐라고 보지는 않아요. 문제는 헬레니즘과 그레코로만에 암(癌)과 같은 적폐(積弊)가 숨어 있기 때문이예요.이러한 적폐가 유대사회의 전통을 위협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학파들을 경계하는거예요.”
“그렇다면, 이들 유학파들 때문에 유대사회가 심각합니까?”
“물론이예요.이들이 회당에서 자유토론을 빙자해 유대인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의심하고 유일신마저 흔드는 사례가 예루살렘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죠. 때문에 특히 율법을 중시하는 바리새파들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아버님과 니고데모 의원도 헬레니즘과 크레코로만에 매우 해박하신데, 그럼에도 유대전통 유지에는 변함이 없으십니까?”
라헬이 힘주어 말했다.
“두 분은 뼈속까지 보수 유대인이셔요.저희 아버님과 니고데모 의원님도 희랍과 로마에서 유학을 하셨지만, 그것은 단지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일 뿐 정신은 토라에서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았죠.”
라헬은 현재 이스라엘이 자포자기 상태에 치닫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 때문에 유대인들이 메시아의 출현을 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븥였다.
내가 말했다.
“지금 갈릴리에 메시아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녀가 말했다.
“저도 예수님이 메시라라는 사실에는 백번 동의해요. 문제는 대다수 유대인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죠.”
나는 그녀의 표정에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보았다.
이유는 뼈속까지 유대전통 혈통인 그가 이사야의 예언, 즉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 조만간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갈릴리로 갈 것을 말했다.
그녀도 적극 권장했고 아버지에게 추천서를 써 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와 대하를 통해 유대사회의 다양한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이스라엘은 현재 총체적 난국속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혼란기에 예수님께서 갈릴리의 처녀를 통해 이 땅에 오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땅에서 ‘하늘의 소리’를 가르치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자처하셨다.
이사야는 예언서인 네이빔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을 분명하게 예언 했다.
그것도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4백년 전에.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 즉 우리가 보기에 흠모(欽慕)할 만한 아름다움이 없도다 / 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 받았으며, 간고(艱苦)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疾苦)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이 그에게서 얼굴을 가리는 것 같이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懲戒)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 여호와께서 그에게 상함을 받게 하시기를 원하사 질고를 당하게 하셨은 즉, 그의 영혼을 속건제물로 드리기에 이르면 그가 씨를 보게 되며 그의 날은 길 것이요 또 그의 손으로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는 뜻을 성취하리로다”(계속)
이산해 /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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